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역행 리더십·추종자 정신 ‘절실’

한국 경제는 2007년 내우외환의 경제 여건에 직면하게 돼 경기 추세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재침체와 금융 부채 위기, 외환 시장 불안과 경상수지 적자화,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 증대, 한반도 정세 불안으로 인한 경제 심리 악화, 대선 포퓰리즘과 정치 경제라는 5대 문제가 국내 경제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현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선 2007년에는 성장률이 2006년보다 낮아지는 가운데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로 인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560조 원으로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는 2007년 국내 경제 운영을 매우 어렵게 할 것이다. 만일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융 긴축 정책을 지속해 금리가 올라가고 경기 침체로 가계의 실질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가계 파산이 증가하고 서민 금융사를 중심으로 금융권의 경영 부실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국민총소득(GNI) 증가 중시해야이러한 경제 위기 가능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 정책 목표로서 경제 규모 확대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과 국민들의 실질 소득을 높여주는 국민총소득(GNI) 증가를 중시해야 한다. GNI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경기 친화적 금리·재정 정책 추진, 기업 투자 활성화, 건설 경기 연착륙 등으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별 금융 부채 추이의 모니터링 강화, 기존의 신용 회생 제도의 대상 요건 완화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의 차질 없는 추진으로 국내 자본 시장을 선진국 수준으로 육성, 부동산 시장에 집중돼 있는 비생산적인 자금을 자본 시장으로 이동시켜 투자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글로벌 달러화 약세라는 원화 가치 상승 요인과 북핵과 같은 하락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2007년에는 외환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원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 기업들의 환위험이 증대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큰 폭으로 확대돼 국내 경제의 성장 활력이 크게 저상(沮喪)될 수 있다. 외환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외환 시장 관리 능력을 제고해 원화 환율의 급변동을 막아야 할 것이다. 국내외 투기 자본의 빈번한 유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실시간 외환 유출입 추이 파악’ 기능을 강화하는 정책도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경상수지 적자 심화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과 인도 외에 새로운 성장 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TVT(태국 베트남 터키)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시장 개척 노력을 극대화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통해 자유무역지대를 넓혀나가는 한편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부동산 시장은 2007년에도 수급 차질과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백가쟁명식의 정책 대안 제시 등으로 불안정한 양상을 띨 것이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의 부동산 문제가 미래 노후 대책용 투자 대상이라는 측면과 교육 환경과 같은 사회 문화적 요인 등이 복합돼 나타나는 문제점임을 감안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따라서 부동산 대책은 단기간 내 부동산 가격의 급락을 유도하기보다 지역별, 주택 유형별 수급 여건과 향후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감안해 보다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마련돼야 한다. 부동산 대책의 혼선이 가중되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을 불안하게 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실성 없는 단발성 정책과 아이디어 남발은 극도로 자제해야 할 것이다.북핵 문제 역시 새해에도 한국 경제에 부정적 충격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로 인한 경제 심리 악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북·미 양측에 대한 협상과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중국과 일본과 같은 주변국은 물론 유엔 미국 등 전통 우방 국가들과의 공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최근 들어 북핵 문제를 포함해 글로벌 달러화 약세 지속, 국제 유가 상승 등 한국 경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대외 불확실성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기존의 경제 위기 조기 경보 시스템과 금융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보강해 대내외 경제 위기 관리 시스템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다.인기영합주의 ‘경계 대상’대선을 의식한 인기 영합 정책이 경제 정책의 혼선을 빚어 국내 경기의 정상적 흐름을 방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치 논리에 의한 비합리적인 정책 추진을 엄격히 금해야 한다.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인기영합적 정책을 지양하고 경제 논리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인기영합주의가 자칫 반(反)기업 정서로 이어져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볼 때, 기업 정책의 초점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경영권 문제에서 벗어나 투자 관련 규제 제도의 획기적 개혁 등 시장 경제 원리를 확립하는데 주력해야 한다.2007년처럼 경제 불안 요인이 다양하고 부동산 가격 안정과 가계 부채 증가와 같이 문제 해결 수단의 결과가 상충될 수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한 측면만을 보고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경제 전반에 대한 영향을 고려한 종합적 문제 해결 지향 정책(Total Solution Policy)을 추구해야 한다.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속이 시원하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21세기 대외 여건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21세기 들어 세계는 20세기의 냉전 체제가 해소되며 효율성과 경쟁을 중시하는 자유 시장 원리가 세계의 보편적 이념으로 확산되고 인간의 지적 능력과 창조력이 경쟁의 핵심이 되는 지식 사회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가치관의 혼란, 계층간·세대 간의 갈등과 대립 등으로 이러한 외부적 세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 전반의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이 낙후되고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이다.결국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을 막고 한국 경제가 선진 경제권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2007년에 무엇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성장 잠재력 확충(성장), 경제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유 시장 경제(자유), 화합을 통한 국력 결집(화합)의 기반을 튼실히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첫째,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성장 없이 한 계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부(富)를 단순히 이전하는 영화(零和, zero-sum) 방식의 분배 정책에서 탈피, 상호 이해와 협력 속에서 사회 전체의 성장 활력을 높여 전체적인 부를 증대하기 위한 비영화(非零和, non zero-sum) 방식의 ‘지속 가능 분배를 위한 성장 전략’을 새롭게 수립해야 한다. 둘째, 자유 시장 경제 창달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규제 개혁을 추진하고 작은 정부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 또한 국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념 간, 계층 간 대립에서 벗어나 서로 이해하고 화합해 경제력을 결집하는 상생의 경제를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소기업 간, 도농 간 협력 문화가 조속히 형성되고 정부의 사회 갈등에 대한 적극적 중재와 조정자의 역할이 증대돼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화합과 실천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따라서 2007년은 참되고 실속 있는 정책 과제들을 힘써 실천하는 무실역행(務實力行)의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물론 가계, 근로자, 기업 모두가 올바른 리더십을 분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주며 각자의 몫을 주어진 위치에서 충실히 수행하고 따라가는 참된 ‘추종자 정신(followership)’이 형성될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 유병규·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