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타급’ 사내 모델들

신문이나 인터넷을 보면 증권사가 판매하는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상품이나 고객 대상 이벤트 혹은 서비스 등을 홍보하는 사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려한 외모로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들은 대다수가 바로 ‘증권사 직원’, 즉 사내 모델들이다.우리투자증권 업무개발팀 정혜미 씨 역시 회사의 마케팅에 한몫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그녀는 우리투자증권에서 대표 상품으로 ‘밀고’ 있는 옥토랩, 옥토CMA 등 옥토상품군의 전담모델이다.정혜미 씨가 이 상품군을 전담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찍힌 사진 한 컷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 금융사에서 사내 모델이 찍는 사진의 구도는 천편일률적이다. 아름다운 모델이 똑바로 서서 상품 이름이 담긴 패널을 한 손에 들고 활짝 웃는 게 전부다. 하지만 정 씨가 촬영했던 옥토CMA 상품의 사진은 증권가에 화제를 불러왔을 만큼 파격적이었다.상품명이 적힌 패널 옆에 옥토CMA를 상징하는 문어 인형을 놓고 정 씨가 문어 인형을 오른손으로 쓰다듬으며 왼손은 그녀의 볼에 대고 있는 것. 고개도 갸우뚱하고 표정도 웃는다기보다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한경비즈니스 660호 48쪽 참조). 정 씨는 “사실 설정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진을 찍는 동료 직원과 장난을 치다가 나온 컷이었다”고 말했다.하지만 사진을 본 대다수가 이 사진을 베스트 샷로 꼽으면서 공식적으로 홍보 자료에 쓰이게 됐다. 정 씨는 “창피해서 제발 이 사진만은 쓰지 말아달라고 했지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그녀는 “옥토CMA가 총 24조 원어치나 팔렸으니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았나 보다”며 활짝 웃었다.그녀가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한 건 2006년이다. 입사하고 며칠 뒤 그녀의 ‘남다른 자태(?)’를 눈여겨본 파트장이 그를 홍보실에 추천하면서 사내 모델을 시작하게 됐다.사실 그녀는 수줍은 편이다. 취재를 위해 회사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직원들이 그녀를 알아보자 얼굴이 발갛게 변할 만큼 부끄러워했다. 또 그녀는 “우리투자증권이 증권사 중에서 여성 사원이 가장 많은 만큼 나보다 훨씬 예쁜 분들이 많다”며 겸손해 했다.하지만 자신의 비전과 목표는 똑 부러지게 말했다. ‘고객의 자산을 잘 관리해 줄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가’가 바로 그녀의 목표다. 그녀는 이 목표를 위해 현재의 부서에 왔고 진정한 영업 인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종 금융 자격증을 따기 위해 착실히 준비 중이다.그녀는 사내 모델 일로 여러 직원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그렇듯 우리투자증권 입사 후 ‘행운’의 연속”이라면서 “앞으로 이 행운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얼마 전 한 증권가 정보지(일명 지라시)에 몇몇 증권사 사내 모델의 미모를 투표로 평가한 정보가 돌았다. 물론 읽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린 정보겠지만 아무래도 경쟁 관계에 있는 증권사 직원들은 은근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우증권 홍보실 관계자는 “우리의 ‘에이스’가 빠진 그 조사의 결과는 용납할 수 없다”며 웃었다. 대우증권 CEM팀 김건희 씨가 바로 그 빠져 있던 에이스다.누군가를 한 단어로 평가하는 일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한 날에 세 사람을 차례대로 인터뷰하다 보면 아무래도 머릿속에 어떤 인상이 남게 마련이다. 우리투자증권 정혜미 씨가 ‘선하고 청순하다’는 느낌이라면 김건희 씨는 ‘발랄하고 똑 부러지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사진 촬영을 할 때 비가 내렸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길어지는 촬영에 짜증낼 법도 하지만 김건희 씨는 오히려 사진 기자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건네며 밝게 웃고 있었다.입사 10년 차인 그녀가 사내 모델을 시작하게 된 때는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대우증권에서는 1년에 한 번 사내 모델 선발 대회를 한다. 선발된 모델은 대우증권의 새해 인사 모델로 각종 매체에 등장한다. 김건희 씨는 바로 이 대회에서 뽑혀 활동을 시작했다.그 후 2007년 지역본부에서 본사로 발령이 나면서 ‘본격적’으로 각종 매체에 등장하게 됐다. 스스로 김 씨의 팬이라고 밝힌 한 직원은 “김 씨의 경우 미모도 미모지만 자연스럽게 잘 웃는 모습이 사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오랫동안 고객과 맞상대해 온 연륜이 묻어나기 때문일까. 