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위 ‘민족’의 명절 추석을 겨냥한 영화라고나 할까. 최근 독도를 둘러싼 일본의 억지 주장, 게다가 백두산은 물론 이어도까지 걸고넘어지는 중국을 떠올린다면 ‘신기전’은 시기상으로 묘한 대리만족을 준다. 조선의 새로운 화기 개발을 두려워한 명나라 황실과 세계 최초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을 완성하려는 조선 사람들의 대결은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다.애초 부보상이었던 설주(정재영 분)는 홍리(한은정 분)의 제의로 그 험난한 일에 뛰어들게 된다. ‘신기전’ 역시 왕이 등장하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꿈틀대는 에너지는 이른바 ‘민초’의 그것이다. ‘왕의 남자’가 광대를 내세워 한바탕 난장을 벌였다면 ‘신기전’은 부보상이라는 상인들을 내세워 거의 첩보영화에 가까운 드라마를 펼친다.영화의 장점은 역사책에 전혀 기록되지 않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꿈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언뜻 강우석의 ‘한반도’를 연상시키는 민족주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만 ‘신기전’은 뭔가를 억지로 쥐어짜 내려는 강박을 버리고 좀 더 원초적이고 담백한 이야기로 풀어간다. 정치적 메시지를 떠나 한 편의 장르 영화로서 신기전이 발사되기까지의 과정이 꽤 설득력 있게 풀려가기 때문이다. 흔한 말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볼만한 추석 영화로는 제격이다.9월 4일 개봉/134분/15세 관람가◇= 소지섭과 강지환의 대결. 아마도 두 배우의 팬들이라면 무척 흥미로울 것이지만, 아직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자리를 만들지 못한 두 배우의 격돌이기에 그 외의 관객들에게는 특별히 구미를 당기게 하는 요소가 없다. 사실 제목도 어딘가 아리송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추천 여부를 묻는다면 ‘강추’다.깡패보다 더 난폭한 배우 장수타(강지환 분)와 한때 배우를 꿈꿨던 깡패 이강패(소지섭 분)가 한 영화에서 만난다. 상대배우를 폭행한 수타가 궁지에 처하자 우연한 기회에 강패가 영화에 투입된 것. 그런데 강패는 영화에서 직접 싸워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영화에서 실제로 싸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생생하고 긴박감 넘치는 대결도 볼만하지만, 허구인 영화와 실제 현실이 겹쳐지면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내면도 꽤 흥미롭다.카메라가 돌아가는 것을 기준으로 진짜와 가짜가 나누어지는 영화 현장의 웃지 못할 뒷모습도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그렇게 그냥 흔한 액션영화라고 넘겨짚기에는 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것. 그 사이에서 영화 속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의 코믹 연기는 영화의 진짜 백미라고 할 만큼 큰 웃음을 자아낸다.9월 11일 개봉/113분/18세 관람가=‘맘마미아!’는 이미 뮤지컬로 매진 사례를 기록했던 감동의 드라마다. 국내에서 뮤지컬 500회 공연의 대기록에도 동참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아마도 이번 추석 연휴를 손꼽아 기다릴지도 모르겠다. ‘맘마미아!’는 결혼식을 앞둔 소피(아만다 시프리드 분)가 자신과 함께 입장할 아버지를 찾기 위해 아버지로 추정되는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 분)의 세 남자를 한꺼번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맘마미아!’를 얘기할 때는 무엇보다 아바(ABBA)를 빼놓을 수 없다. 뮤지컬이 그랬던 것처럼 영화 역시 그룹 아바가 발표한 음악만으로 스토리를 만들어 완성됐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혀 지루함 없는 노래의 향연인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오리지널 뮤지컬 감독인 필리다 로이드가 감독을 맡고, 아바의 실제 멤버 베니 안데르손과 비요른 울바에우스가 음악과 총 제작 지휘를 맡았다는 것도 확실한 보증수표다.메릴 스트립은 언제나 훌륭하고 콜린 퍼스, 피어스 브로스넌 등 배우들도 직접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이 담아낼 수 없었던 유려한 그리스 실제 로케이션은 또 어떤가. 이보다 더 멋질 수 없는 풍경이 아바의 노래와 함께 펼쳐진다.9월 3일 개봉/108분/12세 관람가= 추석 영화는 무조건 코미디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울학교 이티’는 보기 좋은 정답이다.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시리즈를 비롯해 해마다 추석 연휴를 지배했던 한국 코미디 영화들의 명맥이 올해는 ‘울학교 이티’로 이어진다. 요즘 TV와 영화를 오가며 맹활약하고 있는 김수로가 차승원의 ‘선생 김봉두’에 도전했다고나 할까. 체격 좋고 웃음소리 한 번 호탕한 두 배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몸짱’ 체육 선생 천성근(김수로 분)은 정말 공만 차며 제멋대로 살아가는 ‘철밥통’ 선생이지만 체육 선생을 자르고 영어 선생을 대신 데려오려는 학교 결정에 직면하고는 영어 교사 자격증에 도전한다. 여권도 없고 외국인과 가벼운 인사조차 나눠본 적 없던 한 남자가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영어에 매달리는 모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날이 갈수록 영어공화국이 돼가고 있는 상황 앞에서 김수로의 처지는 포복절도할 웃음을 안겨주지만, 한편으로 가족들 모두 모인 추석 때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한다. 