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11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이들을 대상으로 주 타깃으로 하는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외국인 마을인 이태원, 프랑스인이 모여 사는 반포동 서래마을, 일본인이 집단 거주하는 동부이촌동, 한남동의 ‘독일 커뮤니티’, 가리봉동의 조선족 옌볜마을 등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한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중앙아시아 거리와 몽골타워, 이태원역 뒷골목의 나이지리아 거리, 혜화동성당 인근의 필리핀 거리 등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들어오면서 생긴 신흥 외국인 거리다.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크게 생활수준에 따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조선족이나 중국인, 동남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사람들은 주로 하위층, 초·중학교의 외국어 강사 등의 직업을 갖고 있는 구미권의 중류층, 외국 기업들의 임원이나 대사관 직원들이 상류층을 형성하고 있다.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는 여태껏 음식점, 식료품점 등 상업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 취업을 원하는 제3세계 외국인은 물론 구미권의 외국인들도 크게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알선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특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제3세계 외국인이 주로 식당이나 공장 등지에 취업을 하고 있다면 구미권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직업은 ‘원어민 강사’다.이 때문에 주로 미국 영국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외국인들과 이들을 필요로 하는 유치원 초·중·고 영어학원 등을 이어주는 ‘취업 포털’ 사이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상업 사이트로는 규모가 가장 큰 편인 ‘ESL카페’나 ‘ESL프로’ 등을 제외하고도 1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 영어교사 외의 일반적인 직업을 원하는 구미권 외국인들을 위한 취업 사이트도 3~4군데에 달한다. 이 중에는 서울시나 유럽상공회의소 등도 이들을 위해 취업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취업 포털 사이트인 잡코리아가 ‘에듀잡’이라는 이름의 외국인 영어교사 취업 사이트를 런칭하기도 했다.업계에 따르면 현재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ESL카페의 한 달 수익은 2000여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게시물 한 건당 180달러에 달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하루 수십 건의 구인 구직 게시물이 올라오는 이 사이트는 지난 1995년 캐나다 출신 영어 강사 데이빗 스펄링이 동료 교사들과 함께 영어 교습을 위한 각종 자료들을 모아 놓은 친목 사이트에서 출발했다. 이 사이트는 구인·구직을 위한 외국인이나 학원은 관련 자료를 원하는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 대형 사이트로 변신했다.여기에 최근 새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 방침과 맞물리며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몇몇 문제 있는 외국인 영어교사들로 인해 취업 관련 규정이 점점 강화되고 있어 취업 사이트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2001년부터 외국인 취업 사이트인 ‘ESL프로’를 운영해 온 장기영 대표는 “2000년대 들어 영어 강사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때 취업 사이트의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현재 대형 사이트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중소형 사이트는 최근 캐나다나 미국 현지에서 직접 운영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나 회원제 위주의 취업 사이트 만으로는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이 때문에 최근에는 구직자와 회사를 직접 연결해 주고 이들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리크루팅 전문가가 늘어나고 있다. 몇몇 영어교사 리크루팅 전문가들은 한 달에 10여 명의 교사들을 취업시키며 1000여만 원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장 대표는 “외국인 영어교사 취업 알선은 이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틈새시장’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최근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계에서도 외국인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끌어야 하는 홈쇼핑이나 인쇄 광고,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여야 하는 잡지 화보 등에서 외국인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이들 외국인 모델을 위한 에이전시도 성업 중이다.현재 연예기획사 등에 소속됐거나 파악하기 힘든 외국인 모델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전문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은 70~80명 수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에이전시도 수 십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업계의 특성상 비교적 오랜 시간 비즈니스를 해 왔으며 10여 명 이상의 모델을 관리하는 대형 회사는 도베, 에이스, 유니크 등 대여섯 곳에 이른다. 관련 업계에선 향후 국내서 외국인 모델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한지수 유니크 실장은 “외국인 모델 도입기에는 러시아 모델들이 주류였지만 최근에는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는 물론 체코,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모델들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에는 모국에서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거나, 파리와 밀라노 등 패션 중심지를 거쳐 온 모델들이 늘어나고 있어 예전보다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들 외국인들은 주로 각 지역에 커뮤니티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중개 시장도 활발하다. 용산구에서만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20여 곳이 넘는다.