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 해가 없었지만 2008 무자년(戊子年)은 그 어느 해보다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숭례문이 화마로 폐허가 되는 등 가슴 아픈 사건·사고가 많았다. 자살로 짧은 생을 마감한 스타들도 적지 않아 팬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런가 하면 김연아 박태환 선수 등 탁월한 기량으로 ‘국민 동생’으로 떠오른 스타들도 있었다. 2008년 한 해 동안 화제가 됐던 말들과 사건·사고, 떠오른 인물과 사라진 인물들을 되짚어 본다.올 초 이명박 정부 내각 인선과 관련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란 말이 한동안 언론과 국민들 사이에서 자주 오르내렸다.‘강부자 내각’ 논란은 급기야 이춘호 여성부, 남주홍 통일부, 박은경 환경부 장관 내정자의 사퇴를 촉발하기도 했다.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0일에는 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국보 1호 숭례문이 불에 타는 비보가 온 나라를 덮쳤다. 국보 1호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숭례문이 화마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TV를 통해 지켜본 국민들은 충격과 허탈감에 빠져야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에 있는 국보 1호 숭례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시간여 동안 타오른 불길로 숭례문의 2층 누각이 전소되고 1층 누각도 상당 부분 소실되는 등 600년을 지켜 온 숭례문이 폐허가 되고 말았다.화재 현장에서 일회용 라이터 2개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사다리 2개를 발견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방화범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인 결과 화재 발생 다음날 방화범 용의자 채모(70)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채 씨 진술과 폐쇄회로(CC) TV에 찍힌 화면 등을 토대로 채 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채 씨는 자신의 주거지 보상 문제 등에 불만을 품고 사다리를 이용해 숭례문 2층 누각으로 들어갔고 미리 준비한 시너를 바닥에 뿌린 뒤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질렀다. 채 씨는 들어갔던 방향으로 다시 숭례문 누각에서 내려온 뒤 유유히 숭례문을 빠져나갔다. 숭례문 화재 사건은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 경찰의 문화재 보호 의식 수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소중한 문화유산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2008년 상반기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촛불집회였다.촛불집회는 5월 초 인터넷을 통해 불을 지핀 이후 전국적인 대규모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3개월여 동안이나 계속됐다.5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한 네티즌들에 의해 처음 열린 촛불집회는 이후 시민과 네티즌들의 참여가 이어지면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급기야 1800여 개 시민단체 및 네티즌 모임으로 구성된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가 출범했다.국민대책회의 주도 하에 계속된 촛불집회는 시민들의 거리 행진을 이끌어냈고 경찰은 공권력을 투입해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정부의 재협상 불가 방침과 경찰의 강경 대응은 시민들의 촛불과 팽팽히 대립했고 결국 6월 10일 70여만 명, 7월 5일 50여만 명이 참석한 전국적인 촛불로 절정에 이르렀다.이후 광복절인 8월 15일 100번째 촛불집회까지 열렸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으로 시작한 촛불집회가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모하고 연일 계속된 집회에 지친 시민들의 참여가 줄면서 촛불 시위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었고 결국 힘을 잃었다. 남은 소규모 시위대는 촛불집회를 강행했지만 과격 양상을 띠면서 불법 시위에 엄정 대처 방침을 정한 경찰과 잦은 충돌을 빚어 시위대와 전·의경 사이에는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경찰과 검찰은 소위 ‘촛불 수배자’들을 검거하고 불법 시위를 주동한 일부 네티즌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결과 촛불집회와 관련해 총 1288명을 집시법위반, 일반교통방해 혐의 등으로 입건했고 이 중 34명은 구속 기소, 14명은 불구속 기소됐다.장기화된 촛불집회는 과격·폭력 양상을 나타내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 비판과 함께 과격 시위 논란에 휩싸였고 최근까지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촛불집회가 상반기 최대 화두였다면 하반기에는 미국발 금융 위기가 한국은 물론 전 세계를 강타했다.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충격이 올 들어 베어스턴스의 JP모건 매각을 계기로 리먼브러더스 파산, 메릴린치 매각, AIG 구제금융 신청을 거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글로벌 금융 불안은 곧 실물경제 침체로 번져나갔다.미국과 유럽 등 핵심 경제권이 3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세계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지난해 기준으로 대외 의존도가 76.1%에 달하는 우리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11월 수출 증가율이 200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금융 위기가 실물경제를 위축시키고 실물경제 위축이 또다시 금융 불안을 야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경우 위기의 여파가 생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김연아(왼쪽)와 박태환은 '국민 동생'으로 사랑받았다.올 한 해 가장 크게 주목받은 스타로는 단연 ‘피겨 요정’ 김연아 선수를 꼽을 수 있다. ‘김연아 신드롬’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지난 12월 9일 새벽 4시에 김연아가 입국하는 인천공항 현장에 취재진과 팬 200여 명이 몰린 것도 화제가 됐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입장권이 순식간에 동이 나고 김연아가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을 모은 음반과 ‘김연아빵’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심지어 ‘김연아 화장법’까지 유행한다. 