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 거제

한국에서 1인당 소득이 2만5000달러(2006년 말 추정), 주택보급률은 103.1%, 1.1가구당 1대씩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도시는 어디일까. 주인공은 국내에서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인 경남 거제시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아래로 추락한 요즘, 거제는 경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 전체에 돈이 넘쳐난다. 조선업의 장기 호황으로 연내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도시 전체가 활기에 넘친다.거제시의 성장 동력은 수년째 계속돼 온 조선업의 호황에서 비롯됐다. 이미 지난해 10월 인구가 20만 명을 돌파했고 인구 유입이 매달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거제 인구는 지난해 월평균 인구 증가 폭이 500명 정도였으나 올 들어 1000명을 넘어서 현재 주민 수가 21만 명에 이른다”며 “대부분이 조선업과 관련해 종사하고 있다”고 전했다.시민들의 주머니가 넉넉하다 보니 지역경제도 활기차다. 각종 금융 회사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서는 고액 자산가들을 겨냥해 프라이빗 뱅킹(PB)센터까지 등장했다. 지방에서 부산 대구 등 광역시 도심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이곳에선 이제 일상이 돼버렸다.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지만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해 거제는 대형 주택 건설 업체들 사이 가장 인기 있는 사업지 중 한곳으로 꼽힌다. 상당수가 1980년대 지어진 임대 아파트인데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값도 꾸준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지난 4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거제(14.5%)는 통영(15.4%) 다음으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지역 경기가 호조를 띠자 정부도 개발에 발 벗고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남해안권 발전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다. 부산 경남 전남에 걸쳐 있는 남해안을 관광·물류·산업의 중심 지역으로 개발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법이 지난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는 여수엑스포가 개최되는 2012년까지 이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물류·산업의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남해안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경남도가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도 거제로선 플러스 요인이다. 경남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남해안 프로젝트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친환경 남해안 발전종합계획 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말께 종합적인 밑그림이 나오면 경남도는 이를 국토해양부에 제출해 최종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남해안은 여수를 중심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다도해국립공원을 한데 묶는 거대한 관광지와 제철 조선 화학 물류 등의 유기적으로 구성된 관광·산업 클러스터로 탈바꿈하게 된다.이 밖에도 거제에는 대규모 사업이 많이 예고돼 있다. 산업 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제2, 제3 연륙교 건설을 준비 중이다. 경남도는 마산시 구산면과 거제시 장목면을 연결하는 길이 25.6km의 가칭 ‘이순신대교’를 민자 사업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2011년 착공에 들어가 2018년 준공되는 이순신대교는 마산~창원 간 거리를 현재 76km에서 35km로 줄이는 것은 물론 소요 시간도 40분가량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산과 연결됨에 따라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부산 가덕도와 연결되는 가거대교 역시 눈길을 끈다. 이 대교는 부산과 경남 바닷길을 잇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교량 길이나 경제 효과로 볼 때 가장 주목받는 사업이다. 2004년 착공에 들어갔으며 현재 5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10년 말 완공되면 부산에서 거제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 3시간대에서 50분 이내로 줄어든다. 정부는 부산 신항과 서부산권 부산경제자유구역, 거제조선공단 등을 연결하는 가거대교 건설로 한해 4000억 원 이상의 물류비가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정부가 서비스 수지 개선을 위해 관광산업을 대대적으로 손볼 계획임을 밝힌 것도 거제시 입장에선 플러스 요인이다. 해양관광 개발과 관련한 종합적인 규제 개선 방안을 9월 말까지 수립하며 10월 말까지는 해당 지자체와 합동으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서 경남도가 마산~거제를 잇는 다리의 이름을 이순신대교라고 명명한 것도 정부가 추진 중인 장기발전계획과 연관 지을 수 있다.지역 경제가 호황을 기록하자 거제시도 불어난 세수를 지역개발에 모두 쏟아 부을 태세다.거제시는 지난 6월 거제시 고현항 앞바다에 친환경적인 인공 섬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중공업과 인공 섬 개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워터프런트시티(Waterfront City)’로 이름 붙여진 인공 섬에는 2012년까지 5500여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거제시는 고현여객선터미널 앞바다 49만여㎡(옛 14만8260평)를 매립, 전체 47%는 상업용지로, 53%는 수변테마공원 등 공공용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인공 섬은 육지와 50m 떨어져 6개의 교량으로 연결된다.이 밖에 연 10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포로수용소 유적공원에 세계평화미래관, 4D특수영상관, 야외병영체험시설 등을 건설하고 해양 마리나공원, 해양낚시터공원, 어촌생태공원 등 테마파크 조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오는 2011년까지 아쿠아리움, 골프장, 객실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 레저 리조트 건설도 준비 중이다.이 같은 계획들이 알려지면서 거제시 땅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조사한 전국 지가 변동률 자료에 따르면 거제시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0.24%의 상승률을 기록해 경남도 평균치(0.22%)보다 약간 높았다. 연초 비교해 다소 하락했지만 경남도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땅값 상승세가 높다.시청 이전으로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신현읍은 현재 거제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수월동에는 GS건설이 짓는 자이와 포스코 더샵 아파트가 내년 2월 완공 목표로 한창 공사 중이다. 2년 후면 수월동은 3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신한다. 행복한공인 조송현 대표는 “대부분 대우와 삼성중공업 등 조선 업계 종사자들”이라며 “모든 평형대 아파트가 1000만 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고 전했다. 조선 업종 호황으로 20~30대 인구가 늘어나면서 원룸 등 소형 평형 집값도 조금씩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아파트 값도 66㎡(옛 20평) 정도의 중소형이 주도하는 형국이다. 일부 지역은 소형 주택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장승포동 한신부동산 관계자는 “신혼부부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이 때문에 요즘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다가구로 짓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인근 장평동은 다음 달 입주하는 주공을 비롯해 아파트 단지들이 하나둘 주민을 기다리고 있거나 한창 마무리 공사 중이다. 대우해양조선 근처의 아주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대형 콘도 설립도 추진 중이다. 하청면 유계리, 소동리 일대에는 메이페어 리조트와 거제마린레포츠 등 대형 콘도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관광 휴양 도시로서의 야침 찬 변신도 기대된다. 이뿐만 아니라 거제시의 호황은 인근 통영, 사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송창섭·MONEY 기자 realsong@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