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톰슨 블루프린트 그로스 인스티튜드 회장

이제 겨우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의 꿈은 하나다. 조기에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단기간에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창업을 해서 매출 1조 원의 상장 기업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2만분의 1에 불과하다. 로또만큼이나 희박한 이 성공 확률을 최소한 50% 정도로 높여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업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데이비드 톰슨 블루프린트 그로스 인스티튜드 회장은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단기간에 매출 1조 원을 기록한 상장 기업들에는 그들만의 ‘특별한 패턴’이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공통된 전략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전략을 소개한 것이 그가 2년 전 출간한 ‘블루프린트 컴퍼니’다. ‘뉴욕타임스’ ‘포천’ 등 유명 매체들이 앞 다퉈 관련 기사를 게재했을 정도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킨 책이다. 방한한 그에게 기업의 성장 전략에 대해 물었다.1980년 대 이후 상장된 미국 기업들을 조사해 보니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한 곳이 387곳이었습니다. 블루프린트 컴퍼니는 이들 기업을 가리킵니다. 중요한 것은 10억 달러의 매출 자체가 아니라 이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과 전혀 다른 성장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단기간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불어났습니다. 성장률이 거의 수직에 가까울 정도입니다.그렇습니다. 최근 5년간 전 세계의 ‘블루 프린트 컴퍼니’를 조사했는데 그중 13개가 한국 기업이었습니다. 이는 전체의 3%, 국가별 순위로는 9위에 해당합니다.블루프린트 기업이 매출 10억 달러에 도달하는 기간은 평균 4~5년 정도이지만 150년이 걸린 기업도 있습니다. 도달 기간은 제각각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은 모두 매출이 ‘급성장’하는 시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마치 비행기 같은 겁니다. 활주로를 달리다가 날아오르려면 충분한 속도와 기울기가 필요한 것처럼 블루프린트 기업이 되려면 그 성장세가 매우 빠르고 가팔라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활주로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입니다. 기업가들은 흔히 그렇고 그런 아이디어를 획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신의 아이템이 정말 ‘빅 아이디어’인지를 확인하려면 몇 가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아이디어를 팔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고객과 투자자가 그 아이템을 이해할 수 있어야겠죠. 고객의 니즈가 있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템에 관한 한 자신이 ‘최고’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모두 ‘예스’라면 빅 아이디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물론입니다. 성공한 기업의 많은 최고경영자(CEO)를 인터뷰했는데 한결같이 강조하는 게 성공 비결 중 영감의 비중은 10% 내외가 고작이란 겁니다. 나머지 90%는 땀으로 채워야 한다는 거죠. 특히 최대한 빨리 상품을 내놓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상품 개발자들은 완벽을 기하기 위해 보다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러다간 늦습니다. 완벽한 제품이 나왔다고 해도 시장은 이미 적기를 지났기 일쑤입니다. 부족하더라도 보다 빠르게 상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해야 합니다.중요한 것은 하나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 있다는 겁니다. 상품의 개발과 고객 발굴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그 제품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를 사랑하는 고객이 있습니다. 그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제품을 사용할 기회를 주고 그들의 의견을 들은 다음 제품에 반영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밟아야 합니다.크게 3가지를 제안하겠습니다. 우선 앞서 지적했듯이 상품 개발과 고객 발굴이 동시에 발생하게 해야 합니다. 구글이 대표적인데, 고객이 고객을 부른 경우죠. 도움이 되는 기업과 제휴를 맺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안살림과 바깥살림을 나눠서 해당 책임자를 따로 세우는 조직 구성도 효과적입니다. 다시 말해 최고 경영자를 기업 내부 관리를 맡을 사람과 영업이나 제휴처럼 외부 활동을 책임질 사람으로 구분하는 거죠. 배트맨과 로빈처럼 말입니다.서로 필요한 것을 채워줘야 합니다. 대기업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게 마련입니다. 반드시 ‘구멍’이 있습니다. 이 구멍을 채워줘야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라면 제휴가 성사될 수 없겠죠.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블루 프린트 컴퍼니’ 가운데 정보기술(IT) 기업은 전체의 18%에 불과합니다. 어떤 산업에서도 성장의 기회는 존재합니다. 의료나 소매업처럼 오래된 산업이라도 소비자들의 모든 니즈가 충족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시장을 쪼개고 쪼개보면 ‘빈틈’이 반드시 있고 이를 발견해야 합니다. 스타벅스를 보세요. 커피 시장은 대단히 오래된 시장입니다. 커피가 달라야 얼마나 다르겠습니까. 하지만 스타벅스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지 않았습니까.먼저 말할 수 있는 것은 대기업에 쉽게 따라 잡히는 제품은 ‘빅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진짜 빅 아이디어라면 두 가지로 대응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대기업보다 빨라야 합니다.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거죠. 두 번째는 대기업과 제휴를 맺는 겁니다. 대기업 입장에선 빈틈을 채울 수 있어 좋고 중소기업은 빠른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기본적으로 블루프린트 전략은 매출 10억 달러 이후가 아니라 매출을 10억 달러까지 빠르게 끌어올리는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라도 신사업 부서라면 블루프린트 전략을 활용할 여지가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대부분의 기업은 블루프린트 전략이 제시하는 7가지 성공 요인 가운데 2~3개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만약 5개 정도를 실천한다면 거의 무조건 성공한다고 믿습니다. 실제로 US팔콘이라는 회사는 이 전략을 적용한 후 매출이 2500만 달러에서 3억 달러로 급상승한 바 있습니다.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합니다. 그리고 똑똑하죠.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블루프린트 컴퍼니가 될 수 있는 ‘빅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합니다. 아직도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에너지나 의료 산업에선 기술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분야가 널려 있습니다. (노트북을 꺼내 놓으며) 더 가볍고 얇은 노트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댑터의 무게와 크기를 줄이는 기술도 시장성이 큽니다. 태양열 노트북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빅 아이디어를 내놓은 선진국 기업보다 더 큰 아이디어를 고안해야 합니다.데이비드 톰슨 회장은…1976년 캐나다 워털루대 전자공학과 졸업. 79년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대 MBA. 97년 노텔네트웍스 세일즈 부회장. 2001년 맥킨지앤드컴퍼니 어소시에이트 프린서펄(Associate Principal). 2006년 HP 글로벌 서비스 프린서펄. 블루프린트 그로스 인스티튜드 회장.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