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 200개 보니 안목 생겨’

2004년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라는 책으로 유명인사가 된 조인호 씨(35). 조 씨는 정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취업 대신 온갖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12억 원을 벌어 화제를 모았었다.최근 만난 조 씨는 2년 전보다 훨씬 젊고 핸섬해 보였다. 10년 넘게 해오던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지금은 그만뒀기 때문이다. 기름때가 가시지 않았던 손은 깨끗해졌고 검게 그을렸던 얼굴도 하얘졌다. 지금은 하루 12시간씩 일산의 한 태권도장에서 사범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정규직을 선택하지 않고도 조 씨가 돈을 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눈물겨운 노력이었다. 적은 시급과 힘든 노동, 무엇보다 회사라는 울타리 없이 홀로 외로운 길을 걸었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외식 메뉴는 5000원짜리를 넘지 않았고 영화관도 가지 않는 짠돌이 생활이 10년 동안 이어졌다. 결국 아르바이트 인생 8년 만에 종자돈 1억2000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무엇보다 조 씨가 같은 나이의 평범한 직장인보다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 온 것이 비결이다. 남들보다 먼저 돈을 모으기 시작한 만큼 종자돈 마련 시기가 빨랐던 것이다.이후 종자돈을 5년 만에 열 배인 12억 원으로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아파트’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호기심에 증권사 객장을 가봤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하루 종일 거기서 전광판만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투자라기보다는 투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정직하게 벌어보자고 선택한 것이 아파트였지요.” 지금도 상가나 토지에 한눈을 팔지 않고 오직 아파트만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조 씨는 1999년 9000만 원으로 안산의 Y아파트를 매입했다. 당시 안양의 S아파트를 살까 고민하던 중 막연히 신도시의 새 아파트가 좋겠지 싶어 안산의 아파트를 산 것이었다. 그러나 2년 동안 안양의 S아파트가 가격이 50% 오를 동안 Y아파트는 5% 오르는 데 그쳤다. 지하철 역세권 프리미엄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아파트의 미래 가치를 내다보는 데는 문외한이었던 것이다.이후 조 씨는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부동산 초보였던 조 씨가 한 일은 매주 모델하우스를 돌아보는 것. 단순한 탐방이 아니라 부동산 전문가들이 귀찮아 할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보며 4년 간 200군데의 모델하우스를 돌아보고 나니 그제야 아파트를 보는 안목이 생겼다고 한다.조 씨는 2001년 경기 남부 신도시 등의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네 개를 산 뒤 각각 1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4억 원의 투자 수익을 거둔 것이다. 그 돈으로 다시 아파트 세 채를 사자 다시 아파트 가격이 두 배로 뛰어 12억 원의 자산가가 된 것이다. 현재 조 씨는 안양과 과천에 33평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그간 조 씨가 터득한 비법들은 어떤 것들일까. 첫째, ‘지도를 보라’는 것. 지도를 통해 교통이나 주변 편의시설, 학군, 공원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기존 아파트 중 가장 비싼 아파트를 찍은 뒤 지도를 펼쳐보면서 비교 연구해 보면 좋다.둘째, 새 아파트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 초보들은 아파트 인테리어나 마감재를 보고 ‘새것이니 무조건 오르겠지’ 하는 기대심리를 가지지만 지역이나 입지 요소가 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셋째, 거주지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의 아파트에만 투자하라는 것이다. 가격이 오르지 않거나 내릴 경우 그냥 살아도 될 정도로 만약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급증에 빠져 판단을 흐릴 수 있다.넷째, 돈이 없다면 가상 투자를 해보라는 것이다. 별 것 아니지만 1년만 해보면 경험과 안목이 꽤 쌓인다고 한다.조 씨는 아르바이트로 바쁜 와중에도 모델하우스 탐방을 계속하고 있다.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간간이 강의도 나가는 한편 자신의 비법을 정리한 책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