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개 넘는 절과 신사 세워…최고기술책임자는 여전히 백제인 후손

오사카의 중심부이자 젊은이들의 거리인 도톤보리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5분 정도 가면 시텐노오지(四天王寺)라는 거리가 나온다. 이곳에 곤고구미(金剛組)라는 회사가 있다. 5층 건물의 내·외부는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이 회사는 겉으로 보기엔 지극히 평범한 회사다.하지만 이 회사는 창업한 지 1421년 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업체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업체다. 이 회사를 창업한 사람은 한국인(백제인)이다.시텐노오지. 지금부터 1400여 년 전인 서기 586년에 지어진 절이다. 이 지역은 해안가 매립 전에는 바닷가였다. 오사카항에 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이 바로 시텐노오지였다. 당시 일본의 쇼토쿠 태자는 백제의 앞선 건축 기술을 알고 사찰을 건축하기 위해 백제 조정에 기술자의 파견을 요청한다. 이때 일본으로 건너온 3인의 백제인 중 한 명이 바로 유중광(柳重光)이다. 쇼토쿠 태자는 곤고(金剛)라는 성을 내려주면서 절의 완공은 물론 절의 유지 보수까지 맡아달라고 요청한다. 이때부터 시작된 회사가 바로 곤고구미다. 구미는 같은 사업이나 일을 하는 무리라는 의미다.지난 2005년까지 이 회사의 주인은 바로 유중광의 후손이 맡아 왔다. 그러다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2006년 1월 15일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업체인 다카마쓰건설이 인수했다. 곤고구미의 사장은 다카마쓰건설의 오가와 간지 대표이사 부사장이 겸하고 있다.하지만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는 여전히 유중광의 39세손인 곤고 도시다카(82)가 맡고 있다. 이곳에서는 정대공(正大工)이라고 불린다. 경영자는 바뀌었지만 사원들은 그대로다.오가와 사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내전으로 절이 불에 타버리곤 했는데 그래서 기술도 더욱 개선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전소되기도 했다.오가와 사장은 “창업자인 유중광은 이 절을 지은 뒤 남아서 경내에서 사찰 보수 업체를 운영하고 나머지 백제인 2명은 나라현에서 호류사(法隆寺)를 지었다”고 설명한다. 시텐노오지와 호류사는 일본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고대 건축 유산들인데 이들 모두 백제인에 의해 건립된 것이다.곤고구미는 1000년 넘게 시텐노오지를 보수 관리해 왔다. 국가가 절을 지원하면 그 절은 그 돈으로 곤고구미를 통해 보수 관리해 왔기 때문에 곤고구미로선 걱정이 없었다.하지만 태평양전쟁 직후부터 국가의 각종 지원금이 끊기면서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다. 그 뒤로 곤고구미는 여러 가지 건설 사업에 간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본업이 아니었다. 그 결과 경영난이 심화됐고 이런 ‘국보급’ 회사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다며 동향의 건설업체인 다카마쓰건설이 인수한 것이다.오가와 사장은 곤고구미가 타사의 추종을 불허하는 빼어난 목재건축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태평양전쟁 후 62년 동안 짓거나 보수한 일본 내 사찰이나 신사가 3000곳이 넘을 정도로 경험도 풍부하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57억 엔(약 460억 원)이었다. 오가와 사장은 “재작년말까지 학교도 지었으나 작년 초부터 절과 신사만 짓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전략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한편 다카마쓰건설은 연간 매출(2007년 3월 결산 기준)이 1800억 엔, 이익이 65억 엔에 이르며 사원은 2200명에 달한다. 주된 사업은 집합건물인 맨션을 짓는 일이며 터널 공사와 종합 건설도 병행한다.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