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영화 ‘식객’ 시사회가 농림부 주최로 열렸다.과천청사에서 개봉 전의 영화가 상영된 것은 2005년 연말에 재정경제부가 영화 ‘왕의 남자’ 상영 행사로 부처 송년회를 한 이후 처음이다.이날 시사회는 850석인 과천청사 대강당이 가득찰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농림부 직원들과 함께 재경부 산자부 등의 타 부처 직원들도 많았고, 어린이들을 대동한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있었다. 일부 부처는 실·국장급과 과장급 간부들도 영화를 보러 오기도 했다.더군다나 영화 주연급 연예인인 이하나 김강우 임원희가 직접 무대인사를 나온 것은 뜻 밖이었다. 이날 농림부는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 홍보와 농식품 소비촉진을 위해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한 이하나를 ‘농식품소비촉진 홍보대사’에 위촉했다. 이하나는 영화 상영 전 위촉식과 함께 무대인사 발언을 했고, 감강우와 임원희는 다른 일정 때문에 영화 상영 후에 왔다. 세 명의 배우에게는 당연히 사인 공세가 쇄도했다.이번 시사회는 한국 전통음식과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자는 농림부와 영화 제작사인 지오엔터테인먼트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성사됐다.농림부는 시사회 전날인 23일 식품산업 육성 정책을 농림부가 맡도록 하는 내용의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전면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터라 시기적으로도 딱 들어맞았다.식품산업은 그동안 보건복지부 산하 식품의약안전청 소관으로 ‘안전’ ‘보호’의 대상이었다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정부가 육성해야 할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게 됐다.농림부는 연간 생산액 100조 원 규모의 식품산업 성장과 발전을 위해 올해 안에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식품산업 진흥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는 우리 식문화와 음식의 세계화를 목표로 한식세계화 사업과 광역 식품산업 클러스터 시범사업을 추진한다.영화 ‘식객’에서는 봉황 모양을 이룬 황복회를 비롯해 꿩살로 만두를 빚은 꿩만두 전골, 도미살로 전을 부쳐 면과 함께 끓인 도미면, 화려한 장미꽃 모양의 육회 등 우리 전통음식들이 환상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농림부로서는 우리 음식의 우수성과 다양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좋은 콘텐츠였던 셈이다.임상규 농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우리 식품이 안전하고 몸에 좋다는 인식을 전달하려는 노력과 함께 가슴에 감동을 줘야 오래 기억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영화는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임 장관은 “우리에게는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의 원리가 스며있고 오늘날 현대인들이 주목하는 참살이(웰빙) 문화가 녹아있는 전통주도 있다”며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농림부 홍보관계자는 “작년에 영화를 제작할 때 영화사가 농림부나 산하단체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해 왔다”며 “그 때는 별 도움을 못 줬고 영화 제작 후 시사회 제의가 들어와 흔쾌히 추진했다”고 밝혔다.이 관계자는 “우리 음식이 너무 아름답게 그려져 홍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식객’이 흥행에 성공해 ‘식객 2’, ‘식객 3’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런데 농림부는 아직 홍보대사 이하나를 활용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푸념이다. 영화 홍보 등 때문에 너무 바빠 시간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아무튼 농림부가 식품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우리 전통음식들이 일본 음식처럼 전 세계로 뻗어나가 인정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만화 ‘식객’이 54만 부나 팔려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 것처럼 영화 ‘식객’도 흥행몰이에 성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재형 한국경제 기자 jj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