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ㆍ베트남 등인접 분쟁국에 미소 공세ㆍㆍㆍ비즈니스 기회도 무궁

중국의 경제 영토 확장이 빨라지고 있다. 15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의 변경 지대에 활기가 돌고 있다. 분쟁으로 굳게 닫혔던 국경의 문은 옛 실크로드의 부활을 알리는 출발점이 되고 있고 있다. 변경 지역 곳곳에서 국경을 넘는 철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고 자유무역을 허용하는 단지 건설도 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낙후된 변경 지역의 발전을 도모해 날로 커지고 있는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생각에 변경 지역 경제벨트 건설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중국은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 해소를 개혁 개방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변경 지역 경제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경제 영토의 확장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인접 국가들도 적지 않지만 중화경제권의 팽창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분쟁을 낳았던 국경이 이제는 두 나라 국민의 평화와 협력을 발전시키는 장이 될 것”이라며 위협론을 일축하고 있다.중국 남부 윈난성의 허커우시와 베트남의 라오까이시 일대는 2008년부터 자유무역 경제지구로 지정될 예정이다. 1970년대 중·베트남 전쟁 최대의 격전지였던 이곳에 중국의 자본과 기술, 베트남의 넘치는 자원과 인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경제지대가 건설되는 것이다. 허커우 북부와 라오까이시를 잇는 5.35㎢에 이르는 중·베트남 홍하상무구 건설공사는 이미 시작됐다. 윈난성과 인접한 중국의 광시좡족자치구의 핑샹시도 핑샹을 마주보고 있는 베트남 동북부의 랑선을 잇는 지역에 8.5㎢ 규모의 국경경제협력특구를 설치할 계획이다.2국(國)1구(區)의 자유무역지대 형식으로 운영되는 특구에서는 관세, 검역, 세제, 정책상의 특혜가 주어지고 수출 가공, 물류 등이 통합 운영된다. 양국이 국내법상 수출입을 금지한 품목 이외의 모든 물품이 관세와 환경세 부과 없이 자유롭게 진출입할 수 있다.중국·베트남 경제벨트를 위한 인프라 건설은 이미 시작됐다.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윈난성의 성도인 쿤밍에서 시작해 허커우에 이어 베트남의 라오까이와 하노이를 잇는 8차선 고속도로가 건설되고 있다.베트남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아시아횡단철도(TAR) 남부 노선의 중국 내 마지막 노선인 윈난성 다리와 미얀마 루이리를 잇는 338km 구간 공사를 지난 3월 착공했다. 중국은 153억 위안(약 1조8360억 원)을 투입해 2010년 완공할 예정이다.중국은 아예 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아세안 5개국을 지나는 메콩강을 축으로 한 경제벨트 건설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의 윈난성과 광시좡족자치구가 참여하는 메콩강 경제벨트 건설은 2005년 7월 윈난성 쿤밍시에서 열린 제2차 ‘대(大) 메콩강 유역(GMS: Greater Mekong Subregion)경제협력’ 정상회의에서 총 250억 달러 규모의 개발 계획인 ‘쿤밍선언’이 채택되면서 가속화하고 있다.메콩강 경제유역의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총 1500km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2008년까지 완공하고 2012년까지 역내 5개 고속도로를 개통하는 게 골자다. 중국은 이를 위해 캄보디아에 총 4억 달러(4000억 원)에 달하는 무상 원조와 투자를 약속하는 등 인접국에 자본 공세까지 펴고 있다.중국과 인도 사이에도 옛 실크로드가 부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이어주는 나투라 고갯길. 히말라야 산맥을 가로지르는 해발 4545m의 이 통로는 고대 실크로드의 하나로, 195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을 통해 식량과 생필품의 거래가 많이 이뤄졌으나 1962년 양국 간 국경 분쟁으로 인한 무력 충돌 직후 폐쇄됐었다. 이 통로가 지난해 7월 44년 만에 다시 열리면서 옛 실크로드에 활기가 돌고 있다. 철조망을 걷은 그날부터 중국 티베트 야둥에 국경 무역시장이 개설됐다. 중국과 인도는 2003년 11월 국경 분쟁이 마무리된 티베트 야둥과 인도의 시킴 두 지역에서의 국경무역을 허용했었다. 