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근 템피스투자자문 사장

“심리적인 안정감만 회복한다면 올해 안에 코스피 2000을 다시 뚫을 수 있을 겁니다.”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유영근 템피스투자자문(이하 템피스) 사장은 국내 기업이 실력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주가 상승의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우려가 많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주력 상장기업의 1분기 실적은 우상향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 사장은 “최근의 세계적인 금융 불안을 불러일으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데에는 2~3년이 걸릴 테지만 결정적 고비는 지났다”며 “추가적인 충격이 있더라도 강도는 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유 사장은 투자 자문 업계의 맏형이다. 20여 년 전, 투자자문업이란 업종이 존재하지 않을 당시 고려투자자문의 설립을 주도했다. 또 10년 전에는 템피스를 세웠다. 그리고 이제, 템피스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1300억 원 정도인 운용 자산을 3~4년 후엔 1조 원 이상으로 불린다는 계획이다. 템피스의 역량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최근 템피스의 운용 자산은 매년 갑절 이상씩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마디로 템피스는 안정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템피스의 모델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07년 초에는 시장 대비 14%포인트, 2007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는 16.2%포인트의 초과 수익을 냈습니다. 업계 최고는 아니라도 최정상급의 성적이라고 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무엇보다 리서치의 우수함을 꼽을 수 있습니다. 템피스는 규모는 작지만 자체적인 리서치 인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리서치 인력이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리서치의 역량을 좌우하는 것은 규모보다는 맨파워입니다. 템피스엔 각 부문별로 경험이 풍부하고 실력이 검증된 전문 인력이 고르게 포진돼 있습니다.변동성에서 자유로운 운용사나 자문사는 없습니다. 하지만 템피스는 시장 대비 5~10%포인트 이상의 초과 수익을 냈습니다. 고객 이탈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지난해 고점을 찍은 이후 위탁 운용 자산이 더 증가했습니다. 특히 기관투자가의 거래가 활발해졌습니다. 시장이 템피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올해만 해도 지방행정공제회와 우정사업본부 등 2곳의 기관투자가를 신규로 유치했습니다.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식은 여전히 쌉니다. 템피스의 투자 철학은 저평가된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한국의 주식은 정말 매력적이지요. 아시아가 미국과 함께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이 지역에서 한국의 산업은 대단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자본시장 자체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상승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게다가 최근의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일부 투기 세력의 개입으로 인한 면이 많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지도 않을 겁니다.한국의 대표 기업은 모두 추천 대상에 들어갑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은 상당히 유망해 보입니다. 수출 기업들도 한동안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어려운 시기는 지나고 이제 좋은 일만 남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상승장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뒷걸음질을 쳤죠. 가장 큰 이유가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었는데 반도체도 이제 더 나빠질 게 없다고 판단됩니다. 반도체 사업이 어렵다지만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 아닙니까.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져서 삼성전자도 적자를 내면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모두 망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가능성이 별로 없는 시나리오죠. 설사 더 나빠진다고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최후까지 살아남을 겁니다. 반도체가 부진해도 다른 부문의 경쟁력이 뛰어나 기업 전체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IT 업종은 삼성전자가 이끌 것입니다.기우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없다고 무너질 정도로 허약한 기업이 아닙니다. 불안하다는 우려가 있지만 크게 걱정할 일이 못됩니다.향후 몇 년 안에 금융 기업들은 반드시 큰 부가가치를 낼 겁니다. 그동안 국내 금융업의 발전을 가로막은 요인은 규제였는데 자본시장통합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이 규제들이 상당 부분 해제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규제가 사라지면 효율성이 강화되고 이는 곧 부가가치의 창출로 이어질 것입니다.위기보다는 기회라고 판단합니다. 자통법은 운용사와 자문사에게 새로운 자산운용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모 펀드나 헤지 펀드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 기회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운용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이 점에서 템피스는 자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통법 이후 무한 경쟁에 노출된다는 점은 부담이지만 지난 10년간의 경험과 검증된 운용 능력, 안정적인 시스템을 한층 발전시킨다면 자통법은 분명 기회로 다가올 것입니다.장기적으로 보면 괜찮은데 일시적인 시장의 변화에 따라 낙폭이 커진 종목을 정리해야 할 때 마음이 참 아프죠. 그렇다고 팔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시장을 둘러싼 모든 요인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투자자는 누구나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합니다. 아깝지만 원칙은 지켜야죠.물가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내수 부진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시장은 반등에 성공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는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시장을 상회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자동차와 IT 등 국내 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업종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소재와 내수 관련주들은 여전히 위험 요인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종목 선택 시 신중해야 합니다.유영근 사장은…1954년생. 82년 중앙대 지역사회개발학과 졸업. 경영학 석사. 82년 고려증권 입사(자산운용부장, 인사부장 역임). 88년 고려투자자문 설립위원. 98년 템피스투자자문 설립, 대표이사(현).대담=양승득 편집장정리=변형주 기자 / 사진=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