영어 강사 등이 많이 살고 있는 이태원 1동에서 외국인 대상 중개업을 하고 있는 안권찬 렉스공인중개 대표는 “일반 부동산 중개소와의 차별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작년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2~3팀의 방문객이 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찾아왔다.중산층 이상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드 레지던스’도 각광을 받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란 아침 식사, 청소 등 호텔 서비스를 받으면서도 취사와 세탁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시설을 뜻한다.지난 2002년부터 자리 잡기 시작한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벌써 20여 개 업체가 각축전을 벌일 정도다. 월 700만~1000만 원선의 임대료가 들지만 객실 가동률이 평균 80%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드 레지던스인 프레이저스위츠 관계자는 “투숙객의 80%가량이 외국인이고, 이 가운데 1년 이상 장기 체류자가 40% 수준”이라고 말했다.주거 관련 비즈니스와 함께 외국인 교육 관련 비즈니스도 활황이다. 그간 한국의 부족한 교육 인프라는 외국인들의 불만을 사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학교의 설립을 장려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운영 중인 외국인 학교는 벌써 40여 개를 넘어섰으며 앞으로도 잠원동 상암동 등지에 외국인 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짐보리, 폴리스쿨 등 진학 전 외국인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기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뮤지엄식 아트’를 표방하는 플래뮤의 김지영 원장은 “지금까지 플래뮤를 거쳐간 아이들은 500~600명”이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이 200~300명”이라고 말했다.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여행사와 전문 병원도 등장했다. 하루 평균 30~40명의 여행객을 맞는 외국인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의 곽기호 대표는 “영어 강사들이나 주재원들의 주말 투어나 모국에서 친지나 친구들이 방문했을 때 회사의 투어를 활용한다”며 “3만 원선의 네 시간짜리 시내 투어에서부터 VIP를 위한 각종 서비스까지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 회사는 강남구청 등과 연계해 관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DMZ 투어 등을 진행하기도 한다. 곽 대표는 “대형사와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외국인 전문 여행사라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경기도 가평에 있는 청심국제병원은 지난 2006년 ‘국제병원’인증을 받은 국내 유일의 외국인 환자 전문 병원이다. 일찌감치 대상층을 외국인으로 겨냥해 지난해 이 병원 전체 수입의 약 30%를 외국인 환자를 통해 올렸다. 진료 건수로 따지면 2만4000건에 달한다.그동안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느끼는 불편의 1순위가 바로 ‘휴대전화 개통’이었다. 이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LG텔레콤은 지난해 개관한 서울 글로벌 센터 안에 부스를 설치해 외국인의 휴대폰 가입을 돕고 있다.외환은행은 국내 최초로 주한 외국인 전용카드인 ‘외환 엑스팩’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간 외국인들은 국내 카드를 발급받아 이용하려면 의사소통의 어려움, 낮은 신용 한도, 발급 시 담보 요구 등의 문제로 카드 발급 및 사용에 상당한 곤란을 겪어 왔다.그러나 이 카드는 일정 기준 이상의 자격에 부합하는 경우 소득 확인을 통해 신청인의 자격 기준에 따라 제한을 두지 않고 필요로 하는 신용 한도를 부여하고 있다. 특히 영어 상담 전용 데스크가 설치돼 연중 24시간 운영되고 영문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등 주한 외국인 카드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주한 외국인 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은 백화점 등 유통 업체다. 외국인을 위해 판매사원에게 회화 교육을 실시하는가 하면, 차별화된 통역 서비스도 한층 강화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쇼핑객을 위해 ‘컨시어지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롯데백화점 본점은 판매 직원들에게 일본어 회화를 교육하는 한편 작년 말부터 매장을 찾은 외국인 쇼핑객을 위해 외부 통역사가 전화로 통역하는 피커폰 서비스도 하고 있다. 아이파크몰은 외국인 쇼핑객을 위해 전용 안내 사원을 배치하기도 했다.INTERVIEW│김선미 할씨언 서치 인터내셔널 대표이사“엘리트급 인재, 한국 선호도 높아져”지난 2001년 문을 연 할씨언 서치 인터내셔널(이하 할씨언)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해외 기업들을 고객사로 둔 헤드헌터 회사다. 이 회사를 통해 상당수의 고급 외국 인력들이 국내에 취업하고 있는 중이다. 김선미 할씨언 대표이사는 “최근 구미권 엘리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그 이유로 ‘환경’과 ‘교육’ 등을 꼽았다. 그는 “중국 베이징 상하이 등의 환경은 심각한 수준에 와 있고, 홍콩 역시 이와 비슷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어느 곳이든 골라 갈 수 있는 수준의 인재들은 ‘삶의 질’에서 이들 지역보다 훨씬 나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례로 홍콩의 경우 국제학교의 대기자 리스트가 수백 명에 달하는 등 한국의 외국인 교육 환경이 이들 지역보다 훨씬 나은 편이라 한국에 오길 희망하는 시니어급 인재의 수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이미 ‘글로벌 회사’로서 많은 외국 인재들이 이들 기업에 스카우트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하지만 김 대표는 “최근 국내 기업의 외국인 채용은 크게 늘었지만 해외 기업은 참여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인해 투자가 늘지 않아 외국인 고급 인재 채용의 총합은 지난 몇 년간 정체 상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외국 기업들이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고급 인력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김 대표는 또 “회사를 통해 채용되는 외국인 인력의 절반가량이 금융업 쪽의 인재”라며 향후 이 분야에서 외국인 채용의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와 함께 컴퓨터 엔지니어나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을 갖춘 인도권 임원급 인재의 채용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김 대표는 “문화는 서로 섞여야 발전한다”며 “기업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내·외부의 인재들이 경쟁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취재=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