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아파트 ‘1억 뚝’… 열쇠는 ‘선점’
주택 담보 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인하를 큰 틀로 하는 1·11대책이 발표된 지 20일 정도가 지난 지금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시장을 주도해 온 재건축 아파트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담보 대출의 1인 1건 제한 등 초강도의 돈줄 죄기 정책으로 매수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꿋꿋하게 버텨 왔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 가격을 낮춘 매물들이 서서히 등장하는 등 가격 하락의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특히 1·11대책의 여파로 그동안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서울 강남권 저층 단지들에서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서울과 경기 재건축 아파트 값은 작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부터 끊임없이 고공 행진을 계속해 왔던 개포동 반포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평형에 따라 작년 말보다 50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가량씩 떨어진 매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의 우량주로 평가받던 목동 분당 과천의 아파트 값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전체적으로 재건축 단지들이 하락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일반 아파트들에도 이 같은 하락세가 확산되는 분위기다.지난해 버블 논쟁과 수도권 집값 폭등, 대선 기대감 등으로 꿈쩍도 하지 않던 강남 등지의 주요 단지들이 이처럼 가격 조정 기미를 보이는 것은 매수세 실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기 매수자들이 추후 논의될 강남 대체 신도시 발표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로 인해 자금줄이 묶여버렸기 때문이다.더구나 이 같은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매수자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구입을 미루고 있고 올 하반기 청약가점제 도입과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분양가격이 20~30%가량 싸게 나올 예정이어서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거래가 거의 실종된 지금 상황에서는 약세 시장이 좀더 이어지면서 가격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급매물만 간혹 거래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자들이라면 일단 관망하면서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값이 어느 정도 하락했을 때 선별 구입하는 것이 안전하다. 우선 관심 대상을 급매물로 압축해야 한다. 급매물을 사면 나중에 값이 떨어지더라도 손해를 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 하락기에 급매물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향후 급등기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모두가 움츠렸을 때 먼저 뛰는 것이야말로 더 높이 뛸 수 있는 지름길이다.◇어디에 얼마나 있나?= 최근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낮춘 급매물들이 속속 등장한 데 이어 서울과 수도권 일반 아파트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끊임없이 상승세를 이어왔던 개포주공에서도 호가가 조정된 매물이 나온다. 1단지 15평형은 지난해 말 대비 약 3000만 원 떨어진 9억3000만 원에 매물이 있으며 3단지 11평형 6억4000만 원, 4단지 13평형 7억7000만 원, 4단지 15평형 10억8000만~10억9000만 원에 나온 급매물이 있는 상태다. 지난해 11억 원에 육박했던 구반포주공 22평형도 5000만 원 하락한 10억50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재건축 대상이 아닌 반포동 대우아파트 32평 로열층은 지난해 9억 원을 넘겼지만 지금은 매매가가 8억7000만 원 정도다. 잠원동 롯데캐슬 2차 42평 역시 재건축 단지가 아닌데도 최고가 14억 원에서 1억 원 떨어진 13억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강동구 고덕주공도 지난해와 비교해서 5000만 원가량 저렴한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1월말 기준 고덕주공 3단지 14평형은 5억1500만 원, 16평형 5억8500만 원이며 6단지 21평형은 6억550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경기권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분당에서도 중대형 평형 중심으로 일부 호가가 조정된 물건이 나오고 있다. 서현동 우성 53평이 지난해 최고가 13억 원에서 현재 12억2000만 원으로 급매물이 나왔다. 이매동 아름 건영 49평형도 11억 원에서 10억2000만 원까지 조정된 물건이 있으며 기존 6억5000만 원에 거래됐던 야탑동 영남 33평형이 5억9000만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가격이 급등한 과천도 급매물이 등장했다. 별양동 주공 6단지 16평형이 지난해 8억5000만 원에서 7억4000만 원에, 6단지 27평형이 12억5000만 원에서 11억2000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급매물 찾는 방법= 급매물을 잡기 위해선 우선 원하는 지역의 가격 동향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시세 흐름에 둔감하면 급매물인지 여부조차 판단하기가 어렵다. 급매물을 고르더라도 입지 여건과 장기적인 상승 여력 등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가능하면 실거주 수요가 많은 일반 아파트를 잡는 것이 추후 환금성 면에서도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나오는 매물도 많기 때문에 좋다.하지만 싼 급매물이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살 때까지 기다려 주지도 않는다. 속속들이 뒤져서 찾아내고 얼마나 발 빠르게 선점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대기 수요가 많은 인기지역 아파트일수록 더하다. 이 때문에 원하는 지역이나 단지 대상을 한두 곳으로 한정하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넓혀서 알아보는 것이 좋다. 본인의 거주지나 인근에만 한정짓지 말고 여기저기 넓은 지역에 걸쳐 발품을 팔아 매물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남구에서 급매물을 잡고 싶다면 압구정동이나 청담동으로 한정하지 말고 도곡동 대치동 개포동 삼성동 역삼동 일원동 일대까지 대상 지역을 넓히라는 것이다. 지역(동)은 최소한 10곳, 아파트는 50곳 이상 알아보면 더욱 좋다. 대상을 넓힐수록 그만큼 싼 매물을 쉽게 잡을 수 있다.운이 좋으면 현 시세 하한가보다도 훨씬 저렴한 급매물도 찾을 수 있다. 해외로 이민을 가거나 급전이 필요해 서둘러 처분하려는 매물들이 이런 부류다. 앞으로 1인 1건으로 담보 대출 규제도 심해져 만기 후 1년 내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난에 따른 급매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급매물이 나오는 조정기는 1가구 1주택자들로선 갈아타기에도 좋은 기회다. 활황기에는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 간 가격차가 확대되지만 불황기에는 가격차가 줄어든다.◇투자시 주의점= 중개업소가 급매물이라고 소개해도 아무 것이나 덥석 잡으면 안 된다. 일단 가격이 얼마나 싼 지 확인해야 한다. 활황기에는 주변 시세보다 2~3% 정도 낮아도 급매물에 속하지만 침체기에는 10~20% 정도 싸야 매입할 만하다. 급매물은 함정도 많기 때문에 가등기나 가압류 등 권리 관계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급매물은 비인기 지역이나 나 홀로 아파트가 많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본인의 자금 여력이 충분한지도 챙겨야 할 대목이다. 급매물은 자금이 급히 필요해 처분하는 것인 만큼 잔금 지급 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계약부터 잔금 납부까지 통상 1~2개월이 소요되지만 급매물은 짧게는 며칠, 길어야 보름을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원하는 지역에 믿을 만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많이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급매물은 중개업소 공동 거래망에 올리기보다 단골 고객에게만 정보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개업자에게는 매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자신의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를 말하는 것이 좋다. 또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에 매입하겠다는 금액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 좋다.김은경·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 리서치팀장©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