그래도 뭐 심각할 건 없다. 시시한 말장난에서부터 와이어를 동원한 몸 개그까지 김수로의 화려한 원맨쇼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다. 그야말로 부담 없다.9월 11일 개봉/120분/15세 관람가=‘다크 나이트’의 흥분이 서서히 사라져가는 지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는 주춤해졌지만 그 마지막은 아마도 네티즌들에게 ‘케서방’이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방콕 데인저러스’가 될 것 같다. 팡 브러더스의 동명 영화 ‘방콕 데인저러스’를 영화화한 것이기에 국내 관객들에게는 좀 더 친숙하다. 게다가 그냥 리메이크 판권을 판 것이 아니라 직접 팡 브러더스가 할리우드 자본으로 자신의 옛 영화를 다시 연출한 것이기에 완성도를 보증한다.용병 출신의 킬러 조(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방콕을 움직이는 권력자 4명을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어느 순간 자신에게 임무를 맡겼던 보스가 오히려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태국의 밤거리를 질주하는 액션은 더할 나위 없이 할리우드적이다. 팡 브러더스가 예산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과거의 장면들을 이제야 실현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렇게 ‘방콕 데인저러스’는 태국이라는 이국적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영화지만 고독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니콜라스 케이지가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백인이 오직 그 하나뿐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화 촬영 중 태국에서 실제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자칫 이 영화는 태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9월 11일 개봉/100분/15세 관람가<공연>= 인기리에 방영됐던 이영애 주연의 MBC 드라마 ‘대장금’을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경희궁 숭정전에서 뮤지컬로 만날 수 있다. ‘고궁뮤지컬 대장금’은 장금이 수라간 생각시에서 의녀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54부작 대하드라마를 1시간 40여 분의 무대예술로 재탄생시킨다.에피소드 형식이었던 드라마보다 실제 역사를 더욱 비중 있게 반영하기 위해 드라마에 없는 조선의 혁명가 조광조를 주요 인물로 추가했다. 계급사회에서 천민 장금이 정삼품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으로 능력 위주의 실리주의 사상을 설파했던 조광조의 개혁 사상을 덧붙여 장금의 성공 스토리에 힘을 실어준 것. 드라마에서 장금이와 대결 구도에 놓여 있던 금영이나, 장금에게 늘 힘이 되어 주던 덕구·덕구처를 아쉽게도 만날 수 없다.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했던 생각시들의 요리 장면은 뮤지컬의 특성을 살려 도마 소리 등 청각적인 효과를 통해 표현할 예정이다.조선시대 복식을 재현하지 않고 실루엣과 색감 등에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한 의상을 통해 관객들은 전통과 현대의 색다른 조화에 눈이 즐거울 수 있다. 4인 이상의 가족이라면 추석맞이 10% 할인 예매가 가능하고 한복을 입은 관객에게는 할인 혜택을 준다니 차례를 지낸 후 고궁으로 나들이를 나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9월 5~30일/ 경희궁 숭정전/ (02)738-8289= 배우 진 켈리와 가수 올리비아 뉴턴 존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던 1980년대 영화를 뮤지컬로 옮긴 ‘제너두’는 30~40대 부모 세대에게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10대 자녀에게는 슈퍼주니어의 강인과 희철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는 기회를 선사해 준다.지난해 6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후 인기리에 공연 중인 ‘제너두’는 신의 세계 올림푸스에서 지구를 찾아온 여신 키라가 예술가를 지망하는 청년 소니를 만나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고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연명인 ‘제너두’는 키라와 소니가 만든 롤러스케이트장의 이름. 출연 배우 대부분이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무대에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1980~90년대를 풍미했던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O)’의 귀에 익은 히트곡들과 올리비아 뉴턴 존이 불러 인기를 얻었던 ‘제너두’와 ‘매직’ 등의 노래들을 뮤지컬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무대 위에 마련된 객석 ‘제너두석’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관객이 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돼 있으니 눈여겨보자.9월 9일~11월 23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02)745-5570=‘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기다려요.’ 인생을 빨래에 빗대 부르는 노랫말이 인상적인 뮤지컬 ‘빨래’는 서울 변두리 달동네에 사는 소시민들의 고단하지만 희망찬 삶을 따뜻하고 정감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직장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다가 연휴 동안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관객이라면 좀 더 가슴이 뭉클해질 수 있는 작품이다.