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변호사 업계 현안 해결에 주력’

대담 = 양승득 편집장지난 1월 2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하창우 회장은 역대 회장들과는 두 가지 면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서울변회 최초의 재야 출신이라는 점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공보이사 출신이라는 점이 그것이다.하 회장은 198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후 22년 동안 줄곧 변호사 생활을 해 왔다. 변호사 업계에서는 이를 재야 출신이라고 부른다. 판검사들이 국가 기관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는 것과는 달리 처음부터 스스로 자신의 길을 닦아 나가야 하는 초임 변호사의 현실을 하 회장은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처음 변호사를 개업하면 누구나 사무실이나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게 마련이지요. 최근에는 사법시험 합격생 수가 늘어나면서 젊은 변호사들의 수가 예전보다 크게 증가했습니다. 앞으로 서울변회 회장으로서 할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또 하 회장은 변협 공보이사 출신으로 언론 접촉을 해오면서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다고 한다. 활발한 방송 인터뷰와 신문 기고를 통해 변호사 사회 바깥의 여론에 귀를 기울여 왔다는 것. 10년 넘게 변호사 단체 활동을 하면서 변호사들을 위한 실무지침서를 쓰기도 하고 <변협 50년사>를 집필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서울변회 회장 선거에 나갔더니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취임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하 회장을 만나 향후 포부와 변호사 업계 현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우선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재임 중 꼭 이것만은 해결해야겠다는 것은 무엇입니까.여러 가지 현안이 많지만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변협 공보이사로 기자들과 접촉하면서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일반 시민들이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장 큰 불편함은 정보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일조권 침해를 받았을 때 어떤 변호사가 그 분야 전문가인지, 또 얼마나 경험이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다 보니 법조 브로커에 휘말릴 가능성도 커집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들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시민 편의를 위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두 번째로 법원과 검찰에 대한 견제자 역할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그간 판검사 출신이 회장을 맡다 보니 이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차 없이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하도록 하겠습니다.전관예우 문제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이를 해결할 구체적 방안은 있습니까.전관예우 문제는 곧 ‘유전무죄, 무전유죄’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예를 들어 대법원 사건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이 싹쓸이하다시피 해 왔습니다. 문제는 대법관 출신이기 때문에 수임료가 높아진다는 점이지요. 결국 일반 서민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 보니 무전유죄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사법 양극화 문제는 반드시 없어져야 합니다.그 방안으로 2년 동안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종전 근무지 사건 수임 제한’은 위헌 결정이 났지만, ‘종전 근무 기관의 사건 수임 제한’은 위헌 소지를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이런 방안에 대해 찬성하는 변호사들이 많다고 봅니까.변호사 사회도 일종의 피라미드 사회입니다. 나이 많은 분들이 적고 젊은 (사법시험)기수들이 많습니다. 일부의 반발은 있을 수 있지만 대다수의 젊은 변호사들은 전관예우 관행을 반대하고 있습니다.최근 변호사 업계 내부에서 현안이 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요.법조 유사 영역이 변호사 고유의 영역을 침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변리사 세무사 노무사 법무사 등 주변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이 변호사의 영역을 넘나드는 법안을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변호사들이 반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변리사들의 경우 지금도 특허소송에 대해 소송대리권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특허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소송에서도 소송대리권을 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변호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송대리권은 법률전문가인 변호사 고유의 영역입니다. 정부 입장도 변호사들의 숫자를 늘려 법조 유사직을 없애고 그 역할을 변호사에 흡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변호사 수임료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것과 관련해 반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는 변호사들이 의사와 함께 탈세의 주범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결 방안이 있습니까.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세수 증대를 위해 시행된 변호사 부가세는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사업자 등록을 한 사업가는 환급을 받고 그렇지 못한 일반인들은 환급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 약자들에게만 부가세를 받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두 번째로 형사사건의 경우, 죄를 지은 사람이 재판을 받을 때 부가세를 받는 것도 일종의 모순입니다. 이혼소송을 하는 여성 등의 사회적 약자들, 그리고 형사사건 피고인에게는 면제 조항을 집어넣어야 합니다.법조계에서 지금 가장 큰 이슈라면 로스쿨 도입이 아닐까 합니다. 1년 넘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기본적 입장은 반대입니다. 전 세계에서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곳은 미국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백인 우월주의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를 그대로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일단 학비가 비쌉니다. 3년 동안 1억 원 이상의 학비가 듭니다. 더욱이 최근 대학들도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수백억 원씩 투자를 감행하고 있습니다. 지방대학일수록 500억, 600억 원의 큰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만큼 학비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결국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강남 엄마들’ 아니겠습니까. 공부만 잘해서 판검사가 될 수 있는 시절은 지나가고 재력이 있어야만 로스쿨 입학이 가능합니다. 정부가 학비를 보조해 주겠다고 하지만, 이것도 빌려주는 것이라 결국은 자기 부담입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명백하게 구분하는 진입 장벽을 쳐 놓는 셈이지요. 대학들도 로스쿨을 가진 대학, 그렇지 않은 대학으로 나뉘어져 위화감이 조성될 것입니다. 또 로스쿨 실시 목적이 ‘질 높은 법조인 양성’인데, 대학 4년과 연수원 2년, 합해서 6년 동안 배울 과정을 3년 만에 배운다고 하는데 질이 높아질 수 있겠습니까. 국제 경쟁력을 이야기하는데, 능력 있는 법조인이 나오려면 실무에서 10년 넘게 근무해야 가능한 것입니다.이번 서울변회 선거에서도 드러났듯 변호사 사회 내부에서도 보혁 갈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요.변호사와 관련된 법정 단체로는 대한변호사협회 하나뿐입니다. 진보 단체로 꼽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보수로 간주되는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중도적 성격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은 임의단체, 친목단체입니다. 법조계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상호견제 작용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너무 심각한 문제만 여쭤본 것 같습니다. 최근 법조계에 여풍이 거세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여성들의 능력이 뛰어나다고 보시는지요.예전에는 대한변협이나 서울변회에서 여성 임원은 상상도 못했었는데, 이번 서울변회의 상임이사 9명 중 2명이 여성입니다. 남자들보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일을 처리하는 면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대법원의 법관 임용 심사위원으로 사법연수생들을 면접해 보면 여성이 훨씬 똑똑하고 대답도 잘 하더군요. 대법관에도 여성이 두 분 계시지만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약력: 1954년생. 78년 서울대 법학과 졸업. 83년 사법시험 합격. 86년 변호사 개업. 9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99년 KBS 방송자문변호사. 2001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2002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2003년 대법원 법관임용심사위원회 위원. 2004년 서울고등검찰청 항고심사회 위원. 2005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2006년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현).정리=우종국 기자/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