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봄 햇살이 유혹하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어린이날(5월 5일)에서 어버이날(5월 8일), 스승의 날(5월 15일), 성년의 날(5월 21일)까지 매주 이어지는 ‘행사’를 피해 갈 방법은 없다.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가족과 함께 모처럼의 시간을 가져보자.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클래식 공연에서부터 국악 공연,뮤지컬까지 흥미로운 공연들이 한 달 내내 이어진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감성 영화들도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키워주는 각종 이벤트도 빼놓을 수 없다.어린이 이벤트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갈 수 있는 가족 공연, 이벤트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게 펼쳐진다. 올해는 특히 창작 공연과 어린에게 친숙한 만화나 동화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 많이 눈에 띈다.<부비 콩따콩>은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국내 1호 어린이 창작 뮤지컬이다. 뮤지컬 프로듀서로 유명한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가 참여했으며, 그룹 ‘다섯손가락’의 기타리스트 이두헌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별노란 숲에 사는 노란 강아지 부비는 어느 날 초록별에 사는 친구 두두가 먼지뭉치 악당들 때문에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부비는 두두를 구하기 위해 별사다리를 타고 초록별로 향하면서 아슬아슬한 모험을 겪는다. <부비 콩따콩>은 어린이들의 정서 교육을 위해 제작된 에듀테인먼트 뮤지컬이다. 다채로운 색의 무대와 동요, 힙합, 타악 연주 등이 어린이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24개월 이상 관람가. 12~23개월 어린이는 의료보험 지참 시 무료 입장 가능. 5월 13일까지. 2만~4만 원. 웅진씽크빅아트홀. 02-797-5020<달려라 하니>는 부모 세대와 자녀가 함께 볼 만한 가족 뮤지컬이다. <달려라 하니>는 1985년 만화 연재물로 처음 소개됐다. 엄마를 잃고 유일한 혈육인 아빠와도 떨어져서 혼자 아파트 옥상에서 사는 고아 아닌 고아에 남들과 어울리기 싫어하는 아이, 하지만 달리기만큼은 천부적인 소질을 지닌 아이였던 하니는 당시 큰 인기를 끌었으며, 그 후 단행본으로 출간됐고, TV 애니매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달려라 하니>는 1980년대 서민들의 시대적 상황을 대변하는 코드들의 집합체다. 하니의 아버지는 중동 건설현장에 있고, 홍두깨 선생님은 깔끔한 선생님의 모습보다는 시골 출신에 운동복, 슬리퍼 차림이다. 하니 역시 작은 키에 얼굴이 특별하게 예쁘지도 않고 자존심만 셀뿐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이,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정이 가는 아이다. 이처럼 평범한 아이가 열심히 노력해 성공하는 이야기는 시공간을 초월해 많은 감동을 준다. 5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3만~5만 원. 02-399-1772<엄마와 함께하는 국악보따리>는 2004년 초연돼 해를 거듭할수록 어린이와 학부모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공연이다. ‘동요 보따리’, ‘이야기 보따리’, ‘놀이보따리’의 세 가지 아이템이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 공연은 놀이형 어린이 전문 공연으로 공연장 로비에 해금 가야금 아쟁 피리 대금 거문고 등 국악기를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체험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국립창극단의 남성일 서정금, 국립극단의 한윤춘 이은희가 펼치는 재치 있는 입담과 순발력 넘치는 연기는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남동생과 누나의 갈등, 엄마와 누나의 갈등이 가출로 이어지고, 결국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아이들에게 인간과의 관계,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48개월 이상. 5월3~13일. 1만5000~3만 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2280-4114한국사립미술관협회는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 동안 가족과 함께 하는 예술체험 축제 ‘2007 예술체험 그리고 놀이-뮤지엄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서울의 금호미술관 등 전국 29개 사립 미술관이 참가한다. 