반지하방에 사는 스물일곱 살의 서점 직원 서나영이 이웃집 몽골 이주 노동자 솔롱고를 만나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가 중심인 뮤지컬 ‘빨래’는 산동네 셋방살이 인생들을 빨랫감을 빨아 말리듯 유머와 정겨움으로 산뜻하게 세탁해 미소를 자아낸다. 곰살가운 희정 엄마의 애교에 한바탕 크게 웃다가도 장애를 가진 딸을 돌보며 사는 주인 할머니의 진한 모성애에 눈시울을 붉히게 되는 ‘빨래’는 창작 뮤지컬로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추석 기간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으니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8월 29일~9월 28일/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 (02)6083-1775= 나폴레옹이 등장하는 전쟁판이 어느 순간 평화로운 놀이동산으로 변신해 있다. 무대 전체를 화폭 삼아 즉석에서 예술을 탄생시키는 ‘드로잉 쇼’는 무대 위에서 마치 마법처럼 그림을 펼쳐 보이며 관객들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넌버벌 퍼포먼스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마술쇼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그림이 아닌 그림 그리는 과정을 무대에 보여주는 배우들은 90여 분 동안 다비드의 대작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을 비롯해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등 10여 개의 그림들을 탄생시킨다. 경쾌한 음악에 맞춰 그려지는 그림들은 매회 객석 분위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조명과 특수 효과에 의해 다채롭게 변화돼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드로잉 쇼’는 멈춰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전시하지 않고 공연하는 미술을 보여준다.7월 11일~9월 30일/ 대학로 질러홀(드로잉쇼 전용관)/ (02)766-7848= 지난 6월부터 오픈 런으로 공연 중인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미용실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코믹 추리극이다. 손님으로 분한 배우들은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에서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하며 미용실 안을 분주하게 오간다. 이곳에서 갑작스러운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모든 배우들은 사건 현장의 용의자로 심문받게 된다.이때 모든 사건을 지켜본 관객이 사건의 용의자를 직접 심문하고 범인을 ‘선택’한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매회 범인이 달라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이자 매력. 온 가족이 합심해 ‘쉬어 매드니스’의 범인 찾기 게임에 참여해 보자. 집에서 TV를 통해 보는 추리영화 이상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9월 공연 전석 1만5000원.6월 6일~오픈 런/ 대학로 예술마당 2관/ (02)501-7888<도서>◇=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 세 가지는 무엇일까. 만약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말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이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공식이 낡은 공식을 뒤집고, 신이론이 구이론을 전복시키는 것은 어느 학계에서나 당연한 일. 하지만 경제학 분야에서 이론의 부침이 더욱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우리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책은 창발적 아이디어의 힘이 인류의 경제적 진보를 이끈다는 ‘신성장 이론’의 탄생을 그려낸다. 그렇다고 딱딱한 이론서는 아니니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을 듯. 오직 평생을 경제학에만 매달린 사람들의 이야기, 그중에서도 ‘스미스의 딜레마’를 풀어내며 성장경제학자들은 물론 경제학계에 커다란 숙제를 안겨준 폴 로머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자기계발서’ 적인 성격도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경제 칼럼니스트로 일해 온 저자의 필력이 페이지를 쉽게 넘기게 한다. 300년간 축적된 경제학의 역사와 현실의 우리 사회를 속도감 있게 담아낸, 품격 있는 논픽션.데이비드 워시 지음/김영사/712쪽/3만2000원◇= 애플의 스티브 잡스, DNA의 나선구조를 밝힌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 현대 미술의 거장 피카소, 바비 인형을 만든 루스 핸들러, 인쇄술을 발명한 구텐베르크. 이들은 모두 인류의 역사에 있어 굵은 족적을 남겨온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 지점이 ‘스마트 월드’가 탐구하는 곳이다. 패러다임을 바꾼 위대한 창조자들과 독창적인 제품들을 통해 창조성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 해결의 열쇠는 바로 ‘네트워크 과학’이다.