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흔일곱 살인 주부 H 씨. 생리 기간이 다가오면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폐경기에 들어선 까닭에 어느 날 문득 생리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홍 씨뿐만 아니라 45~55세(평균 51세) 폐경기에 접어든 여성들이라면 이런 초조함은 공통분모일 것이다. 여성의 라이프사이클 중 최대의 고비는 바로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다. 임신 능력이 사라지며 신체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된다. 아내의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장애는 부부간 성생활에도 큰 변화가 오므로 남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안면홍조와 호르몬 이상이 대표적 증상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가임기 여성들에게 아기를 낳아 잘 키우라고 조물주가 준 특별한 축복이다. 여성들의 갱년기가 신체적으로 고통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에스트로겐이라는 여성호르몬이 급속히 감소되기 때문이다. 여성 갱년기 증상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일반적으로 45~55세에 난소의 기능이 완전 정지돼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끊기게 되면 폐경이 된다. 증상은 크게 신체적 증상과 심리적 증상으로 나눌 수 있다. 심리적 증상으로는 이유 없이 짜증과 불만이 늘어나며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에 시달리거나 수면장애, 고독감, 우울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는 뼈, 피부, 혈관, 비뇨생식기 등에 주로 문제가 발생한다. 안면 홍조, 심장 두근거림, 두통, 식욕 부진, 골다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여성호르몬과 밀접한 ‘콩’ 많은 도움그러면 싫어도 찾아오는 세월의 손님 갱년기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폐경 여성의 식생활 중 가장 권장되는 식품은 콩이다. 콩 속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장에서 세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여성호르몬으로 전환되는 천연호르몬이다. 두부 등 콩이 많이 든 식품을 즐겨 먹으면 유방암 걱정 없이 폐경 증상을 다소 줄일 수 있다. 이와 아울러 적당한 운동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정원 가꾸기 등 몸 전체를 움직이는 활동을 즐기는 것이 좋다.◇부족한 호르몬 보충하면 효과 하지만 골다공증과 같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증상은 호르몬 보충요법 등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로 그 증상을 예방 및 완화할 수 있다. 수년간 에스트로겐을 복용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팔목 골절, 엉덩이뼈 골절, 척추 골절 등의 빈도가 크게 줄어들며 안면 홍조와 요실금 같은 비뇨생식기 증상이 호전되고 순환기 질환의 예방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뚜렷하게 효과를 보는 것은 성적 회춘. 실제로 폐경이 지난 지 여러 해 되는 여성이 호르몬을 외면하고는 제대로 성생활을 유지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호르몬 대체요법을 통해 30대와 같은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호르몬 요법이 폐경기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환자에 따라 유용성과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충분히 해야 한다. 한때 미국 국립보건원이 발표한 ‘폐경 여성을 위한 호르몬 대체요법이 유방암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는 내용 때문에 폐경기 여성들이 호르몬 대체요법을 꺼린 적도 있다. 그러나 폐경기 증상 완화를 목적으로 한 호르몬 대체요법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으며, 다만 안전을 위해 치료 전에 유방 엑스선 사진과 자궁암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갱년기를 즐겁게 맞자폐경 후에도 인생의 3분의 1이 계속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극복해야 마땅한데도 우리나라의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을 단 여성들은 본인보다는 남편, 자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어 정작 치료에 소극적이다. 이 시기의 남편과 자녀들은 바쁘다. 그저 속으로 ‘알아주겠거니’ 하고 내심 바라다가는 속병 나기 일쑤다. 지금 이 순간 아내를 한 번 돌아보라. 가족, 특히 남편의 관심은 그 어떤 치료법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훌륭한 솔루션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한다.이무연·아담스클리닉 원장(전문의/의학박사)가톨릭의대 외래교수. 세계성의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 남성학회 정회원. 미국 성기성형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유럽 남성성기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www.adams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