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허브의 꿈’은 이루어지는가. 정부가 2단계 금융 허브 전략을 내놨다. 18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금융 허브 회의를 열고 금융 투자사 인수·합병(M&A) 때 세제 혜택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이번 2단계 금융 허브 전략의 주요 내용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M&A를 하려는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 요건을 200% 이하에서 300% 이하로 완화했다. M&A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M&A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문제에 대해 세(稅)혜택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보험사를 인수할 수 있는 대주주의 요건도 대폭 낮출 예정이다. 국내 자본이 보험사 인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정부는 은행과 보험사에 대해 부수 업무를 늘리는 등 관련법을 고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은행의 파생상품 취급 범위를 넓히고 투자자문 등도 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은행의 길을 폭넓게 열어준다는 계획의 일환인 셈이다.전문 인력 양성 방안도 눈길을 끈다. 정부는 금융회사 대형화를 촉진하는 한편 전문 인력 양성에도 힘쓰기로 했다. 정부가 파악한 한국의 금융 인력은 73만3000여 명이다. 이는 수적으로만 보면 홍콩(18만 명)보다 4배 가까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86.7%)이 보조 인력이고 금융 전문가는 8.9%에 불과한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43.8%가 전문 인력인 홍콩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비율이다.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증권선물거래소 상장에 따른 지분 평가 차익의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금융 전문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출연 규모는 거래소의 독점 이윤 규모와 외국 사례 등을 참고해 주주와 거래소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운영 중인 금융전문대학원에 외국인 석좌급 교수 등을 충원해 금융 관련 MBA 프로그램을 내실화하기로 했다.금융 허브 전략은 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2003년 닻을 올린 1단계 전략 주요 내용은 동북아 지역의 실질적인 금융 중심지로 우뚝 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이번에 내놓은 2단계 금융 허브 전략(2007~2010년)은 업종 간 경계 허물기와 국제화를 통해 ‘금융 빅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9년부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는 것에 맞춰 금융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풀 계획이다.정부가 의욕적으로 금융 허브 2단계 전략을 마련했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특히 1단계의 성과가 미진하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아 이번에도 말만 앞설 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정부는 서울을 홍콩과 같은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금융사의 외형이 금융 선진국에 비해 매우 작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국내 4대 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가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금융사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증권 업계 규모 역시 미국의 1.3%에 불과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단순한 중개업무(위탁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게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현실이다.이번 2단계 전략의 주요 내용을 M&A 유도와 규제 완화와 전문 인력 양성,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외국 금융회사 유치 등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이런 문제점을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 허브 전략을 사실상 수정한 것이다.김상헌 기자 ksh1231@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