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미래다.’ 전 세계 석학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인 인적 자원 활용 전략을 논의한 초대형 국제 포럼이 열렸다.한국경제신문과 교육인적자원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공동 주최로 지난 10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글로벌 인적자원포럼(약칭 인재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강한 교육이 강한 국가를 만든다’는 명제에 인식을 같이했다.이번 포럼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화상 연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학장, 벤 버바이엔 브리티시텔레콤(BT) 회장 등 35개국 150여 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참여해 ‘차세대를 위한 인적 자원 전략’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인재포럼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주도해 창설한 세계 최초의 인적 자원 개발 국제 포럼이다. 지난해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 장 로베르 피트 소르본대 총장 등 2만5000여 명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올해에는 ‘차세대를 위한 인적 자원 전략(HR Solution for the Next Generation)’을 주제로 정하고 △고등교육 혁신(대학) △글로벌 기업의 혁신적 인재 전략(기업) △지속 발전 가능한 국가 인적 자원 전략(정부) 등 3분야로 나눠 심층적인 논의를 진행했다.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화상 기조연설에서 “경제, 교육, 보건의료의 불평등, 인종 문제와 같은 정체성의 위기 등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인재 양성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인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다면 21세기는 보다 평화롭고 풍요로우며 흥미진진한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과학의 진보와 생명 연장, 그리고 개방된 교육 기회를 통해 경제적 번영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강한 교육이 강한 국가를 만든다”며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지난해 1회 포럼에 이어 두 번째로 인재포럼을 찾은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키스대 학장은 “중앙집권적인 위계 조직이 점차 수평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가상현실과 네트워크, 아웃소싱이 중요해지면서 네모와 직선으로 이뤄진 조직도는 사라지고 동그라미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쇠락한 공룡’ 취급을 받던 브리티시텔레콤(BT)을 초일류 글로벌 통신 기업으로 재탄생시킨 주인공인 벤 버바이엔 회장은 “어떤 기업이든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면 편하게 느끼는 ‘안전지대’를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동안 많은 성과를 냈던 한국 기업들도 편안함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인재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번 인재포럼의 주요 하이라이트를 지상 중계한다.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상호의존적인 세계에 살고 있다. 국경 간 거래 금액이 매일 3조 달러를 웃돈다.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이 새로운 세상에서 번영을 누리고 있고, 남북 관계의 진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화된 지구촌은 3가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첫 번째 도전은 불평등이다. 현대사회는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 교육의 불평등, 보건의료의 불평등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세계 인구의 절반은 하루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고 있다. 10억 명은 1달러 미만으로 살면서 밤마다 굶주린 채 잠든다. 25억 명은 보건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1000만 명의 어린이가 예방이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심지어 선진국에서도 이런 불평등은 점증하는 상태다. 1억3000만 명의 어린이는 교육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1억 명 이상의 어린이는 교사도 없고 교재도 없는 학교에 다닌다. 국민의 높은 교육 수준이 경제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지 한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두 번째는 불안정성이다. 기후 변화, 자원 고갈, 인구 대폭발 등이 불안정성을 증폭시킨다. 향후 40년간 지난 10년과 같은 속도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된다면 우리는 모든 해안도시를 잃게 될 것이다. 수억 명이 거주지를 옮겨야 하고, 농업 생산의 패턴도 뒤바뀔 것이다. 도처에서 갈등이 심화되고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는 더욱더 힘든 일이 된다. 인류 역사는 15만 년 전 아프리카의 사바나지역에서 시작됐다. 한 명의 인류가 65억 명으로 증가하는데 15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그런데 43년 뒤인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65억 명에서 90억 명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인구 급증은 자원 고갈을 가져올 게 자명하다.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은 인구 부양이 버거운 저개발국에 집중될 것이다. 대규모 이민과 이에 따른 갈등이 예상된다.세 번째는 정체성의 문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종, 종교, 종족 간 분쟁이 도처에서 벌어진다. 우리의 정체성은 끊임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매일매일 일상에서, 미디어에서, 정치적 생활에서 우리 자신과는 극적으로 다른 타인과 대면한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같은 인간이라는 공통점을 찾아가는 게 중요다.번영된 21세기를 위해서는 인류가 직면한 불평등, 불안정성, 그리고 정체성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테러를 막을 안보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적이 아니라 더 많은 동지를 만들기 위한 외교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저개발국의 발전을 지원하고 이들 나라의 가난한 학생을 어떻게 학교에 보내며 에이즈 등의 질병을 다루는데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다. 사실 비싸지 않다. 전쟁을 치르고 테러를 막기 위해 지출하는 돈에 비하면 말이다.국제 포럼을 많이 다녀봤지만 인재, 즉 사람 자체에 초점을 맞춘 포럼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인재는 모든 것의 중심이며, 사람만이 사람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고등교육에서부터 인재와 문화의 혁신까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는 굉장히 야심찬 시도다. 인간을 중심에 두는 것은 옳은 방향이며 앞서가는 리더의 모습니다.