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몰트위스키 참맛 즐기세요’

“지난해 전체 위스키 시장은 정체를 보였지만, 싱글 몰트위스키는 20% 이상 성장했어요. 한국에서도 와인에 이어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거죠.”박준호 윌리엄그랜트앤선스 동북아지사장(41)은 세계적으로 주류 소비 패턴은 그 나라의 소득 수준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고 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넘어설 때 와인 시대가 열리고, 2만 달러가 되면 싱글 몰트위스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우리나라는 싱글 몰트위스키의 초기 성장 시장인 셈이다.실제로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은 매년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려나간 위스키 60만 케이스 중 2만5000케이스를 싱글 몰트 제품이 차지했다. 아직은 판매 비중이 4%대에 머무르고 있지만, 성장률로 따지면 20%가 넘는다. 현재 전 세계 위스키 시장에서 싱글 몰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9%가량. 이는 국내 싱글 몰트위스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아직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싱글 몰트위스키는 위스키 제품 중에서 가장 늦게 세계 시장에 선보인 후발 주자다. 400년 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 탄생한 위스키는 처음에는 맥아(malt)를 원료로 만들었지만 1830년대에 대량생산 증류법이 개발되면서 값싼 옥수수나 밀이 주원료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것이 곡물로 만든 위스키에 몰트 원액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다. 값싼 곡물을 써 대량생산된 블렌디드 위스키는 일찍부터 전 세계로 수출돼 위스키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전통 주조법에 따라 맥아를 사용해 만든 싱글 몰트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만 사랑받다 196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수출되기 시작했다.윌리엄그랜트앤선스는 세계 1위의 싱글 몰트위스키 브랜드인 글렌피딕을 생산한다. 위스키 시장 전체로는 디아지오, 페르노리카에 이은 세계 3위 규모지만, 메이저 위스키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아직도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120년 전의 생산 공정을 고집스럽게 지키고 있다.“입맛은 각자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은 위스키라고 말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싱글 몰트위스키가 더 좋은 원료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든 제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하지요.”싱글 몰트위스키의 매력은 강한 향과 독특한 맛에 있다. 대량생산되는 블렌디드 위스키와는 달리 어떤 증류소에서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다 다르다. 위스키를 ‘폭탄주’ 용으로 소비한다면 사실 맛과 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스키 자체를 즐기려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면서 싱글 몰트위스키가 각광받고 있다.“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은 세계 4~5위에 해당할 만큼 양적으로는 성장했지요. 하지만 술에 대한 지식이나, 음주 문화, 선택의 다양성 등 질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어요.”박 지사장은 ‘연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과도한 집착증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세계적으로 12년산 이하는 스탠더드, 12~17년산은 프리미엄, 17년산 이상은 슈퍼 프리미엄으로 나누는 것이 보통인데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최소 17년산은 돼야 프리미엄 취급을 받고, 21년산은 돼야 슈퍼 프리미엄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다. 반면 스탠더드 시장은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있으나 마나 한 시장으로 쪼그라들었다.“싱글 몰트위스키는 연산에 따라 각기 독특한 향과 맛을 갖고 있어요. 무조건 오래된 것만 찾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걸 선택해 즐기는 게 중요하지요.”약력: 1966년 서울 출생. 미 남일리노이대 졸업. 조지워싱턴대 MBA. 96년 CJ 음료마케팅 팀장. 2000년 한국코카콜라 신상품 개발총괄. 2003년 유니레버코리아 마케팅 이사. 2005년 윌리엄그랜트앤선스 동북아지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