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

“취임 한 달도 안 돼 국감장에 나가 ‘묵사발’이 되고 말았지요. 예산 까먹지 말고 문 닫으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허허”김경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하 JDC) 이사장에게 지난 1년은 생애 가장 바쁘고도 고단한 시기였다. 1주일 중 월~수요일을 서울에서, 목~일요일을 제주에서 지내며 ‘문 닫는 게 낫겠다’는 소릴 듣는 ‘미운 오리’ 조직을 건사했다. 그가 취임할 때 JDC는 5년이 넘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허물 많은 공기업이었다.주위에선 걱정이 많았다. 많은 것을 버리고 선택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안정된 직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립대(제주대) 교수직을 내놓았고 19년간 부은 연금도 포기했다. 50대 초반, 남들은 마무리를 준비하는 때 오히려 ‘인생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고향 제주에서 활동한 이력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지난 2003년 제주도 정무부지사로 활동하며 국제자유도시 업무를 맡았다. 당시 소중한 의견들이 현장에 반영되지 않는 것을 보고 답답한 마음이 컸다. 직접 나서보자는 생각이 JDC 이사장직 도전으로 이어졌다.‘죽기 살기로 뛸 각오로’ 인생 2막의 첫해를 보낸 김 이사장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로 JDC는 지난 1년 동안 해외 투자 유치에 잇달아 성공하고 오랜 시간 부진했던 핵심 프로젝트 역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사업 추진 속도는 이전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빨라졌다.제주 토박이 김 이사장을 만나 경제학 교수 출신의 공기업 최고경영자(CEO) 도전기를 들어봤다.2006년 9월에 취임해 28일 만에 국감장에 불려 나갔어요. 건교위원회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으면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지요. 하지만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어요. 회사로 돌아와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모든 게 내 잘못이다. 가슴 깊이 반성한다. 하지만 여러분도 반성해야 한다. 반성하지 않을 사람은 이 자리에서 나가라’고 했지요. 국감장에서 취임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지만 오히려 조직 전체가 심기일전하는 계기가 됐습니다.2003년 제주도 정무부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알게 됐어요. JDC 이사장직도 그 경험 때문에 도전한 겁니다. 취임 당시만 해도 첨단과학기술도시 프로젝트 외엔 뚜렷한 진전이 없었지요. 가장 큰 문제는 권한의 부재에 있었습니다. 토지 수용 등 중요한 사업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개발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거죠. 다행히 토지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조건부 수용 권한을 확보해 숨통이 트였습니다. 두 번째 큰 문제는 투자 유치 지연입니다. 세계를 상대로 제주를 세일즈해야 하는데, 한마디로 능력이 모자랐어요. 부지 매입 등 사업이 순조롭지 않으니 기다리던 투자자마저 떠나는 형국이었죠.무엇보다 투자 유치 분야를 대폭 강화했지요. 팀 수준이었던 조직을 투자 유치단으로 격상시키고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입사원과 외부에서 스카우트한 전문가를 배치했습니다. 나 스스로도 투자자가 있는 곳이면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달려가 상담하고 설득했어요. 그 덕에 연내로 18억 달러 유치가 확실시되고 있습니다.JDC는 6개 핵심 프로젝트(첨단과학기술단지, 휴양형 주거단지, 신화역사공원, 제주헬스케어타운, 국제교육도시, 서귀포미항)와 5대 전략 프로젝트(쇼핑 아울렛, 제2첨단과학기술단지, 중문관광단지 확충, 공학자유무역지역, 생태공원)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휴양형 주거단지, 서귀포미항, 신화역사공원 등을 연내 착공할 예정입니다. 휴양형 주거단지의 경우 3년을 끌어오던 토지 확보 작업을 마치고 가시적 성과를 일구고 있어요. 최근 동남아에 20개 리조트와 호텔을 운영하는 말레이시아 굴지 기업 버자야사와 6억 달러 규모의 투자합의각서(MOA)를 체결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10월 중에 부지 조성 공사에 들어갑니다. 첨단과학기술단지도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시동을 걸었어요.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첨단산업의 메카가 될 겁니다. 불과 1~2년 전 거의 모든 사업이 부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변화인 셈이죠.교육과 의료입니다. 이 두 분야가 제주국제자유도시에 가장 어울리는 미래라고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제주가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각각 ‘국제교육도시(International Education City)’, ‘제주 헬스케어타운’이라고 명명된 프로젝트인데, 국제교육도시의 경우 서귀포시 대정읍 425만7000㎡(옛 129만 평) 부지에 세계의 명문학교를 유치해 세계 각국 학생들이 모이는 거대 캠퍼스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초등학교 7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1개 등 총 12개 학교와 유수 대학 캠퍼스를 유치하는 밑그림을 그려 놓았어요. 대통령께서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헬스케어타운은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접목한 프로젝트입니다. 태국, 싱가포르에선 억대 의료 관광 패키지가 잘 팔리고 있다지요. 서귀포시 동흥동 일대에 건설할 헬스케어센터는 훨씬 강한 경쟁력을 가질 겁니다.우선 엄청난 고용 효과가 발생합니다. 6개 핵심 프로젝트에만 6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 1조5000억 원 규모의 소득 파급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얼마 남지 않습니다.흔히 산 좋고 물 좋은 천혜의 자연을 떠올립니다만 사실 제주도는 지리적 조건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러시아, 중국 등 대륙과 일본, 동남아를 연결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이죠. 2시간 비행거리 안에 인구 1000만 명 이상 도시가 4개, 500만 명 이상의 도시가 13개나 있어요. 엄청난 배후 시장입니다.앞으로 5~6년 안에 큰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제주의 진면목이 나타날 겁니다. 생(生)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지금 제 모습이 그렇습니다. 내 앞에 있는 다리 건너편에는 제주의 미래가 있어요. 반드시 건너야만 합니다. 이젠 돌아갈 곳도 없으니(웃음) 반드시 성공시켜야지요.돋보기 제주국제자유도시는? ‘관광휴양 + 첨단산업’새 옷 입는다2002년 1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개발을 총지휘하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출범했다. 천혜의 자연 환경과 유리한 입지 여건을 갖춘 제주특별자치도를 환경 친화적인 관광 휴양도시 및 비즈니스·첨단산업 등 복합 기능의 국제자유도시로 발전시키는 대형 프로젝트다.1단계 2011년까지 추진되는 핵심 프로젝트는 국제적 수준의 관광·휴양·교육·의료 등 관련 인프라 집중 육성이 핵심이다. 2단계 전략 프로젝트는 1단계 목표 달성 후 2020년까지 장기로 추진된다. ‘관광휴양도시와 지식기반 산업단지의 결합’ ‘선진국형 산업구조를 갖춘 동북아의 중심’이 제주국제자유도시의 미래 청사진이다.약력: 1955년 제주 생. 70년 오현고 졸업. 75년 고려대 농학과 졸업. 79년 성균관대 무역대학원 경제학 석사. 82년 미국 서부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 석사. 86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88~2006년 9월 제주대 교수. 96년 제주일보 논설위원(현). 2003년 제주도 정무부지사. 2006년 (사)제주미래사회연구원 이사장(현). 2006년 9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현).박수진 기자 sjpark@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