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선발과 AC(평가센터) 방법 ⑨
지금까지 7회에 걸쳐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의 개념, 평가 기준, 그리고 평가 도구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평가센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오늘날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대다수의 경영 기법들은 전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가센터 또한 전쟁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은 공군 장교 후보생 선발 과정에서 집단 토론과 같은 다양한 실행 과제(Simulation)를 통해 조직적인 관찰과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이 방식으로 선발된 조종사들이 적군의 비행기를 격추시키는데 탁월한 성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한편 영국군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자국의 장교 선발 과정이 상류 계급에 편중돼 있어 비효과적이라는 사실과 진급 추천을 받은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진급 부적격자라는 것이 드러났다. 영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장교 선발 과정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장교선발위원회를 구성해 영국에 맞는 독자적인 선발 방안을 창안했다. 영국군이 적용한 내용은 실제 연습, 구두시험, 필기시험 등이었다.실제 연습은 주어진 과제를 통해 장교로서의 지도력 등을 평가하는데, 그중 하나는 응시자가 하사관을 면담하는 장교 역할을 하는 것을 관찰하고 지휘관으로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지 등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 연습을 포함한 모든 평가가 종료되면 각각의 평가자는 각 응시자가 보여 준 행동을 관찰한 결과를 근거로 보고서를 쓰고 복수의 평가자가 작성한 보고서를 한곳에 모아놓고 총괄 평가했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하면서 첩보원을 뽑는데 평가센터 방법을 사용했다. 적진 깊숙이 들어가 주요 목표를 타격하거나 기밀을 획득해야 하는 첩보원들을 선발하는데 실제와 유사한 지형과 상황을 주고 수행 결과에 따라 지원자들을 선발했다.전쟁이 끝나고 평가센터가 처음으로 기업에서 도입된 것은 미국의 AT&T다. AT&T에 새로 부임한 인사담당 임원은 업무를 파악하면서 그동안 관리자들이 어떻게 성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회사에 축적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외부 전문가에게 장기 연구를 의뢰한다. 인사담당 임원은 이 연구가 직원 선발 및 역량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장기 연구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관리자 성장 연구(Managerial Progress Study)다.연구팀은 우선 연구에 참여할 인원을 사내에서 광범위하게 모집하고 참여 인원들을 4개 그룹으로 분류해 일에 대한 능력과 의욕, 개인적인 특성 등 여러 요소들을 평가 기준(요소)으로 도출한다. 이러한 평가 요소들을 파악하기 위해 서류함 기법, 집단 토의, 비즈니스 게임, 응원 연습 등의 평가 도구를 결정하고 3일 동안 평가했다. 연구팀은 평가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20년 후 어느 단계까지 승진할 수 있을지 예측했으며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퇴사할 사람, 스스로 퇴직할 사람들까지 예측했다.1956년에 시작된 이 연구 결과는 1970년 초 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지에 발표되면서 평가센터(Assessment Center) 기법이 세상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AT&T의 사례는 평가센터의 표준이 되는 실행 과제들을 사용했고 모든 피평가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동일한 테스트를 받는 등 평가 방법론의 일관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평가센터 기법이 진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또한 승진이나 퇴사에 관련된 평가 요소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이 연구의 모델로 삼고 있다. 벨(Bell)은 실제 내부 관리자들을 평가하는데 AT&T가 적용한 평가 기법을 사용했으며 심리학 전공이 아닌 일반인도 일정한 교육을 받으면 피평가자가 보인 행동과 반응을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또 한 번 발전했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평가센터 기법은 1970년대에 소수의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했고 유럽과 일본 등도 도입했다. 1980년대에는 도입 업체 수가 1000여 개로 늘어났으며 오늘날에는 아프리카 기업에서 광산작업 반장을 뽑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지금은 인재 선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의 AT&T와 같은 기업이 하루 빨리 나타났으면 한다.국방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코리아리서치&컨설팅 전문위원. 한국경영컨설팅학회 이사. 포스코경영연구소 인재평가부문 자문위원(현). L&I 컨설팅 AC본부장(현). 이규환·엘앤아이컨설팅 AC사업본부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