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부 상권 ‘약진’

영등포 신림 구로 등 이른바 서울 서남부 상권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시장이 활기를 잃고 있지만 이들 상권엔 올해 대규모 유통 시설이 잇따라 개점해 한판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개념의 유통 시설이 들어서 ‘시험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영등포 신림 구로 상권은 도심 상권으로 분류되는 명동 신촌 종로 강남 등에 비해 개발 움직임이 더뎠다. 모두 준광역형 이상의 상권 범위를 자랑하지만 소비층을 끌어당길만한 랜드마크가 부족하고 상권 이미지도 낙후돼 있었다. 배후에 확보하고 있는 거대한 주거 인구에 비해 쇼핑과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드물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 상권은 ‘변두리 상권’으로 불리며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하지만 올 들어 판도가 확 바뀌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 개발 업체들이 이들 상권에 초현대식 유통 시설을 세우면서 상권의 성격마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운 랜드마크들이 들어서면서 주변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앞날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개발 호재가 뚜렷하고 유통 시설 확충에 따른 유동인구 증가 등을 고려하면 서울 시내 주요 상권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도 나온다. 미국계 부동산 컨설팅사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한국지사 황점상 대표는 “배후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한 두터운 수요층과 주변 지역 신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서남부 상권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면서 “경기 불황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이 침체돼 있지만 서남부 상권에선 활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서울 서남부 상권의 키워드는 선진국형 복합 쇼핑몰(쇼핑과 여가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곳)로 요약된다. 분양이 아니라 임대 방식으로 운영되며 지역 기반이 아닌 광역 소비자를 겨냥한 개발 방식이 시도된다는 것도 공통점이다.올 2월 말 신림역 사거리에 오픈하는 포도몰은 올해 오픈하는 상업용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개발 및 소유자인 한원건설이 오픈 후에도 건물 소유권을 유지하면서 운영을 맡는 서구식 완전 임대형 쇼핑몰이다. 쿠시먼앤웨이크필드가 투자 유치와 임대·마케팅을 담당해 화제가 됐다.지하 8층, 지상 15층 건물로 지하철 2호선 신림역과 연결되는 포도몰은 특히 메가 브랜드급 테넌트(입점업체)가 자랑이다. 지하 2층엔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가 들어서고 지상 1층에는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와 스타벅스 커피의 입점이 확정됐다. 또 7층엔 젊은층에 인기 있는 시푸드 레스토랑 무스쿠스가, 8~9층엔 버거킹, 엔제리너스커피 등의 식음료 브랜드가 들어선다. 10~15층은 롯데시네마 차지다. 이 밖에도 지하 1층에 잡화 화장품 패션 브랜드가, 2~5층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80여 개 영 캐주얼 브랜드의 패션 아울렛이 들어선다.분양 후 점포 운영을 자율에 맡겨 상권이 쉽게 쇠퇴하는 대부분의 쇼핑몰과 달리 포도몰은 소유 업체가 입점에서부터 영업, 관리, 홍보까지 지휘한다. 이 때문에 고객 만족도는 물론 입점 업체의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영등포 지역에선 경방이 개발하는 타임스퀘어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 8월에 오픈하는 타임스퀘어는 경방이 개발하는 초대형 복합단지다. 면적이 삼성동 코엑스몰의 약 3배인 37만6400㎡(연면적)에 달해 일찌감치 서남부 상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건축비만 해도 6000억 원이 투자된다.타임스퀘어에는 신세계백화점과 유통점(이마트), 쇼핑몰, 멀티플렉스(CGV), 호텔(메리어트호텔), 오피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몰링(Malling: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즐기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 설계됐다. 특히 타임스퀘어에 들어서는 쇼핑몰은 포도몰과 마찬가지로 100% 임대로 운영된다.구로역 인근에도 2월 말 초현대식 아울렛이 들어선다. 지하 5층, 지상 36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에 연면적 5만9000㎡ 규모로 들어서는 도심형 아울렛 ‘나인스에비뉴’다. 나인스에비뉴는 패션 그룹별 멀티 메가 숍 형태의 복합 쇼핑몰로 개발된다. 지하층부터 스포츠, 레저, 유아·아동, 남성 및 아웃도어, 웨딩홀, 식당가 등이 다양하게 구성된다. 애경백화점, 구로CGV와 구름다리로 연결되기 때문에 백화점, 아울렛, 멀티플렉스를 한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복합 단지의 효과를 준다. 포도몰과 달리 분양 형태로 공급 중이다.서울 서남부 상권의 약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 지역의 배후 주거 인구 규모가 130만 명에 달하고 교통망 개설로 거점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등포와 구로 상권은 인천 수원 안산 등의 환승 거점이어서 광역 소비자의 접근도 수월하다.뉴타운 등 개발 호재도 상권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다. 신림역 일대의 신림뉴타운의 경우 개발 후 하루 유동인구 30만~40만 명의 서남부 최대 상권으로의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신림역 주변은 엄청난 유동인구에 비해 문화 시설이 크게 부족합니다. 서남부 상권 가운데 유동인구가 가장 젊다는 점도 상권에 반영돼 있지 않아요. 앞으로는 포도몰이 신림역 일대의 젊은층을 흡수하고 여가와 만남의 장소로 활용될 겁니다.”서울 서남부 권역에서 신림역 일대는 단연 돋보이는 상권이다. 중고생에서부터 대학생, 20~30대 직장인까지 젊은층이 많이 모이고 저가의 식음, 패션 등을 중심으로 업종이 편재돼 있어 불황에도 방어력이 강한 편이다.그러나 번잡하고 낙후된 이미지는 변함없이 고정돼 있다.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도 신림역상권에 대한 선입견. 이에 대해 포도몰의 투자 유치와 임대·마케팅을 진두지휘한 황점상 쿠시먼앤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대표는 “앞으로 신림역 상권이 달라질 것”이라며 ‘변화’를 장담했다. 선진국형 임대형 쇼핑몰 포도몰의 입점으로 분위기가 일신될 것이라는 얘기다.“상가 오픈 후 개발사가 소유 및 운영하는 완전 임대형 상가는 서울 서남부에서 처음 선보입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운영이 장점이지요. 대형 서점 반디앤루니스,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브라이트유니온 패션 아울렛 등은 이 지역 유동인구들이 늘 원하던 브랜드들입니다. ‘열린 공간’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황 대표는 신림역 상권의 미래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을 내놓았다. 뉴타운 등 개발 호재로 상권 규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현재 54만 명인 배후 주거 인구가 계속 늘어날 겁니다. 부동산 개발 호재에다 포도몰과 같은 새로운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인근 서울대입구역 상권과 구로, 영등포 상권과 연결되는 거대 서남부 상권의 핵이 될 겁니다.”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