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랠리 언제까지
2009년 증시는 ‘글로벌 경기 침체 및 기업 도산의 확산 가능성’과 이를 막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하 및 경기 부양책, 이를 배경으로 나타날 수 있는 유동성 랠리’간의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작년 하반기 이후 세계 경기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2008년 2분기 중국 경기를 마지막으로 세계 대부분 지역의 경기가 동시에 꺼지는 국면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경기는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고용 등 실물 경기지표와 기업 실적 부진이 심화되면서 침체 국면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이러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각국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과 공격적 통화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 11월 이후 국내외 증시는 유동성 랠리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의 버락 오바마 신정부 출범 등 선진국의 정책 효과에 힘입어 올해 주식시장이 상반기에 강하고 하반기에 약해지는 ‘상고하저(上高下低)’의 패턴이 될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이 같은 정책 효과 기대에 의한 유동성 랠리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이유로 올해 상반기 중에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첫째, 지난해 주가가 과거의 경기 침체기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폭락했지만 글로벌 실물 경기의 조정 기간이나 폭이 작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 상반기 증시에서 특히 걱정되는 문제는 국내외적인 기업들의 도산(Bankruptcy)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각국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을 분석해 보면, 전반적으로 양호한 편이지만 한계 기업들의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과 최근 각국 경기의 하강 속도를 고려하면 일정 부분 도산의 발생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둘째, 선진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의 경기 부양책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과거 경기 침체기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가계 부문의 부채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즉,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쓰더라도 가계는 부채를 더 늘리기 어렵고 오히려 부채를 조정해야 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와 감세 등으로 실질소득을 늘려준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소비보다는 부채 조정(de-leverage) 국면 하에 있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셋째, 각국의 대규모 국채 발행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는 점이다.각국의 가계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의 통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대출금리의 실질적인 하락이다. 대출금리 하락은 신용 경색 완화 시그널이며 추락하는 자산 가격이 반등할 시기에 접근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이와 관련, 각국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하에 힘입어 최근 미국의 모기지 금리 등 선진국 대출금리가 지난해 4분기에 비해 상당 폭 하락해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발표된 각국의 부양책 규모로 볼 때 그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전망인데, 이 경우 수급 악화에 따라 국채금리가 마찰적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유동성 랠리의 에너지가 소진돼 가고 있다는 점도 상반기 시장의 본격 회복을 어렵게 할 것이다. 유동성 랠리의 연장 여부는 랠리의 계기를 제공한 각국의 정책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에서 단서를 찾아야 할 텐데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정책금리가 제로 금리 수준에 근접해 가는 등 선진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랠리 모멘텀 역시 거의 소진돼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이처럼 이번 랠리는 최악의 신용 경색이 호전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되는 유동성 랠리 성격을 반영하고 있지만 유동성과 실물지표 간에 존재하는 큰 괴리는 여전히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내재돼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각국 정부의 강력한 금리 정책과 경기 부양책 등의 효과가 경기선행지표 및 원자재와 상품 가격 등을 통해 회복 시그널을 나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과거 주요 선진국의 정부 지출이 증가했을 때 그로부터 약 1분기가 경과하면서 점차 극단적인 신용 경색이 완화되고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한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부양책의 효과는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특히 이머징마켓에서는 중국 경기의 피크아웃(Peak-out)이 경기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는 만큼 실물 투자 중심으로 부양책을 선언한 바 있는 중국의 실제 경기 부양책 실행 시기와 강력한 재정 지출이 향후 이머징마켓 상승의 주요 모멘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 같은 중국의 부양책 시행은 올 2분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국내외 경기의 실저점 역시 대체적으로 올 2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주식시장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올해 상반기에는 추격 매수보다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조익재·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ijcho@hi-ib.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