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요리는 창의력에서 나옵니다’

최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초청으로 방한한 프랑스 미슐랭 스타 조리장 크리스티앙 에티엔 씨가 밝힌 요리 철학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그를 초청, 고객들에게 프랑스 프로방스 요리를 선보였다. 에티엔 씨는 프랑스 미식 문화의 대명사인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스타 조리장으로 프로방스 요리를 세계에 알린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명예 훈장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요리의 거장(Master Chef of France)으로 불리는 그는 “좋은 식자재와 마음에서 우러나는 크리에이티브로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방스 요리에 대해 그는 “프랑스는 작은 나라지만 각 지역별로 재료나 요리법이 각각 다르다”면서 “프로방스는 지중해와 가까워 일조량이 좋기 때문에 토마토와 바질, 해산물을 많이 활용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산물을 많이 써 건강식이 많다”고 덧붙였다.그는 1988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와 일본 핀란드 베네수엘라 브라질 캐나다 등 각국에서 프로방스 요리를 알려 왔다. 그런 그에게 프랑스 요리와 다른 유럽 국가 요리의 차이점을 묻자 “프로방스 요리가 다른 서양 요리에 비해 세련된 음식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라면서 “다만 음식은 기본적으로 개인 입맛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리츠칼튼 호텔과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 대표적인 특급호텔 조리장을 거친 그가 이처럼 프로방스 요리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요리는 감정적인 요소와 결합돼 나타나는 것이라는 소신 때문이다.“물론 노르망디 지역이나, 버건디 지역의 요리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저는 프로방스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가 곧 프로방스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 감정 전체가 프로방스와 밀착돼 있기 때문에 프로방스 요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특히 어려서부터 손으로 만지는 것을 좋아하고 음식 만들기를 즐겼다는 에티엔 씨가 프로방스 요리를 대표하는 조리장이 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는 이야기다.이번이 두 번째 방한인 그에게 한국 요리와 조리장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향이 풍부하고 조리장들이 무척 창의적이라는 거장의 답변이 돌아왔다.“한국음식은 향이 매우 풍부하고 국물 있는 음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치와 육회 등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한국 조리장들과 함께 일해 보니 생선이나 국물 요리를 만들 때 무척 아이디어가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비록 언어가 통하지 않아 요리 설명에 시간은 걸렸지만요.(웃음)”그는 1997년 이후 지난 2005년까지 8권의 요리 관련 서적을 내놓은 저자이기도 하다. 이 역시 프로방스 요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노력 중 하나로 그는 조리법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강조했다.“평소에 글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더욱이 제 레시피(조리법)를 공유하고 음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들을 읽고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합니다.”에티엔 씨는 음식을 음악에 비유하며 자신의 요리 철학을 정리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는 “기본으로 배우는 기초지식은 같아도 음악을 작곡하는 능력은 작곡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신선한 재료도 중요하고 조리장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만의 요리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 하는 조리장의 역량에 따라 음식의 수준이 결정된다”고 말했다.약력: 1955년 프랑스 프로방스 출생. 70년 인터컨티넨탈 호텔 파리 조리장. 74년 호텔 리츠 파리 조리장. 78년 생 디디에르 레스토랑(아비뇽) 대표. 90년 크리스티앙 에티엔 레스토랑(아비뇽)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