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은 “미국이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는 우려가 높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 정책 효력이 발휘될 올 하반기께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다만 고유가와 신용 경색이라는 리스크가 있는데, 고유가는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신용 경색은 시간이 지나면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허바드 원장은 미국에서 손꼽히는 경제학자 중 한 명으로 2001년부터 2년 2개월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 정책 입안자 역할을 했다. 2005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30명’에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 등과 함께 포함되기도 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과 FRB 수장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였으며 차기 FRB 의장으로도 거론되는 인물이다.그는 3월 28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경비즈니스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 경제에 대해 “정부가 내건 7% 성장은 힘들어도 4%대 중반의 성장은 무난할 것이나, 미국 경기에 따라 성장률은 최대 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허바드 원장은 미국 경제와 아시아 경제의 탈동조화와 관련, “탈동조화는 명확하지 않은 개념”이라며 “우리는 글로벌 경제에서 살고 있고 미국 경제가 침체되면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지속한다고 하더라도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상쇄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허바드 원장은 중국 자본시장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중국이 개방·개혁을 통해 크게 변화했고 세계 자본시장도 이에 따라 변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의 신용 시스템은 국가가 주도하고 있어 나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 주도 신용 시스템의 위험성은 한국과 일본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며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건강하다고 할 수 없으며 중국 경제의 문제는 위안화 가치 평가 문제가 아니라 불량한 뱅킹(Banking)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에는 매년 많은 한국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홍보 활동이 첫째 목적입니다. 또 한국에 있는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의 동문들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함께 10월에 있을 아시아 총동문회에 앞서 이 행사를 알리고 참석을 부탁하러 왔습니다.사실 세계적으로 우수한 MBA와 비즈니스 스쿨은 많습니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은 특히 이론과 실제가 잘 조화돼 있다는 데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 세계 비즈니스 전문가들이 참여해 MBA 교육과정을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특히 뉴욕 월가의 금융 전문가들이 교수진으로 다수 참여하고 있습니다.컬럼비아 MBA 과정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성’입니다. 일례로 학생의 40% 정도가 해외 유학생입니다. 또 미국인 중에서도 해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학생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스쿨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 재능(talent), 네트워크 세 가지입니다. 아이디어는 교수진이 여러 아이디어에 대해 ‘개방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탤런트는 전 세계 어디에서건 유능한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네트워크는 졸업자들을 위해 어떻게 학교에 대한 명성을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좋은 질문입니다. 2008년 미국 경제는 약세일 것이 분명합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1.5%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로 인한 금융 불안은 성장률이 1%가량 하락하는 큰 원인이 됐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혹은 내년 초 정도에는 회복될 것입니다.안정세라고 보기엔 아직 성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주택·건설 분야 지출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 미국이나 유럽 지역 기관들의 손실은 드러났지만 다른 지역 기관들의 손실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와 관련해서는 판단이 힘듭니다만, 전미경제조사국(NBER)에 따르면 고용률과 생산성 모두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위험성은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FRB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금융권에 대한 대응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먼저 금융권에 대한 대응책은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은행권의 손실에 대해 모두 해결해 줄 수 없겠지만 발 빠른 유동성 공급은 긍정적입니다. 베어스턴스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저 역시도 별다른 정보가 없어 판단하긴 어렵지만 정부의 의지를 명확히 보여줬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반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염려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는 정책은 의문스럽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리스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금리 인하는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중국 주식시장에는 거품이 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중국 주식시장이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사실 중국 경제 전반에도 주식시장이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습니다. 시장에 세련되고 발전된 금융 기법을 구사할 줄 아는 주체들도 별로 없습니다. 더 많은 투자 주체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네. 중국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는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장의 투명성도 높아져야 합니다. 우선 은행 시스템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업에 대한 정보도 명확히 공개해야 합니다. 기업 공시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하하,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든 나라 모든 산업에 투자의 기회는 열려 있을 것입니다. 아시아 시장도 좋아 보입니다만 제 경우라면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니 발전 가능성도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사실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은 골드만삭스와 함께 이곳에서 기업가 정신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또 미국이나 유럽 지역은 경우 사모 투자(private equity) 분야에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어찌됐든 잘 모르겠네요. (웃음)‘경쟁’입니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몇 년 전 한국의 신용카드사를 보더라도 외국 회사와의 경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통과 시 금융 부문 역시 외국계 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많은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새 정부에 대해선 아주 환영하고 있습니다. 분명 한국의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최근의 규제 개혁이나 세제 개편 움직임 역시 긍정적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경제 성장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정도까지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아직 정책의 실제 효과를 말하긴 힘들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마인드를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이라도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부시 대통령이 환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1958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출생. 79년 센트럴 플로리다대 졸업. 83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91~93년 재무부 부차관보. 94~97년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부원장. 2001~03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장(현).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