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절절 매고, 주식은 설설 기고….연초 재테크 관련 시장의 동향이 기대 밖이다. 새해 시작하자마자 나온 안정 대책에 휘청하는 부동산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주식조차 좀처럼 ‘떠’ 주지 않고 애를 태우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전문가들은 “부동산 지고 주식 뜬다”는 내용의 전망치를 이구동성 내놨었지만 아직 움직임은 미미해 보인다.이에 따라 재테크에 대한 기대감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특히 지난 몇 년을 놀라운 상승세로 풍미한 부동산 시장은 ‘주춤’을 넘어 ‘뚝 꺾인’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집값 급상승 국면 때 매입에 나섰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폭락’의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주식시장 역시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만개한 기대감 덕분에 그나마 펀드 시장은 확대 조짐이 뚜렷하지만 수익률은 아직 ‘글쎄’에 가깝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자자는 좌불안석, 시장엔 갑론을박만 무성하다. 각종 부동산, 주식 관련 사이트에는 개미들의 열띤 토론이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이 시장의 향배에 관한 제각각의 의견이다. 부동산의 경우 ‘하락 대세론’에 ‘재상승론’이 격돌한 지 오래다.이처럼 혼란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일수록 재테크 참여자들은 스스로의 지식 부족과 판단력, 실행력 부재를 탓하게 마련이다. 이런 때 일수록 재테크 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도 솟구친다. 해답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뚜렷한 좌표를 구하고 싶은 까닭이다.지난 2년여 동안 내 집 마련에 나섰다가 아직 전셋집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회사원 김연수 씨(35)는 재테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늘 “그때 상황 판단만 잘했어도 예전에 부동산 부자, 주식 부자가 됐을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김씨의 단골 레퍼토리는 “2002년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이 엄청 쌌었는데…”와 “2003년 삼성전자 주식을 6개월만에 괜히 팔았다”이다.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재테크 환경을 예측은커녕 따라가지도 못했다는 자책이지만 결국은 기회를 놓친 뒤의 ‘하나마나 한’ 푸념일 뿐이다.사실 김 씨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누구보다 재테크 달인이 되고 싶어 한다. 경제신문을 챙겨 읽고 여러 사람의 경험담에 귀 기울이며 자신만의 거창한 재테크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들은 2002~06년 상승장에서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큰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기회가 또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는 것도 공통점이다.이들이 자신의 선택과 판단을 믿으며 재테크 실행력을 키우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답은 크게 8단계로 나눌 수 있다. 기회는 매우 풍부한 셈이다. 첫 번째는 재테크 마인드로 바꿔야 한다는 것. 재테크 마인드를 갖춘 이와 그렇지 않은 이는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하게 마련이다. 돈이 없다, 아는 게 없다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남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이어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역발상 투자의 대가 존 템플턴은 “비관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투자하라”고 했다.만일 재테크 달인을 꿈꾸는 초보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 따로 있다. △인터넷 정보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면서 △공짜 공개강좌에 시간을 내 참석하며 △충실한 내용의 재테크 책을 골라 틈틈이 읽고 △조직이 잘 짜여진 동아리에서 교류하는 게 그것이다.특히 공개강좌에 참여하면 업계 전문가의 강의와 최신 투자 정보, 교재 등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다. 최근에는 언론사 컨설팅사 등이 무료강좌를 심심치 않게 열기 때문에 적극 활용할 만하다. 이미 많은 이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 부동산 투자 강좌는 번번이 정원이 초과될 만큼 반응이 뜨겁다.이 밖에 자격증 공부를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 특히 공인중개사 금융자산관리사 등은 전문 지식 습득과 함께 투자 감각을 키울 수 있다.전문가와 친분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조건에 속한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전문가가 글을 쓰는 인터넷 사이트에 소감을 남기거나 강의에 자주 참석해 얼굴을 익히면 꼭 필요한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동네 부동산 중개업소, 은행 대출 창구 등도 지역 정보를 수시로 얻을 수 있는 우량 소식통”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네트워크가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이와 함께 먼저 재테크 달인이 된 이들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대표적인 부동산 전문가로 거듭난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고급 정보 확보, 선점 투자, 가치 투자 등 세 가지를 늘 염두에 두면 재테크 성과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샐러리맨, 자영업자를 거쳐 투자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노용환 씨는 “부자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그러나 재테크를 지상 목표로 삼는 듯한 풍조가 우려를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 직장인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경제적인 여유(45.4%)’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중국 직장인들은 행복의 조건 1위로 ‘건강(85.9%)’을 들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행복에 어떤 조건이 더 중요한가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재물이 행·불행의 잣대가 될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를 정확히 알고 재테크에 접근하는 것 역시 달인이 갖춰야 할 덕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