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펀드는 특성상 실체가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투자자 수가 30명 이하로 제한돼 있는 데다 공개적인 투자설명회를 여는 것도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50인 이상에게 투자를 권유할 경우 공모 펀드로 간주해 보다 엄격한 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모 펀드는 성과 보고서를 공시하거나 실제 투자자(수익자)가 누구인지 밝힐 의무도 없다. 그동안 거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사모 펀드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문은 많았지만 구체적인 실태나 투자 사례가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 펀드의 투자 약관을 사후 보고받는 금융감독원도 실제 투자자에 대해서는 파악이 곤란하다고 말한다.많은 사람이 사모 펀드라고 하면 대규모 자금을 동원,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PEF나 사모M&A 펀드를 떠올리지만 이것만이 사모 펀드의 전부는 아니다. 일반 자산운용사들도 이미 4000여 개가 넘는 사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들은 투자 대상에 따라 주식형 사모 펀드, 채권형 사모 펀드, 혼합형 사모 펀드, 파생상품 사모 펀드, 특별 자산 사모 펀드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일반 공모 펀드와 달리 투자자 수가 30인 이하로 제한돼 있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PEF나 사모M&A 펀드는 개인 투자자의 참여가 쉽지 않다. 자금 규모가 큰 국민연금, 각종 공제회 등 연기금이나 금융회사들의 투자가 대분을 차지한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채권형 사모 펀드도 마찬가지다.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설정한 ‘1인 단독 펀드’가 대부분이다. 채권형 사모 펀드는 개인들이 투자하기에는 수익률도 낮다. 수익률로 본다면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주식형 사모 펀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일반 공모 펀드와 달리 투자 종목 수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 우량 종목 집중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도 주식형 사모 펀드는 개인 투자용으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용이나 인수·합병(M&A)용으로 운용되고 있다. 주식형 사모 펀드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그러나 특별 자산 사모 펀드는 사정이 다르다. 전통적인 투자 수단인 주식, 채권 대신 금전 채권이나, 사업권 등에 투자하는 특별 자산 펀드는 2004년 처음 허용됐으며, 대부분이 사모 형태로 운용된다. 현재 운용 중인 183개 특별 자산 펀드 중 123개가 사모형이다. 이는 금전 채권이나 사업권 등은 정확한 가치 평가가 어려운 데다 투자할 수 있을 만한 사업 대상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별 자산 사모 펀드는 매년 급격하게 수가 늘어나고 있다. 2005년 신규 설정된 특별 자산 사모 펀드는 20개(3173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3개(2조1773억 원)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무려 50개가 신규 설정됐다. 지난해 초부터 ‘이색 펀드’로 주목받은 그림 펀드, 드라마 펀드, 뮤지컬 펀드, 선박 펀드, 한우 펀드 등이 모두 특별 자산 사모 펀드다.최근 강남 거액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사모 펀드는 바로 이런 특별 자산 펀드들이다. 이들 펀드에 투자해 고수익을 올린 성공 사례는 강남지역 취재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올 초 대형 전시행사에 28억 원을 모아 투자한 개인 투자자 30명은 불과 4개월 만에 12.56%의 수익률을 올렸다. 연율로 따지면 수익률이 37.68%다. 지난해 뮤지컬에 투자한 30명의 개인 투자자도 4개월 만에 1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런 투자 성공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사모 펀드가 강남 거액 자산가들의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최근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강남지역 프라이빗뱅킹(PB) 센터가 자리해 있다. PB 단골 고객들을 중심으로 ‘알짜’ 정보가 유통되고, 자금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이 개인용 맞춤형 사모 펀드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이런 흐름에 한몫했다. 리스크가 큰 주식이나 수익률이 낮은 채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자 대안을 찾는 거액 자산가들의 욕구, PB센터와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서비스 차별화 필요성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것이다.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사모 펀드에 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다. 금전 채권이나 사업권 등 편입 자산의 가치 평가가 쉽지 않고, 아직은 운용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 대표는 “경험이 짧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사모 펀드 투자는 일반 개인 투자자보다는 새로운 투자 대안을 찾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 대표는 앞으로 개인들의 특별 자산 사모 펀드 등 사모 펀드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는 “현재 등장하고 있는 사모 펀드들은 선진국에서처럼 헤지 펀드와 같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펀드로 가는 전 단계”라고 말했다. 개인들의 사모 펀드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매력적인 사업 대상의 발굴은 물론 펀드 자체의 구조도 훨씬 고도화돼 ‘안정적인 고수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산시장통합법 본격 시행이 ‘2세대 사모 펀드’ 등장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용어설명◇PEF와 사모M&A 펀드= PEF(Private Equity Fund)의 공식 명칭은 사모투자전문회사다. PEF와 사모M&A 펀드는 특정 기업의 지분 인수를 통한 경영권 참여 또는 계열사 편입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인 후 그 수익을 얻는다. PEF는 상법상 합자회사인 반면 사모M&A 펀드는 주식회사라는 차이가 있다. 향후 사모M&A 펀드 제도를 폐지해 PEF로 일원화할 예정이다.◇사모 펀드= 공모 펀드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은 사모 펀드의 경우 투자자를 30명 이하로 제한한다. 50명 이상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는 PEF와 사모M&A 펀드도 마찬가지다. 1999년 채권형 사모 펀드, 2000년에는 주식형 사모 펀드가 허용됐다. 2004년부터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으로 파생상품 사모 펀드, 부동산 사모 펀드, 특별 자산 사모 펀드도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