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은행 통장을 깨끗이 비울 것이다. 전 재산을 가족이 아니라 사회에 기부하겠다.”아시아의 최고 배우인 청룽(成龍)이 전 재산인 4000억 원을 사회를 위해 내놓겠다며 밝힌 말이다. 그의 전 재산 기부가 세간의 이목을 끌게 된 것은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스타라는 면도 있지만, 기부의 큰손이라는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등 이른바 서양인이 아닌 아시아 사람이라는 것도 큰 화제가 됐다. 부의 세습을 당연시하는 아시아인들의 가족 중심적인 사회 문화 속에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다는 것은 여간한 결심이 아니면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6년 국내 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81%가 유산을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간혹 거액을 기부한 사람들조차 좋은 일을 하고도 ‘가족과 친구를 잃을까봐’ 익명을 요청하기도 한다.세계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이러한 혼란한 시기에 오히려 부자들이 돈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고 한다. 서민들이야 더 어려워지면 평생 하나밖에 없는 재산인 집을 헐값에 내놓아야 하지만 부자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더 많은 재산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빌 게이츠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창조적 자본주의’라는 말을 화두로 던졌다. 이 말은 자본주의 방향이 부유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눈앞에 자산을 더 많이 쌓는 것이 이득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부는 전 사회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미래 부의 원천을 고갈시켜 결국 모두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최근 미국 경제지 ‘포트폴리오’가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보유 재산 대비 자선 활동비를 분석한 ‘아낌없이 베푸는 지수(GI)’를 발표했다. 버핏 회장이 461억 달러를 기부해 가장 많이 베푼 부자로 선정됐고 빌 게이츠 회장이 137억 달러로 2위, 엘리 브로드 회장이 11억5000만 달러로 3위, 조지 소로스 회장이 11억 달러로 4위, 존 클러지 회장이 7600만 달러로 5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국은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기부자 순위와 이른바 억만장자들의 순위가 거의 같기 때문에 기부 문화의 선진국이라고 불리는지도 모른다.최근 들어 우리 사회의 기부 문화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그러나 한국의 기부 문화는 정기 기부보다는 자연재해, 극빈층에 대한 동정적 일회성 기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외국과 비교해 사회 지도층의 개인 고액 기부는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득 분배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메릴린치는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백만장자가 전 세계적으로 950만 명이고 이 중 한국은 9만9000명으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백만장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나라라고 발표했다. 그만큼 경제 규모도 커지고 사회도 발전했다는 뜻인데 그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부터 고액 개인 기부 활성화를 위해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를 만들었다. 사회 지도자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나눔에 참여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할 수 있는 고액 개인 기부자들의 모임이다.지속 가능한 사회,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지도자들이 나눔에 참여해 어렵고 힘든 시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약력: 1935년 서울 출생. 60년 서울지방법원 판사. 83년 대한사회복지회 이사. 93년 대한변호사협회장. 2002년 환경재단 이사장. 2005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5대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