김 씨가 가진 자연스러운 ‘명품 미소’ 덕분에 그녀의 사진은 후배 사내 모델들에게 일종의 표준이 됐다. 사실 그녀 말고도 대우증권에는 몇몇의 사내 모델들이 있다. 하지만 대우증권에서는 그녀의 사진을 가지고 웃는 모습을 교육한다고 한다.김 씨는 사내 모델 활동에 대해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함께 웃어가며 일을 하는 것이 회사 생활의 작은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나름대로의 은퇴(?)도 생각해 보는 중이다.하나는 고객들이 같은 얼굴이 계속 나오면 식상해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또 다른 하나는 자신 외에도 보다 여러 사람들이 사내 모델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녀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는 사내모델이 적격이다”며 “내 경우에도 회사 홍보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내 직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또 이참에 이제까지 알음알음으로 진행되던 사내 모델 제도를 공식화해 보는 건 어떨까 하는 제안도 내놨다.이제 서울 생활 1년 반.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오히려 자신에게 충실해지는 것 같다는 그녀는 “올해가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증권사에 다니면서 영업에 대한 욕심은 누구든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이제는 ‘증권사 영업인’이라는 꿈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예전부터 꿈꿔 왔고 어느 정도 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사 근무 2년차를 맞는 올해가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삼성증권 최현아 주임은 ‘단아하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전체적인 선도 가늘고 목소리도 차분하고 조용하다. 하지만 기사를 위한 사진 촬영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종로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부담스러워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메이크업 공부를 하는 친구를 위해 모델을 서 준 적도 있는 ‘아마추어 모델’ 출신이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최 주임이 보도용 상품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삼성증권 상품 사진이 신문에 더 자주 등장한다”며 “상품 사진뿐만 아니라 회사의 여러 이미지 컷 등도 그녀의 몫”이라고 말했다.지난 2005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최 주임 역시 입사 초기부터 사내 모델로 활동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리서치지원 파트장이 그녀를 홍보실에 추천한 것. 이후 몇 장의 보도용 상품 사진이 신문에 게재되자 홍보실에 직접 문의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예인으로 치면 ‘뜬 것’이다.이 때문에 삼성증권이 아닌 삼성투신운용에서도 그녀에게 촬영을 부탁한 적이 있다. 계열사에도 꽤 알려졌다. 얼마 전엔 삼성전자에 다니는 초등학교 친구가 사진을 보고 연락해 왔다고 한다.물론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다. 삼성증권은 상품 홍보용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 아니다. 아무리 사내 모델이라도 직원 개인의 업무 시간을 빼앗는 걸 자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6개월에 한 번 정도 예정된 상품을 몰아 찍거나 이미 찍은 사진에 신상품명을 합성해 다시 활용한다. 최 주임은 “이러다 보니 3년 전 사진이 나와 당황스러운 적이 있다”라며 “다시 보니 그때만 해도 참 젊더라”라며 웃었다.그녀는 “자기 관리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7시 출근 7시 반 퇴근의 고된 근무에도 헬스나 요가를 1주일에 3회씩 거르지 않고 하고 있다. 또 입사 후엔 컴퓨터 실력을 늘리기 위해 MOS 자격증도 땄다.최 주임은 어릴 적부터 남을 돕는 일이 좋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리서치 지원 파트의 업무도 적성에 잘 맞는다고 했다. 여기에 회사의 마케팅을 도울 수 있는 사내 모델 역할까지 할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회사 생활이 단순할 수 있는데 이런 활동이 좋은 자극제가 된다”며 “불러줄 때까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우리투자증권 정혜미대우증권 김건희삼성증권 최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