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대한민국 상위 1%를 만든다.”‘강남식 교육’의 성과를 계층 효과적으로 바라볼 때 이 같은 세간의 시선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강남행 교육 이민’이 줄을 잇고, 이러한 현상이 부동산 값까지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라는 얘기도 재론할 여지가 없다.학부모들이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향하는 까닭은 좀 더 많은 사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다.세 살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다섯 살 때부터는 한 달 학비가 10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과 수학, 논술 학원에 다닌다. 영어와 수학은 두 과목으로 나눠 학원 강좌를 듣기도 한다. 예능과 체육까지 심지어는 20개씩 과외수업을 받기도 한다. 과목당 수강료는 20만~30만 원 정도, 대학 입시를 위한 논술 강좌는 한 달에 170만 원까지 내야 한다. 중학교 학부모들은 적어도 자녀 한 명에게 월 150만 원 정도의 학원비를 쓴다. 대부분 소득의 상당액을 사교육비에 쓰고 있다.하지만 단지 많은 돈을 들이는 식의 정량적 차원의 교육 투자가 강남식 교육의 키워드는 아니다.강남식 교육의 가장 큰 강점은 첫째로 학부모들이 변화되는 나라 안팎의 교육 제도와 정보에 대한 적응력과 이해도가 남다르다는 점이다. 보통 학부모들이 제도의 잦은 변화와 이로 인한 자녀 지도의 어려움을 탓하는 반면 강남 학부모들은 적극적 이해를 기반으로 자녀에게 변화된 제도 속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방법을 적극 강구한다.최근 새 정부의 영어인증시험 도입 방침 발표를 전후로 강남 학원가 등에서의 변화는 강남 학부모들의 적극성을 실감하게 한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계속 공부하는 것보다 1년 정도 유학을 가서 집중적으로 영어 공부를 한 후 귀국하자마자 영어인증시험에 합격하고 나머지 기간은 수능 과목에 전념하는 식의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고 한다.물론 자식보다 부모가 먼저 진학 정보, 유학 정보를 챙기는 것도 기본이다. 이들은 학업에 열중해야 할 자녀들을 대신해 학부모가 대학과목선이수제(AP)가 뭐고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이 뭔지 제대로 파악해야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강남의 정보력은 다른 말로 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각종 교육 관련 학부모 설명회에 다른 지역과 달리 아버지 그룹의 참여율이 높은 현상도 부모의 높은 참여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강남 지역과 함께 분당 정도가 높은 부모의 참여도라는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는 곳이다.조직 문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추고 사회의 빛과 그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아버지들의 교육 참여는 아이들의 진로 설정 시 현실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효과를 발휘한다.강남식 교육의 또 다른 강점은 글로벌 교육이 보편화돼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새 정부가 영어몰입교육을 표방하고 나섰을 때에도 ‘영어몰입교육’이 실제 가능한 곳은 강남뿐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100% 영어로 된 수업을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을 소화할 수 있는 곳은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과 단기 유학을 체험하며 교과서 중심의 틀을 벗어난 영어를 배운 강남지역 밖에 없다는 말이다.교육 전문가들은 강남 중에서도 특히 압구정과 청담, 방배동 등 최상류층 거주 지역에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차원과 프로그램의 ‘글로벌교육’을 받아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셋째로 빼놓을 수 없는 강남식 교육의 강점은 우수한 준거집단이다. 경제적 상류층이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강남에서 아이들은 부모가 가진 경제력을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 체험들을 시도하며 부모의 교양, 상류층의 행동 양식, 표준화된 언어, 인적 네트워크 등 문화적, 사회적 자본도 다른 지역보다 쉽게 습득할 수 있다.입체적으로 받은 사교육과 준거집단의 우수성이 맞물려 높은 교육 시너지효과를 만든다는 것은 불문가지다.다양한 강남식 교육의 특징은 상호작용을 하며 이제는 교육제도까지 좌지우지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부의 교육 자체를 변화시키는 추동력을 직접 생산한다는 얘기다.고액의 교육비가 있어야 하는 자사고, 특목고 확대 방침, 영어몰입교육, 학교 자율화 등 새 정부의 교육 정책도 강남 지역의 교육 수요와 맞물려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일례로 사교육 시장의 중심이 오프라인 학원 시장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으로 변화해 갈 때 가장 먼저 지자체 차원의 무료 온라인 수능 강좌를 개설한 것도 강남구다. 이후 나머지 지자체들도 앞 다퉈 강남구의 온라인 교육 모델을 본떠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니 교육 시장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을 가장 먼저 배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하지만 이 같은 진학률에도 불구하고 ‘강남식 교육의 힘’이 과대 포장됐다며 물음표를 던지는 이들도 적지 않다. 강남 지역 학부모들이 자녀 1명에게 쓰는 월평균 교육비는 150만 원가량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가구 월평균 27만 원에 비해 5배 이상 많은 액수다. 눈에 띄는 진학률처럼 객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효과’라는 기준으로 살펴볼 때 효용성이 충분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강남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여느 서구 선진국과 비교해도 고액의 교육비를 쏟아 붓지만 성인이 된 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는 경우는 드물다는 얘기다.둘째로 강남 아이들이 창의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강남식 교육의 큰 딜레마다. 외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 교사들은 한목소리로 “아이들이 정답 없는 문제는 다루지 못한다”고 지적한다.이런 까닭에 강남식 교육이 지식 기반 경제에 맞는 창의적 인재 배출과는 조응하기 어렵고 이 때문에 강남식 교육의 전국적 확대가 우리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는 없다는 국가적 차원의 우려도 나온다.가장 위험한 교육은 하나의 교육 방법을 대한민국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모든 선수가 골키퍼가 되거나 아니면 모든 선수가 공격수가 되려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평준화 교육이든 엘리트 교육이든 어느 하나에 올인한다면 반드시 실패한다. 포지션이 나눠져야 하듯이 사교육도 있고 공교육도 있어야 한다. 주입식 교육도 있어야 하고 창의적 교육도 있어야 한다.이런 차원에서 강남식 교육의 전국화가 사회적으로 건강한 현상인지는 되짚어볼 필요도 있다.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는…학·석·박사 과정 때 서울대, KAIST, 포항공대를 모두 다녀본 독특한 이력과 학원 강사, 경영 컨설턴트 경험 등이 어우러져 ‘진로 설계’라는 독특한 영역을 개척했다. 대학 때 친형이자 메가스터디 창립 멤버인 고 조진만 선생과 강남 학원가에서 강의를 시작하며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외국계 경영 컨설팅사를 거쳐 아이들의 진로 설계를 위한 ‘와이즈멘토’를 설립했다.조진표·와이즈멘토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