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당초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두바이유 기준)가 되면 실행하기로 했던 1단계 고유가 위기관리계획(contingency plan)을 15일부터 시행하고 170달러로 예정됐던 2단계 대책도 150달러선에서 앞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수급 차질 시에만 동원할 생각이었던 민간 부문에 대한 강제적 에너지 절약 조치도 ‘배럴당 150달러’라는 유가 기준만 따져 실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따라서 두바이유 값이 150달러를 넘으면 민간 차량도 전국에서 강제 5부제 적용을 받고 심야 기간에 TV 방영이 금지되는 등 국민들은 전시에 준하는 불편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중앙정부(43개) 지방자치단체(272개) 교육청(199개) 공공기관운영법상 공공기관(305개) 등 총 819개 기관에 대해서는 15일부터 이미 강제적인 에너지 절약 조치에 들어갔다. 그 내용은 우선 공공 기관에 출입하는 승용차에 대한 홀짝제가 적용되고 관용차 운행을 30% 감축하는 한편 적정 실내 온도 기준 및 승강기 사용 제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그러니까 기존에는 냉방 온도를 섭씨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27도까지 1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아울러 지금은 4층 이상까지 운행하던 엘리베이터의 허용 층수를 5층 이상으로 높였다. 4층까지는 걸어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과천청사에서 4층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그렇잖아도 후텁지근한 사무실로 가기 위해 계단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걸어 올라가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정부는 국제 유가가 150달러를 넘으면 민간 부문에서도 승용차 요일제 전국 확대 및 강제 실시, 유흥업소 영업시간 제한, 목욕탕 찜질방 휴무일 지정 등 강제적인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민간에 대한 강제 조치 시행은 원래 기준이 170달러였는데 150달러까지 기준이 앞당겨진 것.2단계 대책 중 가장 핵심은 바로 민간 승용차 요일제를 전국에서 강제로 실시하기로 한 부분이다. 어떤 식으로든 민간 부문의 차량에 대해 자율이 아니라 강제로 운행을 제한하는 조치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홀짝제가 시행된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에는 서울에서만 실시됐고 목적도 에너지 절약이 아니라 올림픽을 관람하러 온 관광객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송용 유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주중 닷새 중 하루의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5부제가 전국적으로 실시된다.이 같은 조치로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5부제를 하니까 승용차 운행 대수의 5분의 1, 20% 정도가 줄어들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실제 승용차 운행 대수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20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 사회 여건 때문이다. 전국의 수많은 차량들을 일일이 다 감시해 위반 차량을 적발, 예컨대 딱지를 뗀다거나 과태료를 물리는 조치를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실효성을 담보할 제재 수단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이번 조치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국민들의 반발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홀짝제 요일제 등의 차량 운행 제한이 서울 중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경기도권 신도시처럼 대중교통 여건이 미흡한 지역에서 서울 지역으로 출퇴근용으로 쓰는 차량이나 영업사원 등이 생계용으로 운행하는 차량까지 운행을 막아서는 게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예고된 상황이다.대중목욕탕이 2주일에 한 번씩이라도 휴무일을 갖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나 심야 시간 TV 방송 제한도 마찬가지다. 목욕탕의 경우는 고유가로 비용이 늘어난 데다 여름철이라서 상대적으로 손님이 적기 때문에 업주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기가 상대적으로 쉬울 것이란 평가지만, 과연 ‘밤늦게까지 TV를 보지 말라’는 식의 제한이 21세기에 합당한 규제책인가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위성방송 케이블TV 등에서 24시간 방송이 나오는데 공중파만 제한하면 되는지도 의문이다.아울러 유흥업소 영업시간 제한이라든가 네온사인 끄기 등은 에너지 절약 대책이 나올 때마다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한 것인데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소비 침체를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차기현·한국경제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