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전략&비전
최근 제약 업계에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위기감의 가장 큰 원인은 정부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보험 등재 방식에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선별 등재)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이란 비용과 효과가 확실한 약품만을 선별해 보험 급여를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불필요한 약물의 수요를 줄여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보험 재정을 건전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포지티브 리스트 시스템 도입의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제약 업계가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제너릭 의약품(복제 약품)’의 대부분이 보험 급여 리스트에 오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거론된 특허 관련 제반 사항과 혁신 신약에 대한 보장 범위 등도 크게 강화될 전망이어서 제약 업계의 어려움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물론 이는 ‘신약 개발’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능력은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최대 제약회사 화이자의 작년 매출은 483억 달러, 연구개발(R&D)비는 76억 달러였다. 연구개발비를 최근 환율로 계산하면 7조 원 가까이 된다. 반면 국내 제약사 상위 10개 사의 평균 연간 연구개발비는 대략 200억 원 내외에 불과하다.국내 1위 제약회사인 동아제약은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세계를 향한 R&D’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비전의 두 축은 말 그대로 R&D 강화와 세계 시장 진출이다. 그동안 축적해 온 신약 개발 성과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국내에선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국제시장에선 국제 규격에 적합한 R&D 인프라 구축과 해외 임상 연구의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한다는 것이다.김민영 동아제약 경영기획팀 부장은 “동아제약은 박카스나 자이데나처럼 ‘삶의 질’을 높이는 제품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초국적 제약사와의 제휴를 논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동아제약은 이미 지난 2001년부터 향후 발전 목표를 ‘세계화를 위한 대형 신약 개발’로 잡고 있었다. 이를 위해 중기적(2002년~05년) 목표로 대형 신약의 연구 기반을 조성하고, 장기(2006~10년) 목표로는 대형 신약 해외 개발로 각각 설정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QOL(Quality of Life: 삶의 질)과 관련된 제품 연구를 핵심 분야로 잡았다.이 같은 발전 목표를 현실로 만든 것이 자이데나와 스티렌이다. 이 제품을 통해 동아제약은 국내 제약회사 중 유일하게 2개의 자체 개발 신약을 가진 기업으로 거듭났으며, 출시 후 불과 몇 개월 새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동아제약은 이들 두 제품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적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의약품군에서 신약 개발에 매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천연 추출물을 활용해 개발 중인 신약이다. 머루와 다래, 약쑥 등 한국인들의 체질에 잘 맞는 식물들을 활용해 국내 의약품 시장을 장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현재까지 이렇다 할 치료 방법이 없는 아토피 증상의 장벽을 천연 추출물을 활용한 신약으로 넘어서겠다는 것이다.김 부장은 “천연 추출물을 활용한 신약은 의학적으로 효능과 부작용 등이 이미 검증된 바 있어 한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와 체질이 비슷한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더불어 합성 물질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기존 신약을 통해 경쟁력 우위를 갖춘 비뇨기계와 소화기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2002년부터 복지부가 지정한 ‘당뇨병 치료제 신약 특성화 센터’를 운영하면서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에 대한 연구 기반을 구축해 왔는데 다국적 선진 제약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신물질 신약의 탄생이 기대되는 분야다.천연 추출물 신약, 합성물 신약과 함께 동아제약의 미래를 이끌 신약은 바이오 분야에서도 나올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이미 에포론, 그로트로핀 등 대형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했던 기술력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번째로 불임 치료제인 고나도핀을 개발해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동아제약은 B형 간염 DNA 치료 백신과 AIDS 치료 백신이 제1상 임상 연구를, 뇌종양 유전자 치료제가 전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세포 치료제 분야에서는 수지상 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제 연구가 신장암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전립선암 등으로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국내 제약 사업의 규모는 9조 원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 업계 1위 기업인 동아제약의 매출액도 국내 상장사 중 300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여기에 최근 진행되고 있는 제도적 변화들은 가뜩이나 ‘허약체질’인 국내 제약사들을 비틀거리게 할 수 있다.동아제약은 이 같은 파고를 넘기 위해 ‘신약 개발’과 더불어 ‘세계 시장 진출’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미 동아제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SCP와 수출 계약을 맺고 중동지역에 진출할 예정이며, 중국의 대륙약업과 고나도핀에 대한 15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중해의약과는 항암제 젬시트에 대한 3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만 아니라 브라질 인도 대만 호주 등에서 연간 3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김 부장은 앞으로의 전략과 관련, “해외의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문을 여는 R&D센터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지역마다 의약품의 기준이 달라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기업의 1원칙인 ‘싱크 글로벌리, 액트 로컬리(생각은 세계적으로, 행동은 지역적으로)’ 전략을 활용하자는 것이다.또 동아제약이 강점을 지닌 분야와 현지 업체가 강점을 지닌 분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보자는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 같은 전략을 기반으로 일본 기업과 생산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해 단백질 의약품 선진 시장 진출의 문을 열게 됐다”며 “굵직한 해외 제약사와의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장성 ‘으뜸’… 신약과 제너릭 ‘절묘한 조화’동아제약의 미래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천연물 신약 ‘스티렌’과 항혈전제 ‘플라비톨’의 호조로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플라비톨이 올해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여 성공적으로 시장 진입을 하고 있다”며 “제너릭 시장에서 동아제약의 경쟁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 과징금 부과와 약가 재평가 등이 영향으로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비해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우리투자증권은 동아제약의 급증하는 수출에 주목했다. 권해순 애널리스트는 “동아제약이 2006년부터 올해 8월까지 맺은 수출 계약 규모는 2억3310만 달러에 달한다”며 “이와 같은 수출 계약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높고 수익성 높은 완제 의약품 수출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하나대투증권 조윤정 애널리스트는 “최근 독자 개발 신약의 성공을 계기로 고부가가치 전문의약품 사업부문 중심의 성공적 사업 구조조정을 시현했다”며 “향후에도 천식 치료제, 아토피 치료제 등 천연물 신약의 상품화가 예정돼 있으며 자이데나를 통한 해외 시장 진출이 추진되고 있어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한화증권은 “전문의약품 부문에서 신약과 제너릭의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며 “박카스가 캐시카우로 자리 잡고 있으며 수출 부문에서 큰 폭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