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 중국 주식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최근 1년 사이 천당과 지옥을 번갈아 경험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A주 지수는 지난해 연초 2719 로 출발해 6429까지 무려 2.4배 폭등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갑작스럽게 하락세로 돌아서 순식간에 반 토막이 나고 말았다. 국내 중국 펀드가 주로 투자하고 있는 홍콩 H주 지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만330에서 2만609까지 수직 상승한 후 다시 1만671까지 추락했다. 중국 펀드는 하루아침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특히 지난해 주가 급등기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 앞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증시 버블을 보고 싶다면 상하이를 보라’고 보도하고 있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중국 주식의 버블이 마침내 터졌다는 분석이다.그러나 4월 들어 시장에 팽배한 비관론을 뚫고 주가의 저점이 임박했다거나 이미 저점을 확인했다는 주장이 하나둘 고개를 들면서 ‘바닥 논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가려져 있던 중국 시장의 낙관적인 측면이 새롭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증시 바닥론을 뒷받침하는 여러 논리 가운데 가장 단순하지만 호소력이 강한 것은 역사적 잣대로 봐도 주가가 이미 빠질 만큼 빠졌다는 것이다.중국 주가지수는 지난 5개월 동안 반 토막이 나서 50%의 시세를 반납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가 50% 하락은 장세 전환의 변곡점 역할을 해 왔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지난 2000~02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때 S&P500 지수는 정확히 50% 하락하고 상승 반전했다. 1929년 대공황 때도 시장 붕괴 이후 나타난 연쇄 파장을 빼고 계산하면 50% 하락 이후 주가가 반등했다. 김정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차장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 수년 동안 산업 생산이 급락하고 고용이 급감하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주가가 50% 하락한 현시점이 장세 전환의 변곡점”이라고 분석한다.투자은행들도 낙관론에 가세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투매로 인한 주가 급락은 이미 옛일이 됐다”며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했다. 리먼브러더스증권도 “저점에 매입하기 좋은 시기”라며 “중국 주식과 채권에 4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에 있는 HSBC 진트러스트펀드매니지먼트는 “중국 본토 증시가 바닥을 확인하고 2분기 들어 의미 있는 반등에 나설 것”이라며 “패닉으로 인한 대규모 매도가 이뤄진 만큼 서서히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물론 아직 바닥을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 경제·금융 전문 인터넷 매체인 마켓워치는 “중국 증시 버블이 이미 붕괴됐으면 베이징올림픽 후에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상하이종합지수는 수개월 뒤 3000 밑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도 “중국 증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고평가돼 있다”며 “금리도 계속 인상될 가능성이 크며 올해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는 것도 증시에는 부담”이라고 분석했다.중국 증시가 과연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인지를 판단하려면 지난해와 올 초 주가 급락을 초래한 요인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발생한 미국발(發) 금융 불안의 후폭풍이다. 중국은 그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홍콩 HSBC가 작년 8월 말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 규모는 1243억 달러고 중국은행은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87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밝혀진 상태다. 이 외에도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신은행, 동아은행 등도 적지 않은 규모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충격은 중국 금융회사들의 직접적 손실로만 끝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부동산 시장의 하락으로 미국인들의 소비가 줄면 중국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소비가 1%가량 감소할 경우 중국의 수출입 증가율을 6~7개월 뒤부터 본격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0% 수준으로 떨어지면 중국 경제성장률도 0.7~2.0%포인트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지난 2월 중국의 무역흑자는 전년 동기에 견줘 63.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상당수 전문가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세계의 막대한 유동성이 초래한 시장 실패의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유동성 팽창을 유발한 주요인 중 하나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 국가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다. 이들 나라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미국 국채 매입 등의 형태로 다시 미국으로 환류 돼 부동산 투기 거품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주요 국가들이 균형 성장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경우 중국은 무역수지 흑자폭의 축소와 위안화 절상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물론 중국 내수 시장의 빠른 성장이 수출 둔화의 충격을 상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김승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무역수지 흑자 감소는 그동안 고성장을 이끌어 온 수출 부문의 성장성 저하를 의미한다”며 “중국 경제가 이러한 환경 변화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것인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진단한다.지난해 주가 하락을 촉발한 또 다른 요인은 물가 급등과 경기 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가 강력한 긴축 정책에 나선 것이다. 이는 중국 기업의 매출과 순이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왔다. 중국은 이미 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지난 1월과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전년 동월 대비 7.1%, 8.7%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물가 불안은 빈부 격차를 확대시키고 저소득층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도 올해 경제 목표를 인플레이션 억제에 두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 3월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기존 15%에서 15.5%로 인상했다. 중국 정부의 긴축 정책이 나올 때마다 중국 증시는 민간하게 반응하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물론 낙관론이든 비관론이든 경제 성장이 다소 둔화된다고 해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성장 국가라는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올해 10.2%로 예상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던 지난 2006년(11.1%)과 2007년(11.4%)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올해는 중국이 개혁 개방에 나선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조용찬 한화증권 연구위원은 “그동안의 성과를 대내외적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또한 후진타오 2기 정부의 출범 첫해이기도 해 새로 임명된 지방 관료들의 의욕적인 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최근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