한국은 제한된 자원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폐허를 딛고 글로벌 사회에서 중요한 나라로 부상했다. 1950~60년대만 해도 한국의 이러한 성장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자원이 부족했고, 북한과 대치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했다. 당시 중동과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가 부상하고 있었고, 이들 나라들이 가장 큰 성공과 발전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왜 예측이 틀렸을까. 이 나라들과 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인재다. 경제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인재다. 인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이 지난 35년간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인재였다.성장은 한국에 있어 변함없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글로벌화다. 한국은 글로벌화의 수혜를 받은 나라다. 한국은 보다 더 개방해야 한다. 개방을 통한 다양성의 전파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듯이 이제 아시아인들은 한국에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싶어 한다. 한국인의 단일성, 단합, 자부심은 강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바로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중국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한·중 관계는 상호이익을 가져다 줬고 동북아 평화에도 기여해 왔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 도전 과제도 제기하고 있다. 차세대 한국인의 교육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젊은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 정확하게 배워야 하며 한·미 양국 관계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인식을 가져야 한다.인적 자원은 흔히 인적 자본과 동일시된다. 인적 자본은 무형의 기술과 지식의 집약체로 머릿속에 담겨 있는 자원이다. 그동안 학교나 연수원을 세우고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기술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인적 자원을 증대시켜 왔다.그런데 또 다른 형태의 자본이 있다.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은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가능하게 해주는 공유된 자원이다. 사회적 자본은 인적 자원이 실제로 조직 내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결정한다. 어느 사회에든 법원과 같은 공식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사회적 자본이 아니다. 사회적 자본은 비공식적인 가치 혹은 규범이다. 도의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정직하고 기회주의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일하면 각종 비용이 인하되는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된다. 사회적 자본은 모든 시민사회와 네트워크, 조직의 근간이다.사회적 자본이 모든 사회에서 똑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건 아니다. 아시아 유교 국가는 이념적으로 가족 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는 정치적으로 영주에 충성을 다짐하던 일본과는 다른 점이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산업화 초기에 많은 기업이 등장했지만, 다른 유교 국가에서는 가족 중심의 가족 경영 회사가 많이 생겨났다.그동안 기업 조직론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세기 초반 등장한 포드 생산 방식은 군대 조직처럼 총사령관이 있고 그 아래 경직된 계층적 위계질서가 자리한다. 하지만 이제는 탈집중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수평적 조직이 들어서고 현장 생산 직원에게 더 많은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지만 이제는 아웃소싱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생산을 직접 하지 않고 외부에 위탁한다. 어느 정도의 위계질서는 있지만 중앙집중식 두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네트워크 형태의 이런 조직은 모든 조직의 미래상을 대변한다.이러한 아웃소싱, 탈중심화에서 사회적 자본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는 조직에서 아웃소싱을 한다면 충분한 의사소통과 아이디어 공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아웃소싱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조직은 과거의 중앙집중식 조직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흔히 인재 개발을 이야기할 때 인간의 능력 개발만 생각하는데 컴퓨터 같은 첨단 과학기기도 고려해 넣어야 한다. 인간이 기계나 로봇, 정보통신 기기를 활용하는 것 자체가 인재 개발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집단 지성’을 창조하는 작업이 곧 인재 개발의 핵심이라는 말도 된다. 50년 후면 컴퓨터가 인간 지성을 모두 합한 것만큼 똑똑해질 것이다. 집단 지성은 스스로 학습 가능한 동적인 지능이다.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집단 지성을 창조하는데 도전해야 한다. 집단 지성을 처음 개발하는 나라가 미래의 1등 국가가 될 것이다.미래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컴퓨터는 현재 쥐의 두뇌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25년 뒤에는 인간의 두뇌 수준에 이르고 50년 뒤에는 인간 두뇌의 총합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 단번에 전 세계 모든 인류의 능력에 접근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유전자 코드는 읽어 내는 단계를 넘어 소프트웨어 코드를 쓰듯이 생명체를 합성해 낼 것이다. 광범위한 미래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인적 자원 개발에서 개인과 집단의 지능 개발을 하나의 목적으로 세워야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두뇌 자극은 늘려야 한다. 직원들이 시너지를 창출하고, 조직적으로 집단 지능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여러 번 듣는 것보다는 한번 보는 게 훨씬 낫다.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동영상보다는 가상현실이 더 효과가 있다. 가상현실 환경을 구축해 직원들이 제대로 활용한다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새로운 기회를 미리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미래의 지능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직원들의 노령화에 수반되는 현상들에 미리 대처하는 것도 필요하다. 향후 직원들은 특정 연령이 되면 퇴직하는 게 아니라 계속 회사에 남게 된다. 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적 자원 개발은 단순히 두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이다. 세계와 우리를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취재 =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