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서 CTO 영입’ 솔솔… 제2 신화 기대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려 온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이 ‘통신 공룡’으로 불리는 KT의 ‘제갈공명’이 될 수 있을까. 지난 4월 20일 KT의 자회사인 KTH가 드림위즈(www.dreamwiz.com)의 전환사채(CB) 인수에 5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 사장은 오랜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나아가 KTH가 드림위즈를 인수하고 이 사장이 KT의 CTO(최고기술책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이 사장은 1990년대 ‘ 글(아래아한글)’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해 국내 벤처 신화 1세대를 주도한 인물이다. 톱 탤런트 김희애 씨와 결혼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KTH의 드림위즈의 인수설은 제법 그럴듯한 시나리오다. KTH는 인터넷 포털 ‘파란(www.paran.com)’의 부진을 만회할 고급 ‘두뇌’가 필요하고, 이 사장은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이를 실행할 자금이 부족한 상태다. 지지부진한 ‘파란’의 상황을 이 사장의 ‘아이디어’로 돌파한 뒤 한 뒤 KTH가 포털 업계 3강에 들 수 있다면 ‘유비’와 ‘제갈량’의 만남이 되는 셈이다.드림위즈 측은 “아직까지 인수·합병(M&A)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없다. 지금은 MOU(양해각서) 수준의 업무 제휴 관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KTH에 인수될 경우에는 개발자 이외의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 때문에 직원들이 동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나 서비스 개발 외주를 많이 하는 KTH와의 안정적인 업무 제휴를 위한 것으로 봐달라는 것이 드림위즈의 주문이다.5억 원이라는 투자금액도 기업 M&A에서 큰 금액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드림위즈 측이 가격 흥정을 위해 아직 결론을 유보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KTH는 드림위즈 인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4월 초 KTH 내부에서는 드림위즈를 인수하기 위한 전담반을 은밀히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드림위즈 자체는 매력이 떨어지지만 이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드림위즈를 인수한다는 해석도 있다. 또 5억 원은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서 집행할 수 있는 금액으로 미리 입도선매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분석된다는 의견도 있다. 드림위즈 측도 5억 원이라는 금액은 M&A용이 아니라 서비스 하나를 개발하는 비용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피인수설을 긍정하지도 않지만, 강하게 부정하지도 않는 드림위즈는 이미 올해 초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해 ‘몸 만들기’를 완료해 놓은 상태다. 지난해 12월 잠실 사무실에서 강변역 근처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직원 수도 120여 명에서 90여 미만으로 줄였다. 잠실역 네거리에 최근 대형 건물들과 신축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임대료가 높아진 것이 이유다. 인력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퇴사 이후 업무를 구조조정해 더 이상의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있다.또 올해 1월 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5분의 1 무상감자를 실시해 자본금이 76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줄어들어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인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이후 투자 제안을 많이 받았지만 구체적인 액션이 진행된 것이 이번 KTH의 투자다. 다만 드림위즈 측은 “당장 회사가 문을 닫을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급하게 일을 진행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 다만 “5월 안으로 구체적인 어나운스먼트(announcement)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KTH, 인수 전담반 이미 구성이 사장은 1989년 ‘아래아한글1.0’을 개발해 1990년대에 화려한 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후 그가 손을 대는 사업들은 이렇다 할 빛을 발하지 못했다. 아래아한글은 불법 복제라는 악재와 제품 다양화에 성공하지 못한 한계에 부딪쳐 결국 내리막길을 걸어야 했다. 1998년 6월 이 사장은 단기 부채 100억 원을 막지 못해 부도 위기에 처한 ‘한글과 컴퓨터’가 아래아한글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 모금 운동이 일어나는 등 가까스로 아래아한글을 살리기는 했지만 본인은 ‘한글과 컴퓨터’를 떠나야 하는 아픔을 감내해야 했다. 지금도 이 사장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한글과 컴퓨터의 역사부터 언급되는 것은 꺼릴 정도라고 한다.1996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이 사장은 1997년 11월 전국구를 승계해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지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6개월 만에 정치 활동을 접었다. 1997년은 그가 톱 탤런트 김희애 씨와 결혼한 해이기도 하다. 이후 절치부심한 이 사장은 1998년 드림위즈를 설립해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미 한글과 컴퓨터 시절에 심마니와 네띠앙을 출범시키기도 해 자신감이 있었지만 당시는 이미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프리챌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때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0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해 안정된 수익 기반을 구축하고 마니아 커뮤니티 인티즌을 인수해 커뮤니티 서비스의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제2의 ‘이찬진 신화’를 써 내려가기도 했다.그렇지만 2005년 드림위즈의 상장 과정에서 분식회계 구설수에 휘말리고 회계사가 자살하는 등의 악재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재도약할 기회를 놓쳐 다시 부침을 겪어야 했다. 드림위즈는 2004년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매년 40억 원이 넘는 손해를 보고 있다.지난해 8월에는 홈페이지 구축 서비스를 제공해 왔던 네띠앙이 문을 닫으면서 고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사장이 원인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다시 자신의 작품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드림위즈, 5분의 1 감자 완료인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이 사장은 조직을 관리하고 셈에 빠른 ‘경영자 스타일’이라기보다는 넉넉하게 주변을 감싸 안는, 인품이 돋보이는 ‘엔지니어 스타일’로 통한다. 드림위즈를 만들 당시 게임 개발을 권유받기도 했으나 “사람을 게임에 빠뜨리게 해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포털을 만들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한 바 있다. 다른 포털들이 게임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자신의 철학을 지킨 것이다.지하철 2호선 강변역 앞에 자리한 자그마한 4층짜리 빌딩의 드림위즈 사무실에는 소파가 없다. 손님이 오면 사내에 마련된 5개의 회의실 중 한 곳으로 안내한다. 책상 하나가 들어가면 충분할 공간만큼만 칸막이를 쳐 사장실로 이용하면서 앉은 자리에서 다른 자리의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구형 다이너스티 자동차를 직접 몰고 다닐 정도로 과시욕보다는 일과 사람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다.정보기술(IT) 분야에 있어서는 ‘얼리어답터’를 자처해 신기술을 서치(search)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주변의 평가다. 올해 이 사장이 들고 나선 아이디어는 티비오(TVIO)라는 제품이다. ‘타임머신’ TV와 디빅스(DivX) 플레이어를 하나로 묶어 PC에 연결해 모든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TV로 이용할 수 있게 한 제품이다. PC에 연결해 원거리에서 자신의 집에 있는 TV 방송을 볼 수도 있다. 이 아이디어를 KT에서 향후 IPTV 서비스에 접목하기 위해 최근 투자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드림위즈에 따르면 이 사장은 “KT에서는 티비오에 대해 잘 모를 것”이라며 직접적인 투자 이유가 아님을 내비치고 있다고 한다. KTH의 한 직원이 “행정고시 출신이 포진하고 있는 KTH의 경영진에서 이 사장의 기획력과 개발 능력 때문에 드림위즈에 입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면 KTH와 드림위즈의 궁합이 나쁜 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아울러 2~3년 전부터 이 사장의 부인인 김희애 씨가 활동을 시작한 것을 두고 ‘신랑의 사업이 어려워져 부인이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이 사장은 회사에서는 부인에 대해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이 사장보다 김희애 씨가 더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을 보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부부의 역할 배분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지난 2004년 한 생명보험 광고에서 김희애 씨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라는 노래를 남편에게 불러주며 위로하는 장면에서 이 사장이 실제 모델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적도 있다. 이 사장은 좋아하던 영화를 최근에는 거의 못 보고 있다고 얘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