서울 금호미술관은 부부작가 7쌍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 속 가족’ 전시와 함께 어린이들에게 관람 예절을 알려주는 ‘매너 스쿨’을 연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상원미술관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염색 공예를 배우는 ‘염색 1일 체험교실’을 연다. 경기 과천시 선바위미술관은 가족에게 보내는 입체 카드를 만드는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대전 남철미술관은 점토와 모래, 나무토막과 한지를 이용한 ‘봄과 함께하는 미술체험’을 진행한다. 5월 1~31일. 02-735-4032 www.artmuseums.or.kr공연·축제5월 2일부터 열리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클래식관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SSF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같은 세계적인 음악 축제를 모델로 여러 계층의 문화 애호가와 서울문화재단이 힘을 모아 지난해 탄생시킨 행사로 올해 2회째다. 세계적인 연주자와 연주 단체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나루아트센터 등 서울 시내 공연장 곳곳에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다. 올해는 ‘민속음악 하모니’라는 주제로 체코 러시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매혹적인 실내악 선율을 모았다. 오보에 연주자 장 루이 카페잘리, 해금 정수년, 바이올린 장 자크 칸토로프, 비올라 연주자 라이너 목, 첼리스트 양성원 등 국내외 유명 연주자 40여 명이 관객과 만난다. 세계적인 실내악단 ‘브로딘 현악사중주단’도 만날 수 있다. 5월 13일에는 고궁을 배경으로 ‘덕수궁 야외음악회(무료)’가 열린다. 5월 2~13일. 1만~4만 원. 02-737-4046 www.seoulspring.org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갈 수 있는 트로트 공연이 곳곳에서 열린다. 한국을 대표하는 트로트 가수 이미자는 5월 7~8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어버이날 효 디너쇼’를 연다. 하늘소리가 주관하는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4코스 고급 정찬 요리와 함께 ‘동백 아가씨’ 등 이미자의 대표곡들을 감상할 수 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한 이미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국민 가수’로 인기를 누렸다. 이미자의 효 콘서트는 지방에서도 진행된다. 영덕(5월 10일), 파주(5월 12일), 안양(5월 13일), 대전(5월 19일)에서도 공연이 열린다. 서울 공연은 V석 20만 원, R석 18만 원. 지방공연은 3만~6만 원. 02-547-3855어버이날을 전후로 무대에 서는 트로트 가수는 이미자만이 아니다. 패티김(5월 8일, 그랜드힐튼호텔), 송대관(5월 7~8일, 63빌딩), 심수봉(5월 6~8일, 쉐라톤 워커힐호텔), 주현미(5월 7~8일, 쉐라톤 워커힐호텔), 김수희(5월 8일, 임페리얼 팰리스호텔), 장윤정(5월 7~8일, 신라호텔)도 디너쇼를 연다.서울 잠실종합운동장 광장 내 전용 공연장 ‘빅톱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캐나다 ‘태양의서커스’의 <퀴담>도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전통적인 서커스를 생각하고 갔다가는 충격을 받기 쉽다. 연극처럼 이야기가 있고, 밀도 있는 음악과 춤,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져 에너지를 분출한다. 중력의 법칙을 거부한 듯한 곡예사들의 기예도 볼거리다. 퀴담(Quidam)은 라틴어로 ‘익명의 행인’이라는 의미로,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을 희망과 따뜻한 화합이 있는 곳으로 바꾸어 놓는 상상력이 가득한 작품이다. 서커스의 화려함, 현대적 테크놀로지, 매혹적인 디자인, 영감 넘치는 라이브 음악이 환상적인 무대를 선사한다. 1996년 캐나다에서 초연된 이후 16개국에서 8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6월 3일까지. 5만~20만 원. 02-541-6234<친정엄마>는 모녀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친정엄마가 죽기 전 옆집 아주머니에게 맡겨놓은 김치를 뒤늦게 받아든 딸은 눈물을 펑펑 쏟는다. 죽는 순간까지 딸에게 익은 김치를 먹게 하려 했던 친정엄마. 딸은 엄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향으로 떠난다. 방송작가 고혜정의 자전적 수필을 연극으로 만들었다. 7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온 고두심이 성병숙과 함께 더블 캐스팅으로 딸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다 쓸쓸히 죽음을 맞는 어머니 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모녀 패키지티켓’을 구매하면 20% 할인 혜택을 준다. 5월 6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1관. 5월 10일~6월 3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2만5000~3만5000원. 02-501-78885월은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한국고양꽃전시회가 5월 10일까지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 꽃전시장에서 열린다. 150만 종류 20만 본의 꽃들이 호수공원 곳곳에 흐드러지게 피었다. 