거장들의 창조성은 한 개인의 천재성이 아닌 사회적 네트워크의 통합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책은 비즈니스와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창조적 도약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제목인 ‘스마트 월드’가 뜻하는 것은 그렇게 네트워크화된 유기체적 아이디어가 만나는 공간, 다양하고 때론 생각도 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들이 불꽃 튀며 발화하는 지점이다. 창조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해 주는, ‘창조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위한 지침서.리처드 오글 지음/리더스북/504쪽/2만 원◇= 현대사회에서 창조성이 요구되는 곳은 비단 예술 분야뿐만은 아닐 것이다. 개발자에게도, 마케터에게도, 자기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에게도 창조성은 살아남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된 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말라버린 창조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마트 월드’가 창조성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라면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은 일상을 창조적으로 변모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이른바 ‘일상 예술화 전략’ 놀이를 통한 창조 과정을 예술, 철학, 종교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탐구하는 책은 미켈란젤로, 바흐, 윌리엄 블레이크, 쇤베르크, 베토벤, 피카소, 브람스 등 역사 속 위대한 예술가들이 남긴 다양한 명언과 사례, 즉흥음악 연주자로서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의 일상을 즐거운 놀이로, 흥미로운 영감이 가득한 예술로 바꿀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한다. 물론 일상에서 굳이 예술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특히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의욕도 없는데 놀이는 무슨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스티븐 나흐마노비치 지음/에코의 서재/253쪽/1만2000원◇=이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하루에 14시간씩 일하며 1년에 4만 달러를 벌던 남자가 1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한 달에 4만 달러를 번 이야기.’ 언뜻 다단계 업체의 홍보 문구 같은 얘기이지만 저자 티모시 페리스에 의하면 엄연한 사실이란다. 자신이 바로 그 주인공인 것. 그렇다고 운 좋은 남자가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 책은 아니다. 놀랍게도 책에는 1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백만장자처럼 사는 단계별 실전 지침이 가득하다.물론 우리 사회와 비교 불가능한 지점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진정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원하지 않는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 자기의 삶은 자기가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 결국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도무지 믿을 수 없다고? 친절하게도 그런 이들을 위해 책의 첫머리에 ‘FAQ-의심스러운 자들은 읽을지어다’라는 장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쯤 되면 속는 셈 치고라도 읽어볼만 하지 않은가. 저자의 인용구도 가슴을 친다.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는 사람은 상상력 부재로 괴로워한다.” 혹시 우리는 습관적으로 회사에 가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하면서, 너무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티모시 페리스 지음/부키/412쪽/1만3800원◇=‘GO’ ‘플라이 대디 플라이’ 등의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랑받았던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작. ‘태양은 가득히’ ‘정무문’ ‘프랭키와 자니’ 등 추억의 영화들을 매개로 그려지는 다섯 편의 이야기를 수록했다. 주로 활기 넘치는 젊음의 좌충우돌을 그렸던 전작에 비해 한층 깊어지고 느긋해진 작가가 담고 있는 것은 바로 관계. 커다란 사건이 없어도, 멋 부리지 않은 채 담담히 쌓여 가는 관계 속에서 가슴 떨리고, 아련하고 때론 먹먹한 감정이 드는 것은 작가 스스로 작중 인물의 입을 빌어 말하는 ‘이야기의 힘’이다.“이야기는, 개똥같은 현실이 강요하는 결말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지. 언젠가 현실은 이야기의 힘 앞에 무릎을 꿇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진짜 사실이 될 거야!” (본문 중에서)별다른 기교 없는 작가의 이야기는, 기억 속 첫사랑처럼 순진하고 또 투박해서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종국에는 그 모든 것이 진심임을 깨닫고 눈시울을 붉히게 될 것이다.가네시로 가즈키/북폴리오/444쪽/1만2000원글=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주성철 씨네21 기자 kinoeyes@hanmail.net정세원 더뮤지컬 기자 sewon79@naver.com금정연 알라딘 경제·경영도서 MD stereo@aladd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