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위한 힘 ‘비축기’…저평가 ‘매력적’

은행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매우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은행 업종의 주가가 얼어붙고 있다. 은행 업종 지수는 연초인 1월 8일을 저점으로 25.3% 상승한 후 하락 조정을 보이고 있다. 1분기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코스피(KOSPI) 사상 최고치 경신을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코스피의 상승을 초기 국면에서 주도했기 때문에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힘의 비축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은행 업종을 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당분간은 이러한 움직임에서 벗어날 모멘텀이나 촉매제가 없어 1분기처럼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1분기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최대의 순이익을 냈지만, 비경상적인 부문의 이익 기여가 컸고 또한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제 2분기부터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NIM(순이자마진)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나 시장은 여전히 2분기에도 NIM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판단된다. 가계 대출이 정체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은 여전히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시장의 시각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결국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조절할 필요성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체율 기준 변경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도율과 부도 업체의 흐름은 양호하다. 하지만 주택 가격 하락과 경기의 상승 전환이 늦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을 보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자산 성장을 지속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자산 성장에 대한 시각도 낙관적이지 않다.다만 2분기에는 NIM이 1분기보다 더 버티기 힘들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2분기 들어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안정 속에 콜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여전히 자금이 은행으로 들어오지 않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높다. NIM 하락은 2006년 초반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변수다. 물론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NIM이 상승 반전하기도 했지만 은행은 조달에서 구조가 변하고 있어 당분간 NIM 하락은 대세일 것이다. 2006년 은행들이 대출 자산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고객을 빼앗기 위한 금리 인하 등 마케팅 비용과 인위적인 자금 조달로 인한 수신 금리 상승이 높아지면서 NIM 하락 폭이 컸다. 하지만 2007년은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주택 담보대출을 총량적으로 조절하면서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서도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어 공급자(은행)보다는 수요자(중소기업)들의 수요가 더 클 수 있어 대출 금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산 성장이 둔화되면서 그만큼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NIM이 상승세로 반전하기는 힘들지만 하락 폭이 점점 둔화될 전망이다.비록 이익 성장에 대한 해답이 출자 주식 매각이나 부실 채권 회수 외에는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더욱이 은행 업종 주가가 이익 안정성 확보에 따른 저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1월부터 3월에 주가가 20% 이상 상승한 부분도 은행 업종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는 가장 큰 변수일 것이다시장의 기대치에 맞춰질 성장 로드맵 부재가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인수·합병(M&A)과 같이 역동성을 제공할 테마도 한풀 꺾이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지금 국면에서는 은행 업종의 매력도가 부각될 확고한 촉매제가 없는 상황이다.하지만 최근 하락 조정으로 인해 가격이 점점 싸지고 있다는 점이 은행 업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은행 업종은 과거와 달리 안정적으로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선행지수 상승 전환 임박도 긍정적인 뉴스가 될 수 있다. 과거 은행주 패턴을 보면 경기 저점에서 경기 사이클과 동행성 및 선행성이 높았기 때문에 여전히 기대치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결국 밸류이이션(Valuation) 문제로 귀착된다. 이미 성숙기에 진입하고 있는 산업이다 보니 성장에 대한 답이 뚜렷하지 않아 이익 안정성을 프라이싱(pricing)해야 하는 업종으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싸냐 아니면 비싸냐’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다. 