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업계, 패러다임 바뀐다
호텔 업계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의 인기 몰이 때문이다. 그간 국내 호텔은 철저한 고급화를 통한 특1급 수준의 호텔, 아니면 아예 가격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저가 호텔로 마케팅 방향을 잡는 ‘이지선다’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합리적인 가격과 괜찮은 서비스’를 갖춘 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의 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 같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호텔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체인으로는 2001년 베스트웨스턴(미국), 2003년 이비스(프랑스), 2007년 도요코인(일본) 등이 있다.우리나라에 진출한 지 가장 오래된 베스트웨스턴은 전 세계 80개 국가에 4000개 호텔을 가진 세계 최대의 비즈니스호텔 체인이다. 국내에서는 ‘베스트웨스턴’과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등 두 가지 브랜드로 진출했으며 서울과 인천 등 8곳에서 운영 중이다. 베스트웨스턴은 특히 로열티가 타 호텔 체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 일정 기준을 갖추기만 한다면 회원 호텔의 특색과 경영권도 그대로 인정한다. 이 때문에 타 호텔에 비해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많고 숙박비도 10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이비스는 소피텔 노보텔 등 다수의 호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아코르 그룹의 브랜드다. 현재 전 세계 37개국에 750개의 호텔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는 서울 2개, 수원 1개의 호텔을 개관했다. 이비스 관계자는 “객실 구조와 인테리어를 단순화해 관리비용을 줄였고 수영장, 주차 대행, 룸서비스 등을 없애 운영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숙박비 10만 원 내외의 명동점의 경우 가뜩이나 낮아진 원화로 인해 일본인 중국인 관광객들의 물밀 듯 밀려오는 중이다.가장 최근에 진출한 도요코인의 경우 타 호텔들과 달리 수도권이 아닌 부산을 교두보로 하고 있다. 부산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도요코인은 일본에만 192개 호텔을 가지고 있는 호텔 체인으로 타 비즈니스호텔에 비해 더욱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싱글 룸의 경우 1박에 5만 원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무선랜, 동전 세탁기, 바지 다리미 등을 갖추고 있으며 김밥과 된장국 같은 아침도 제공해 서비스의 수준을 높였다.현재 10여 개 수준인 이들 외국계 앞으로 그 세를 더욱 불려갈 방침이다. 베스트웨스턴은 300실 규모의 송도점을 올해 7월 개관하고 12월에는 구로점도 열 계획이다. 이 호텔은 앞으로 10년 내에 30개점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이비스는 2011년까지 3~4개점을 더 추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가장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곳은 도요코인이다. ‘도요코인 코리아’라는 한국 현지법인까지 설립한 이곳은 현재 2개점이 진출한 부산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입성, 올해 8월께 동대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향후 10년 내 60개점을 추가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가지고 있다.여기에 ‘특급호텔’의 대명사인 호텔롯데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시장에 진출한다. 공덕동에 들어설 ‘롯데시티’가 바로 그것. 호텔롯데 측은 마포 공덕동을 시작으로 김포공항, 김해 등 3곳에 비즈니스호텔을 지을 계획이다. 마포 비즈니스호텔은 지하 2층~지상 8층에 객실 284실 규모로 지어지며 올 2월 오픈할 예정이다. 2010년 오픈 예정인 김포 비즈니스호텔은 김포공항에 지어질 복합쇼핑몰 ‘김포 스카이파크’ 내에 객실 200실 규모가 들어설 계회이다.또 호텔롯데 측은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청량리 롯데백화점 부지 등에 3~4곳을 추가로 검토 중이며 호텔 위탁 경영도 고려하고 있다.이처럼 외국계 중저가 비즈니스호텔이 업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따라 각 특급 호텔들도 독특한 전략을 앞세워 그간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각 호텔들은 파격적인 가격과 알찬 서비스로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처럼 잘 알려진 마케팅 방법을 넘어 다양한 아이디어로 승부 중이다 또 대기업 계열의 호텔들은 그동안의 노하우와 자금력을 살려 외식 사업에 진출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라마다서울은 ‘명당’ 마케팅에 한창이다. 호텔이 위치한 선릉과 정릉 땅은 ‘신의 정원’이라는 칭호로 명당자리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라마다서울은 올해 모든 행사와 이벤트를 ‘명당 결혼’ ‘명당 비즈니스호텔’ 등 명당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재구성할 계획이며 이 같은 콘셉트를 한·영·일·중 등 4개국 언어로 번역해 외국 방문객에게도 알릴 예정이다. 메이필드호텔은 그간 진행해 온 국가대표, 월드컵대표, 프로구단 등 축구 선수단을 상대로 한 스포츠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또 시 외곽에 있는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기업들의 콘퍼런스나 워크숍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중이다.리츠칼튼서울의 경우 불황에도 불구하고 객실 평균 가격을 전년 대비 10% 이상 올릴 계획이다. VIP 마케팅을 강화해 ‘세계 100대 호텔’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리츠칼튼서울은 ‘서비스 사관학교 시스템’을 도입해 더욱 고급화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일즈 매니저의 철저한 맞춤형 전략을 개발해 고객이 기대하지 않은 요구에도 부응할 수 있는 서비스 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아울러 최근 외국인들의 의료 관광으로 인해 ‘특수’를 맞고 있는 부산 지역 호텔들은 이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더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노보텔 앰배서더는 6, 7층에 각각 치과와 피부과를 들였다. 또 해운대 파라다이스는 3000㎡ 규모의 복합 의료 시설을 꾸몄다. 또 부산 서면에 있는 호텔롯데 11층에도 한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은 호텔의 특성을 이용해 일본어 러시아어 영어 전담 코디까지 두고 있다.최근 들어 대형 호텔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외식 사업이다. 이른바 큰 호텔의 ‘호텔밥’이야 예전부터 맛있고 고급스러운 것으로 인정받아 왔다. 대형 호텔들은 이 같은 인식을 발판으로 외식 사업 매출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조선호텔은 신세계백화점, 킨텍스, 인천공항, 청담동 등에서 운영 중인 외식 사업의 매출을 올해 1000억 원 정도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조선호텔은 최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품관에 레스토랑 겸 디저트숍인 ‘페이야드’를 오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호텔롯데는 작년 10월 국내 최초로 미슐랭 스리 스타 셰프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을 소공동에 오픈했다. 그전엔 일식당 모모야마, 멤버십 클럽 식당인 메트로폴리탄 등을 각각 리뉴얼 오픈하는 등 꾸준히 호텔 식당 부문 리뉴얼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호텔롯데 측은 “피에르 가니에르는 독창적인 요리 스타일과 예술적 감각의 요리로 명성을 쌓은 세계 3대 조리장 중 한 명”이라면서 “앞으로도 롯데 호텔 식당 부문은 고급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도 외식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다. 호텔신라는 작년 말 ‘최고급 카페 브랜드’를 표방하는 ‘아티제’를 압구정동에 개장한다고 밝혔다. 지상 2층 지하 1층의 총 3층 규모다. 지난 2004년 도곡동 타워팰리스 안에 1호점을 오픈한 후 벌써 6번째 지점을 냈다.업계 관계자는 “웰빙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고급 외식 사업이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식 부문은 호텔 경영의 효자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특급호텔의 외식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