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개각 이후 이명박 정부 2기 경제팀의 역학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무게중심의 추가 크게 이동했기 때문이다.골자는 ‘골리앗’ 청와대와 ‘다윗’ 경제 부처로 요약된다. 청와대에는 소위 ‘빅3’로 불리는 강만수 윤진식 곽승준의 화려한 진용이 갖춰졌다. 모두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MB노믹스를 함께 그렸던 이 대통령들의 복심(腹心)들이다.반면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는 전 정권 사람들이 발탁됐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무현 정권에서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으로 재직했었다. 금융위원장에 임명된 진동수 씨 역시 이전 정권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냈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관료 사회에서의 신임과 지역적 배려로 발탁된 인물들이다.자연스럽게 힘이 청와대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에서 강·윤·곽 세 사람의 역학 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캠프 시절부터 경제 부문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해 온 이들이 다시 2기 경제팀에서 청와대라는 한공간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타가 공인하는 MB맨이다.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기용된 후 수차례 설화(說話)로 코너에 몰렸을 때마다 이 대통령이 감싸 안아 위기를 벗어났을 정도로 대통령의 신뢰가 높다. 이번 인사에서도 핵심으로 기획재정부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이 대통령은 다시 그를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 야당에서 “유해물질 가득한 강만수 곰탕 그만 우려 드시라”고 맹성토했지만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지근거리에 배치했다. 대통령의 변함없는 신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강 위원장을 옆에 두기 위해 사공일 전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을 ‘G20 조정위원장(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 준비업무를 전담할 신설조직의 위원장직)’으로 비켜 세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윤진식 신임 경제수석은 청와대에서 왕(王)수석이 될 것이란 추측이 많다. 충북 충주 출신으로 청주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윤 수석은 대학 선배인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일할 때부터 알고 지내 온 사이. 윤 수석은 노무현 정부 초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냈지만 제18대 대선 과정에서 일찌감치 캠프에 합류해 충북 지역 인사 700여 명과 함께 ‘속리산 경제포럼’을 창립해 이 대통령을 도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 대통령과 인연이 깊고 이 대통령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청와대실장’에 버금가는 힘이 실리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지난해 6월 촛불 집회로 물러났던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도 장관급인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곽 위원장은 49세로 윤(62) 수석이나 강(64) 위원장에 비해 어리지만 대통령의 신임 면에서는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평이다. 곽 위원장은 부친이 현대건설 고위 간부로 일할 때부터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 대통령이 상사인 곽 위원장의 부친의 집에 갔을 때 중학생이었던 곽 위원장이 인사를 하곤 했다. 고려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대통령과 연이 다시 닿았고 이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캠프에 합류했다. 곽 위원장은 캠프에서 강 위원장과 함께 MB노믹스의 큰 그림을 그렸고 선대위 정책기획팀장,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원, 국정기획수석을 잇달아 지냈다.곽 위원장이 맡은 미래기획위원회는 공식적으로는 이명박 정부 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역시 MB노믹스를 직접 설계한 사람으로 경제 현안에 대해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청와대 관계자는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세 사람 간의 경쟁과 협력 관계가 향후 2기 경제팀의 성패를 가름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박수진·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