최근 2007년 말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배율(PBR)이 1.37배이고, 주가수익률(PER)은 8.18배다. 2008년 기준으로 보면 각각 1.24배, 8.16배다. 비록 2007년과 2008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6%로 예상되기 때문에 멀티플(multiple)을 공격적으로 높여주기는 부담스럽지만 지금 수준은 고평가 국면은 아니다. 2004년 이후 은행 평균 PBR는 1.42배 수준으로 평균 이하 국면이다. 더욱이 각 국가별로 은행주의 PER를 비교해 봐도 한국이 가장 싸다. 따라서 외국인들이 은행주에 대해 공격적으로 매도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결국 크게 좋을 것도 없고 크게 나쁠 것도 없는 국면에서 은행 업종을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도 없고, 너무 조급하게 볼 필요도 없다. 물론 현재의 지루한 국면을 벗어날 돌파구나 확고한 촉매제도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당분간 은행 업종은 PBR가 1.3배 초반에 진입하면 저가 매수하고 1.5배가 넘어서면 비중을 줄이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2007년 중반의 은행 업종 투자 전략은 밸류에이션 박스권 투자 전략이다. 기대치를 낮추고 보자는 얘기다.그렇다면 왜 은행 업종에 대해 상한폭(Cap)을 두고 보는 것인가. 그것은 장기 전망이 여전히 낙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 업종은 단기간에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어렵고, 또한 본연의 업무에서 이익 성장성이 높지 않다는 예상이다. 비록 이익 안정성이 상당 부분 확보될 수 있겠지만 ROE는 지속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은행의 멀티플을 공격적으로 올릴 수도 없을 것이다. 배당을 통해 주주 만족과 동시에 ROE를 높일 수도 있지만 이도 신BIS비율 적용이 마무리돼야 할 것으로 보여 시간이 더 필요하다. 또한 경제의 저성장 체제로의 안착과 더불어 정부의 금융 산업 정책이 은행 중심에서 투자은행 육성으로 변화되고 있는 시점도 은행업 자체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즉, 은행업은 자체적으로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서는 주주 가치의 상승이 어려운 시기에 이미 진입했다. 본연의 이익도 정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고, 유가증권 매각 이익을 제외하면 성장의 여지도 크지 않다. 따라서 은행 업종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시기다.비록 이러한 정체성을 돌파하기 위해 해외 성장 전략이나 비은행 확장 전략을 모두 구사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장의 눈높이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점 형태의 현재 법인이나 라이선스를 얻기 위한 비은행 확장은 정체성의 혼란만을 야기할 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업종의 활력을 불어 넣었던 대형 M&A도 당분간 소강상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은 은행업 전망이 공격적일 수는 없는 셈이다.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M&A를 통한 기업 인수 전략이나 해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은행은 이익 안정성이 상당 부분 확보되는 국면이고, 여전히 금융권에서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태다. 더욱이 출자 주식 매각을 통해 자본력을 더욱 보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 성장의 기회는 남아 있다. 만일 시황이 그렇게 전개되지 않는다면 주주 만족 경영으로 변화될 수 있다. 안정적인 이익을 통해 과잉 자본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 있어 고배당을 통해 자본의 효율성 및 안정적인 주주 가치를 창출해 줄 수 있는 업종이기 때문이다.종목은 역시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LG카드 인수를 마무리하고 다시 금융권 패권을 거머쥘 신한지주를 최우선 선호주(Top pick)로 설정한다. 신한지주는 2007년 순이익이 2조4000억 원에 육박하면서 금융권 구도 재편의 헤게모니를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체 국면에 들어선 은행들이 각각의 성장 전략을 펴고 있지만 실제로 가시화되는 사례는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신한지주는 꾸준한 인수 전략을 통해 성장성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은행의 수익 확대 및 비은행 부문의 강화로 기업의 생사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신한지주는 꾸준하게 선도자의 위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새로운 최고경영자(CEO)와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 민영화 및 출자 주식 매각의 힘이 발휘되는 우리금융도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이다. 정부 지분 매각이라는 오버행 이슈가 남아 있지만 이는 결코 우리금융 주가에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민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 물량이 30%를 넘지 않고 있어 MSCI지수 등에 편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량 공급은 긍정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새로운 CEO를 통해 비은행 부문의 강화 노력이 본격화될 수 있어 기대감도 크다. 실적도 양호하지만 출자 주식 평가 이익이 가장 많아 비은행 부문 강화 노력에 가장 든든한 밑천을 갖춘 점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한정태·대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