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대응책

위기에 잘 대응한 기업은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비록 죽지는 않더라도 그 상처가 너무 커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두산 페놀 유출 사건의 경우 초기에 신속하고 진실하게 대응했으면 비용을 10분의 1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LG 역시 밥솥 폭발 사건 당시 담당자들이 좀 더 진솔하고 신속하게 리콜 조치했으면 최고경영진의 위기 선언에 이어 리콜하겠다는 방송 광고까지 내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광우병 괴담에 독도 괴담 같은 루머에 일본의 독도 발언, 북한군의 우리 관광객 총격 살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에 국론 분열과 신뢰를 자초한 면이 크다 할 수 있다.최근 기업의 경우 PL법(제조물 책임제도)이나 집단소송제, 네티즌들의 온라인 공격 등으로 제품의 결함에 대해 행동하는 소비자로 인해 경영이 많이 위축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보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노조의 파업 시위, 내부 직원에 의한 기술 유출, 퇴직 직원들에 의한 내부 비리 고발, 오너들의 검찰 소환에 따른 경영 차질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위기는 사회가 발전할수록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그러면 이런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할까.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신속성의 원칙이다. 모든 위기는 그 파급효과가 빛의 속도다. 이러할진대 대응하는 조직이 의사결정이 늦거나 위기가 마무리되도록 기다린다면 그 피해는 제곱으로 커질 것이다.둘째, 일관성의 원칙이다. 일관되지 못하게 대응하면 피해자나 이해 관계자들이 진심을 믿지 않으려 할 것이며 이러한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란 난망한 일이다. 셋째로 개방성의 원칙이다. 과거 많은 사건을 볼 때 위기가 생기면 몇몇 간부만 모여 쏙닥거리며 자세한 사건 경위조차 직원들이나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건 절대 안 될 일이다. 사건 발생 즉시 사건의 경위를 국민에게 알리고 사과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면할 수 있다.넷째, 진실성의 원칙이다. 화를 일시적으로라도 면하기 위해 사실을 은폐하거나 누락하거나 오도할 경우 역시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최소한의 동정을 바라는 것조차 포기하는 것이 된다. 다섯째, 공감성의 원칙이다.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국민의 바람과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이 역시 국민들의 동의를 받기는 힘들다.이런 원칙들은 사실 현실에서는 무시되기 일쑤다. 우선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생각에 차분하게 원칙에 충실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피해의 최소화라는 위기관리의 목표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다음은 우리가 위기에 대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전 예방적으로(proactive) 준비하고(prepared) 훈련되어(practice)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전 예방적이란 우리에게 어떤 위기가 있을 수 있는지 예상해 보고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최고경영자(CEO)에서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항시 위기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다음으로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 대응 매뉴얼 같은 것을 만들어 대응 조직, 대응 논리. 심지어 내부 비상연락망과 담당 기자, 공무원 같은 외부 관계자들의 연락처도 미리 구축해 둬야 위기 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준비된 계획 하에 꾸준히 훈련해야만 실전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세밀한 매뉴얼을 갖추고도 막상 위기가 닥쳤을 때에는 매뉴얼을 어디에 두었는지,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위기 대응 조직을 실제로 가동해 보고 각각의 공중들 즉, 피해자는 누가 담당하고, 정부나 지자체 공무원은 누가 담당하고, 언론은 어떻게 대응하는지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심지어는 대변인을 미리 선정해 언론 브리핑 요령을 미리 터득하게 해 놓는다든가 하는 것도 귀찮은 일일 수 있으나 막상 위기 시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사실 기업들이 기자회견이라는 것을 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 본 적도 없는 임원을 내세워 기자들에게 곤욕을 치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여기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위기 시 언론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언론 대응 요령을 미리 터득해 둘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아고라 등 네티즌들의 촛불 시위에서도 보듯이 TV나 신문 같은 매체 외에도 온라인 대응 요령에 이르기 까지 꽤 세밀한 대응 요령을 갖춰 놓아야만 언론의 질타를 그나마 견딜 수 있을 것이다.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조직들은 매뉴얼을 구비해 놓은 경우는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복잡해지는 사회일수록 위기의 경우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매뉴얼쯤은 갖추는 게 좋다. 결국 위기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사전에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만약 위기가 발생했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은 유형의 재산을 지킨다는 의미다. 몇 십 년 기업을 하면서 쌓아 놓은 자산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어쩔 수 없이 닥쳐오는 위기일지라도 잘 대응하면 된다. 그리고 진실하게 소비자와 국민을 내 자식에게 일어난 사건처럼 생각하고 대응하면 된다. 이제 위기관리는 미리 해두면 좋은 사치가 아니라 반드시 해 둬야 하는 지속 가능 경영의 필수 조건이다.1)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회피하거나 정보를 숨길 경우 주변 정보원(경쟁사나 제3자, 혹은 유언비어)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함으로써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2) 기사 마감 시간을 염두에 둬라 촌각을 다투는 기자의 특성상 오래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위기관리는 사건 발생 후 24시간 내가 가장 중요하며 최소한 24시간 내에 성명서를 발표해야 한다.3) 인용문을 철저히 관리하라 기자의 인용문이 과장되거나 왜곡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때문에 조직의 주요 입장은 유인물로 된 보도 자료를 배포하고 특히 최고경영자의 육성을 녹음하거나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후 주요 인용문을 다시 팩스나 e메일로 기자에게 전달해 정확하게 인용되도록 관리한다.4) 오보는 정정보도를 요청하라 보도 내용 중 오보나 부정확한 기사가 발견되면 위기관리 책임자가 담당 기자에게 사실 내용을 설명하고 정정을 요구하라. 정정을 거부할 경우 조직의 대표자 명의의 공문으로 다시 요청한다. 즉각적으로 정정보도가 나지 않더라도 후속 기사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치므로 필요하다.5) 기자를 먼저 이해하라 기자들의 특종 의식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커질 수 있다. 평상시의 개인적인 친분 관계를 믿고 나누는 사소한 말들이 기사화돼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6) 인간미 넘치는 미담 기사를 활용하라 위기가 발생하면 기자는 스트레이트 기사뿐만 아니라 사건 뒷이야기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진다. 따라서 위기 주변의 미담을 먼저 제공해 사실 위주의 딱딱한 뉴스를 순화하고 사건에만 집중되는 보도 방향을 다양한 앵글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고 시 사고 지역 주민들의 생존자 구출 휴먼 스토리를 제공해 사고 뉴스를 순화시킨 건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7) 모든 미디어를 동등하게 대우하라 매체를 차별할 경우 차별 받는 기자는 조직의 문제점을 캐는데 집중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행동이 유력 매체 기자의 눈에 띌 경우 위기는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퍼질 수 있다.8) 전문 용어는 쉽게 풀어서 제공하라 시간에 쫓기는 기자에게 전문 용어 남발은 오보 가능성을 높인다. 기자는 일반 독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를 선호한다.9) 외신 기자는 별도로 관리하라 외신 기자가 영어로 된 보도 자료를 받지 못했을 경우 국내 영자지 기사 논조에 영향을 받으므로 입장이 왜곡될 수 있다. 영어 능통자를 활용해 외신 기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10) 제3자 정보원(이해관계자)을 관리하라 위기 시 전문가 인터뷰 및 기고, 좌담회 등이 방송(게재)되는데 이들의 의견은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분야별로 전문가 집단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수시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조직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박재훈·박재훈PR컨설팅 대표 jaypark6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