당뇨와 임플란트

얼마 전 치과병원에 찾아온 김모(42·자영업) 씨. 아직 젊은데 치아가 많이 상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임플란트를 해야겠다고 한다. 그런데 당뇨병을 앓고 있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한다. 필자는 당뇨병으로 고민하는 환자를 많이 본다.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여러 합병증 위험과 출혈에 의한 쇼크 등으로 인해 치과 치료에 많은 제약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당뇨의 완치 방법이 없다.이 때문에 당뇨에 대해 의사들은 ‘완치’라는 표현보다 ‘관리한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즉, 혈당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동반된 경우 함께 잘 관리해 합병증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치과에서도 당뇨 환자는 언제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환자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임플란트를 해야 하는 환자는 더욱 그렇다. 당뇨 환자의 경우 발치를 하거나 잇몸을 절개해 뼈를 심어야 할 때 출혈과 회복에 있어서 난관에 부닥치기 때문이다.일반적으로 당뇨 환자의 임플란트가 어려운 이유는 세균 감염, 출혈 쇼크, 치유 지연 등의 문제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뇨 환자는 상처 치유가 더디고 감염의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높다. 그래서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이는 임플란트를 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임플란트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잇몸을 절개한 후 임플란트를 이식해 잇몸 뼈에 정착되기를 기다려야 한다. 이때 잇몸 절개를 위해선 출혈이 불가피한데 당뇨 환자의 과다 출혈은 쇼크로 이어져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출혈이 있는 일반 임플란트 시술은 어렵다. 또한 정착 기간의 감염도 위험 요소 중 하나다. 당뇨를 앓고 있는 환자들은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염려 때문에 치과 치료를 피하거나 방치해 두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뿐만 아니라 당뇨 환자의 이러한 여러 돌발 상황 때문에 일반 치과에서 당뇨 환자의 발치나 임플란트 등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하지만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 당뇨 임플란트도 일반 임플란트와 성공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또한 당 수치 조절이 가능한 환자를 전제로 한다. 당뇨 환자의 임플란트 시술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당화혈색소(HbA1c)다. 당화혈색소는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라는 산소 운반 단백질이 높은 혈당 조건에서 포도당의 일부가 혈색소에 결합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임플란트가 가능한 당화혈색소의 수치는 8% 이하일 때다. 이 때문에 당뇨 환자는 임플란트 시술 전 내과 전문의의 정밀 진단과 혈당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미 임플란트를 진행하고 있는 환자에게도 임플란트 시술 중 내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은 필수다.임플란트가 가능한 당뇨 환자는 일반 임플란트보다 레이저 시술법을 통한 임플란트가 안전하다. 특히 물방울 레이저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물방울 레이저는 물과 레이저 빛이 결합해 만든 물방울을 환부에 조사해 그 물방울의 힘으로 환부를 치료한다. 임플란트를 수년간 식립해 본 결과 필자는 당뇨 임플란트 환자에게 물방울 레이저를 많이 권한다. 물방울을 이용하기 때문에 진동이나 열 발산이 없어 저출혈, 저통증, 저마취로 인해 당뇨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수술법이기 때문이다.당뇨 환자는 70% 정도가 당뇨성 치주염에 걸리고 치주염을 방치하면 당뇨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때문에 저항성이 강한 타입의 임플란트 선택 또한 매우 중요하다. 당뇨 환자는 잇몸이 약하고 잇몸질환(치주염)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2배 정도 높기 때문에 잇몸 뼈를 상실할 가능성 또한 높다. 이 같은 경우에는 골재생술을 통한 임플란트로 새로운 치아를 얻을 수 있다.당뇨 환자는 치주염 치료나 임플란트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금만 주의하고 관리하면 일반인들과 다름 없이 치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여러 합병증과 치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치아를 방치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으니 꼭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고 이른 시일 내 치료를 받으라고 권한다.임플란트로 새로운 치아를 얻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다. 각별히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과 구강을 청결히 하는 등의 사후 관리는 필수적이다. 임플란트로 제2의 치아 전성기를 맞이했다면 정기적 검진과 사후 관리로 그 전성기를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렵고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02)568-2833약력: 연세대 치과대 치주과 교수, 대한 치주과학회 교육지도의사. 토론토대 교환교수, 미국임플란트학회 정회원.저서: ‘구강악안면임플란트학’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