기업들은 광고 모델로 모시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고 업계에서는 미소를 잃지 않는 해맑은 얼굴에 뛰어난 패션 감각과 센스를 갖춘 김연아 만한 ‘상품’이 등장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월 19일부터 12월 4일까지 16일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가구를 방문해 일대일 면접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김연아는 ‘올해 한국을 빛낸 스포츠 선수’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김연아 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연아는 타고난 신체 조건에 만족하지 않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인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IB스포츠의 구동회 부사장은 김연아에 대해 성실하고 의지가 강하며 똑똑한 선수라고 설명했다.김연아와 항상 함께 이야기되는 또 다른 스포츠 스타는 2008베이징 올림픽의 영웅 박태환 선수다. 김연아와 수시로 문자메시지도 주고받는다는 박 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자유형 400m를 제패한 동양 선수로 기록되는 영광을 안았다. 그랜트 해켓(호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레이스를 시작한 박태환은 3분41초8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치며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서도 2위를 차지해 아시아신기록(종전 1분45초99)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국외로 눈을 돌려 보면 올해 세계인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인물은 단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오바마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타임은 선정 배경과 관련해 “오바마 당선인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그가 목표했던 대부분의 것을 성취해 냈으며 모든 미국인들에게 그가 인도하는 방향에 대해 희망을 갖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또 75년 전 대공황 시기에 취임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연설이 갖는 의미가 새로워지는 최악의 금융 위기 속에서 자신감을 갖고 난국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으며 국민은 그가 정직하며 말한 바를 그대로 이행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타임은 덧붙였다.2008년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스타들이 유달리 많았다. 대표적인 경우가 탤런트 고 안재환 씨와 국민 스타 고 최진실 씨다.개그우먼 정선희 씨의 남편인 안재환 씨는 9월 8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주택가에 주차돼 있던 차량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안 씨 사망과 관련, 사채업자에 의한 납치 감금, 타살 의혹 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안 씨가 많은 채무를 지고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처지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안 씨의 자살 사망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민 배우’ 최진실 씨가 10월 2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G빌라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돼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최 씨는 안재환 씨 관련 사채설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심적 부담에 따른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자살은 이후 친권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 등에 대한 논의, 사이버 모욕죄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일명 ‘최진실법’ 도입 논의 등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1월 23일 한국노총 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정책이 다소 친기업적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설명하며.4월 24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 월례 세미나에서 고환율 정책을 시사하며.4월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대기업 회장단,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청와대에서 가진 ‘투자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합동회의’에서 경제 살리기를 강조하며.7월 27일 제주도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무역협회와 능률협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 폐회 강연에서 우리나라가 통상 대국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9월 9일 국무회의에서 종교 편향 정책으로 불교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데 대해 해명하며.10월 7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금융시장 혼란으로 인한 세계 경제환경 변화를 언급하며.11월 12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금융 불안이 이제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11월 29일 숙명여대에서 열린 EBS ‘CEO특강’ 자리에서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해 전 세계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의병운동이나 국채보상운동과 같이 위기 때마다 뭉쳐 일어나는 국민의 힘이 있었다”고 강조하며.김재창 기자 changs@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