중국의 구상대로 현재 티베트의 라싸가 종점인 칭짱(靑藏)철도가 야둥까지 달리게 되면 중국과 인도가 철로로도 연결된다.중국 서북 지방인 신장위구르자치구와 카자흐스탄 간의 국경 지대는 중국의 상품이 넘쳐나는 시장이면서 카자흐스탄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빨아들이는 통로가 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원유를 중국으로 실어 나르는 송유관이 지난해 깔린 데 이어 천연가스까지 보낼 가스관 건설도 추진되고 있다. 신장과 카자흐스탄의 국경도시 하르고스는 2013년까지 10억 달러가 투자되는 10㎢ 크기의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 이외 다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벨트 구축에도 적극적이다.오는 8월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로 구성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3개국을 잇는 다국적 철도 부설 프로젝트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노선은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스에서 출발해 키르기스스탄 수도인 비슈케크를 거쳐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를 종착역으로 하고 있다. 이들 3개국을 잇는 이 길은 옛 실크로드의 부활을 상징하는 또 다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키르기스스탄 등 독립국가연합(CSI) 국가들이 기존 철로로 중국에 갈 경우보다 1400km를 단축할 수 있어 중국 변경 지대의 경제벨트 건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중국과 러시아 사이에도 자유무역 지대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헤이룽장성의 수이펀허시와 러시아의 포그라니츠 사이에 건설되는 자유 무역지대가 대표적이다. 양국은 국경선을 따라 10㎢ 규모의 ‘준 자유무역지대’를 건설 중이다. 10년간 최소 1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될 예정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을 이루는 헤이룽강 중류에 있는 타이핑거우에 중·러시아가 손잡고 대형 댐을 건설하기로 한 것도 변경 지역 경제벨트의 한 사례다. 연간 전략 생산량이 70억㎾로 한국 최대 다목적댐인 소양강댐(8억440㎾)의 8.3배에 이르는 규모의 댐을 세우는 것이다. 댐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150억 위안(약 1조8000억 원)은 중국 측이 내고 러시아는 댐과 발전소 설계를 맡기로 했다.중국은 특히 러시아 및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지린성의 훈춘시에도 3국 간 자유무역지대를 추진 중이다. 훈춘 변경경제협력구는 먼저 중국의 훈춘에 일정 범위의 봉쇄형 관리구역을 만들어 교통·운수 및 자원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로·항만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선 통상적인 관세 감독 관리가 면제되고 양국 상품이 면세로 수출입될 수 있으며 제3국의 화물이나 사람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된다. 중국은 또 북한 신의주와 국경을 맞댄 단둥 인근에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 중이다.중국 변경 지대에 불기 시작한 경제 부활의 노래에서 발 빠르게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중국인들도 적지 않다. 인도와 접경하고 있는 중국의 야둥에 중국의 유대 상인으로 불리는 원저우 상인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소식이다. ‘시장이 있는 곳에 원저우인이 있고, 원저우인이 있는 곳에 시장이 생긴다’는 속설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티베트의 라싸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원저우 상인 린종난. 지난해 5월 국경 재개통 소식을 접하자마자 12시간 동안 차를 타고 나투라까지 달려가는 기민함을 보인 덕에 국경 무역시장에 점포 하나를 임차했다. 그는 이곳에서 원저우산 단추와 섬유를 팔고 있다. 일부 원저우 상인들은 임대를 통해 야둥의 창고를 대부분 확보했다. 창고 수요 급증을 내다보고 선점해버린 것이다. 중국의 변경 지역 경제벨트 형성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오광진·한국경제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