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스트레스에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일상, 새벽 빈속으로 출근해 밤 별 보고 귀가하지만 월급은 3년째 제자리, 한숨을 내쉬기도 지겹지만 별 대안이 없으니 근근이 산다….”‘내 이야기잖아’라며 쓴웃음을 짓는다면 당신은 수많은 동지를 가진 대한민국의 보통 직장인이다. 한 인터넷 직장인 카페에 올라 있는 이 글귀는 바로 ‘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하지만 평생직장이 깨지고 없는 지금, ‘근근이’ 사는 것마저 쉽지가 않다. 제자리걸음은 이미 뒤처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많은 직장인들이 시간과 월급을 쪼갠다. 외국어학원, 갖가지 코칭 강좌에서부터 MBA, 치의학대학원, 로스쿨 진학 시장까지 ‘직딩’들이 점령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인생을 위해 자기 계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가 부지기수다.이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희망’이다. 이왕 하는 밥벌이, 신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의 투자를 감행하게 만드는 것이다.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손쉽게 떠올리는 방법은 이직 또는 전직. 실제로 조직이라는 그릇을 바꾼 덕에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능력과 색깔을 발견했다는 이가 적지 않다.현재 성북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 박신형(34) 씨도 그렇다. 그의 첫 번째 직업은 대기업 계열 자동차 부품 업체의 기계 설계 엔지니어였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었지만 적응이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직업은 프로그래머. 하지만 이 역시 그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마지막 승부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이 가능한 공무원에 걸었다. 비록 봉급이 줄었지만 그는 “나와 가족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다.1인 기업으로 세상을 자유롭게 누비는 방법도 있다. 이미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양내윤 하이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대표 등이 성공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골프 컨설턴트 박경호(39) 씨도 이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1인 기업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시에 패스해 농림부 사무관으로 일한 전도유망한 공무원 출신이다. 또 세계적인 컨설팅그룹 컨설턴트로 일하며 출세 가도를 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 모든 번쩍이는 성과들을 골프와 맞바꿨다. 2006년 미국 샌디에이고 골프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골프팀 운영과 골프장 경영 컨설팅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 사람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공통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분야를 오가다 결국 골프에 안착한 그는 “진짜로 원하는 꿈을 찾았다”며 활짝 웃었다.창업을 통해 ‘내 사업’의 꿈을 실현하는 것 역시 훌륭한 인생 재설계 방법이다. 외환위기 이후 이미 수많은 직장인 출신이 자영업자로 변신해 있다. ‘쥐꼬리 월급에 전전긍긍하느니 창업이나 할까’라며 심각한 고민에 빠진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안양에서 원할머니보쌈 가맹점을 운영하는 유지훈(35) 사장도 4년여의 직장 생활을 접고 창업에 인생을 건 케이스다. 4년 전 31살 새신랑이었던 그는 은행 빚 1억 원을 내 17개 테이블을 갖춘 아담한 가게를 냈다. 안양의 서민 주거지라는 입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본사를 겨우 설득해 오픈했을 정도로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그런데 그의 변신이 놀랍다. 고작 4년이 지난 지금, 유 사장은 5개 프랜차이즈 점포를 거느린 메가 프랜차이지(Mega-Franchisee·여러 프랜차이즈 점포를 운영하는 1명의 가맹점주)로 변신했다. 연 매출은 웬만한 소기업 뺨칠 정도다.이들은 모두 현실을 타개하고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그렇다고 아무나 이들처럼 눈부신 성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와 경험자들은 하나같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자충수를 두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전직 또는 이직의 경우 가장 ‘손쉬운’ 현실 타개책으로 꼽히지만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다. 특히 직업을 바꾸는 일에 대해 커리어 코치들은 ‘시나리오 A, B, C를 준비해 돌발 변수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생각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의미다. ‘웬만하면 직업을 바꾸지 말라’고 하는 이도 많다. 실패할 경우 그나마 쌓은 경력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 경력 관리 차원에선 권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먼저 1인 기업의 길로 나선 이들도 비슷한 말을 한다. 신문 기자에서 자녀 교육 전문가이자 인기 작가로 변신한 최효찬 소장은 “1인 기업 성공 확률은 10%도 되지 않는다”며 “철저한 준비 없이 도전하면 백전백패한다”고 말했다.녹록하지 않기로는 창업도 마찬가지다. 비록 쌈짓돈 털어 하는 생활 밀착형 소자본 창업이라고 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긴 매한가지다. “안되면 장사나 하지”라는 생각은 대단한 오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화이트칼라 출신은 창업 성공 요소인 경쟁의식이나 목표의식, 비즈니스 마인드, 영업력이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조급함을 버리고 천천히, 세밀하게 준비하면서 서비스 마인드를 기르는 것이야말로 창업 성공의 ‘기본’이라는 조언이다.결국 어떤 식의 인생 재설계든 ‘철저한 준비’와 ‘남다른 역량’이 해답인 셈이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은 “떠나고 싶으면 준비하라. 밖은 춥다. 갈 곳이 분명하지 않으면 떠나지 말라”고 말했다. 만반의 준비가 되었을 때, 그때 새 기회 속으로 거침없이 쳐들어가란 이야기다. ‘즐거운 밥벌이’는 그 다음 따라오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