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영웅이 돌아온다. 이미 개봉한 〈록키 발보아〉의 실베스터 스탤론, 내년 개봉 예정으로 현재 맹촬영 중인 〈인디아나 존스4〉의 해리슨 포드, 그리고 그 사이에 바로 브루스 윌리스가 우뚝 서 있다. 환갑을 넘긴 실베스터 스탤론과 해리슨 포드가 사실상 최근 거의 휴업 상태였던 배우임을 감안하면, 그들보다 다소 어린(그래도 이미 오래전에 쉰 살이 지났지만) 브루스 윌리스는 〈호스티지〉 〈신 시티〉 〈식스틴 블록〉 등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였다. 그래서였을까. 〈다이하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무려 12년 만의 속편인 〈다이하드4.0〉은 그래도 강력한 액션을 몸소 펼쳐내는 브루스 윌리스의 투혼을 지켜볼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4편은 언제 찍나요?”라는 질문에 시달렸던 그는 올 여름 가장 큰 선물을 안고 돌아왔다.마치 ‘말년 병장’처럼 대충 일하며 시간을 보내던 왕년의 영웅 존 매클레인(브루스 윌리스 분)은 컴퓨터 해킹 용의자 매튜 패럴(저스틴 롱 분)을 FBI본부로 호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매튜 패럴의 집에 들이닥친 괴한들의 총격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정부의 네트워크 전산망을 파괴해 미국을 장악하려는 전 정부 요원 토머스 가브리엘(티머시 올리펀트 분)이 자신의 연인인 메이(매기 큐 분)와 함께 자신의 계획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해커들을 죽이려 하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가브리엘 일당은 미국의 통신, 금융, 전기, 교통을 마비시켜 미국 전역은 일대 아수라장이 된다.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가브리엘 일당과 숨 막히는 추격전을 벌이는 가운데, 급기야 존 매클레인의 딸 루시(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가 인질로 잡힌다.매클레인은 영화 속 대사처럼 전형적인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경찰’이다. 해커들이 주고받는 전문 인터넷 용어 따위는 알 리 없고, 그저 자신의 딸을 구하고 형사로서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좌충우돌한다. 그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농담을 잃지 않고, 더 큰 적 앞에서 더 큰 객기를 부리는 그의 모습은 오히려 ‘새끈한’ 블록버스터들이 즐비한 요즘 같은 시절에 더 큰 신선함을 선사한다. 그에게는 오로지 직진, 또 직진뿐이다. 교통 시스템 마비로 신호 체계가 뒤엉킨 꽉 막힌 터널에서 고속으로 역주행하는 그는, 타고 있던 자동차를 날려 미사일처럼 헬기를 격추하기도 하고 대형 트럭을 운전하면서 무너져 내리는 고가도로에서 F35 전투기와 일대일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다이하드〉 시리즈의 공식은 바로 언제나 예상치 못한 때, 자기도 알 수 없는 공간에서 적들과 맞서 ‘죽도록 고생’하는 것이다. ‘다이하드(Die Hard)’라는 제목은 그냥 붙은 게 아니다. ‘고생하기’로 따지자면 아마도 4편의 강도가 가장 셀 것이다. 그만큼 올 여름 〈다이하드4.0〉은 후회 없는 선택이란 얘기다.개봉영화▶미국 남자 잭(아담 골드버그 분)과 프랑스 여자 매리온(줄리 델피 분)이 파리로 간다. 고향에 돌아와 편안한 여자와 달리 남자는 낯선 도시 파리가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다. 벌컥벌컥 수시로 방문을 여는 그녀의 어머니가 못마땅한 남자, 그리고 시끄럽고 말 많은 프랑스인들 때문에 괴롭고 설상가상으로 가는 곳마다 그녀의 옛 남자 친구들과 마주치게 된다. 남자는 그녀의 과거가 온통 의심스럽고, 여자는 과거에 집착해 질투하고 투덜대는 그가 이해하기 힘들다. 배우 줄리 델피의 감독 연출작이다.▶샴쌍둥이 핌과 플로이는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하며 지내지만 시간이 지나 열네 살이 되면서 각자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급기야 둘일 수밖에 없는 그들은 분리 수술을 받게 되고 핌만 살아남게 된다. 하지만 남겨진 한 명에게 결코 떨어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음을 느낀다. 데뷔작 〈셔터〉가 빅히트를 하면서 태국 공포영화를 대표하는 차세대 감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반종 피산다나쿤과 팍품 웡품은 태국이 낳은 쌍둥이 감독 팡 브라더스에 이어 할리우드가 주목하고 있는 젊은 영화인이다.▶이혼한 어머니와 살던 사비나는 어머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면서 더 이상 함께 살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떼밀리다시피 어머니와 헤어져 아버지가 사는 낯선 도시에 도착한다. 길을 잃고 헤매던 중 우연히 한 소년에게서 도움을 받는데, 다음날 전학 간 학교에서 사비나는 같은 반 친구로 그를 다시 만난다. 사비나는 점점 그에게로 마음이 향하지만 우연히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를 맞는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가 돋보이는 독일 영화다.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