전시장은 13개 테마별 공간으로 꾸며진다. 200여 평에 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장미정원엔 30여 품종 3500본의 장미를 원형 형태로 심어놓았다. 축제 기간 5000~1만 원의 요금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꽃다발 만들기, 선물용 허브 작품 만들기, 물레를 이용한 도자기 굽기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성인 5000원, 학생 3000원. 031-908-7750가족 영화올 5월에는 유독 아버지의 정을 다룬 한국 영화들이 많이 선보인다. 부자간의 서먹함을 극복하고 서로에 대한 사람을 확인해 가는 이야기들이 코끝 시큰한 감동을 선물한다.4월 26일 개봉한 <날아라 허동구>는 IQ 60인 아들의 초등학교 무사 졸업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의 원작은 대만의 베스트셀러 소설 <나는 백치다>다. IQ는 낮지만 학교 가기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발달장애 소년과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출간돼 2005년 문화부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를 위한 각색 작업을 진행하던 중, 제작사에서 영화 스토리를 접한 정진영은 ‘엄마’를 ‘아빠’로 바꿔 보자는 제안과 함께 작품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IQ가 모자란 아들과 홀로 아이를 키우기엔 버거운 아빠의 새로운 조합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오리지널 스토리보다 신선하고 진솔한 감동을 준다. 전체 관람가/98분/감독 박규태/주연 정진영, 최우혁.<아들>은 15년 만에 단 하루의 휴가가 허락된 무기수 아버지와 고교생 아들의 짧은 만남을 섬세하게 그렸다. 그동안 특유의 유머 감각과 차별화된 스토리 전개로 자신만의 개성을 선보여온 장진 감독이 이번에는 좀 더 보편적이고 깊이 있는 감성을 녹여냈다. 초고 집필 후 촬영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로 애착을 보인 만큼 충무로 최고의 각본가로서 장진 감독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영화 전반에 걸쳐 내레이션을 사용한 것도 특징적이다. 마치 아름다운 동화 책장을 넘기듯 감성적인 영상을 타고 영화 전반에 흐르는 내레이션은 15년 만에 만나서 더욱 어색하고 대화가 드문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 흐르는 서먹한 공기를 따뜻한 감성과 유머로 채워준다. 12세 관람가/103분/감독 장진/주연 차승원, 류덕환.코미디와 미스터리가 혼합된 영화 <이대근, 이댁은>은 노년의 아버지가 아내의 기일을 맞아 뿔뿔이 흩어져 살던 자식들을 3년 만에 불러 모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아버지 이대근은 평생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살다 보니 자식들에 대해선 털끝만큼도 이해하지 못한다. 고집불통에 제멋대로이고 무능력한 것까지 쏙 빼닮은 아들과 딸, 아들의 무능력 때문에 드세진 며느리, 철딱서니 없는 딸에 걸맞은 철부지 사위, 유일하게 이대근의 사랑을 받았으나 집안 재산을 거덜 내고 행방불명된 막내아들까지 그의 가족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이들은 3년 동안 뿔뿔이 흩어져 작은 평화를 누린다. 하지만 늙고 마음 약해진 아버지는 이런 가족들이 뼈에 사무치게 그립고, 이러한 간절한 아버지의 소망은 유쾌하고 가슴 뻐근한 거짓말을 만들어낸다. 전체 관람가/96분/감독 심광진/주연 이대근, 이두일, 정경순, 박철민, 박원상, 안선영.지난 4월 19일 개봉한 <파란 자전거>는 장애를 가진 남자와 그의 곁에서 묵묵히 버팀목이 돼 준 아버지의 큰 사랑을 잔잔하게 그렸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동물원의 코끼리 사육사 ‘동규’는 자신의 불편한 손을 바라보는 세상의 편견에 지쳐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하지만 결혼을 생각하는 여자 친구 ‘유리’의 부모님과의 만남 이후 다시 편견의 벽을 실감하며 떠나려 하는 여자 친구를 붙잡지도 못한 채 모질게 돌아선다. 자신의 불편한 손 때문에 매번 놀림만 당하던 어린 시절 동규는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자전거도 타지 않고 주변부만 맴돌 뿐이다. 늘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던 아버지는 동규가 주눅 들어 있을 때마다 동물원에 데려다 주고, 아이는 손이 없이도 뭐든 다 할 수 있는 코끼리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전체 관람가/97분/감독 권용국/주연 양진우, 김정화, 오광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