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 더 걱정… 경기 살려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원화 강세 등 내우외환이 겹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소기업 울타리 구실을 해왔던 단체수의계약제도마저 2007년 초에는 사라지게 된다. 전국의 중소기업은 약 300만 개에 달하고 전체 고용의 약 87%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김용구 중소기업중앙회 회장(66)을 만나 중소 업계의 경영 실상을 들어보고 과제와 대책에 대해 물어봤다.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요즘 중소기업 경영 실태는 어떻습니까.중소기업은 내수 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중소 제조업체들의 평균 가동률은 정상 수준(80%)을 크게 밑도는 상황입니다. 작년 9월 70.4%이던 평균 가동률은 1년 뒤인 지난 9월 71.5%로 약간 높아졌다가 10월 70.7%로 다시 낮아지며 여전히 70% 안팎에 머무르고 있지요. 특히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형 유통점의 확산으로 소상공인의 경영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매출실적 기업실사지수(BSI)를 보면 작년 7월 77.5에서 올해 3월 93.9로 높아졌다가 10월에는 86.1로 다시 떨어졌습니다.원화 절상으로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도 심할 텐데요.원·달러, 원·엔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요.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 90%가 넘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이익이 줄었고 58.3%에 이르는 기업들이 환율 하락분을 수출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수출 중소기업의 20%가 적자 수출을 하고 있으며 9.4%가 신규 수출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이처럼 계속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입니까.2006년 하반기 이후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은데 따른 것입니다. 내수 비중이 높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데다 대응능력마저 미약하기 때문이지요. 이에 따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산성과 수익성 하락으로 영업이익률, 임금 등의 면에서 대기업과 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중소기업의 임금 수준은 2001년 대기업의 65.9% 수준에서 작년엔 57.6%로 낮아졌습니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의 납품 단가 인하요구는 줄지 않고 있어요. 중소 협력업체 가운데 75.7%는 거래 단절을 우려해 불공정 하도급거래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임금과 원자재 값 상승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려 하는 게 문제입니다.중소기업들이 신성장 동력을 찾는 일엔 적극 나서고 있습니까.그렇지 못합니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원천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과거 주력상품이나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수익성 악화의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술 진보와 신상품 등장, 중국 제품과의 경쟁 등으로 시장 축소가 예상되는 부문에서 경쟁하고 있어 성장 전망마저 불투명합니다.아울러 2007년 초부터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전면 폐지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불안감마저 확산되고 있지요. 단체수의계약 대상에서 제외된 조합원 업체 현황을 조사한 결과 15%에 이르는 업체들이 이미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최근 북핵 문제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불안이 증대되면서 개성공단 조성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내년 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화 절상,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불리한 대외 경제 여건이 내수 경기의 침체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수출 경기도 시원치 않을 것으로 보여 중소기업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될 게 확실시됩니다. 매출 둔화, 유가 상승,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 역시 나빠지고 고용은 축소되며 임금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금난마저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그렇다면 중소기업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중소기업의 투자 심리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현행 금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조기 집행하는 등 적극적인 경기활성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아울러 대·중소기업 간 공정거래 관계 정착, 중소기업 자금조달 원활화, 세제 지원, 판매난 완화, 노사관계 안정 등 기업 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합니다.대책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구체적으로는 불공정 하도급 직권 조사를 강화하고 상생 협력 우수 대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마련하는 등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나가야 합니다. 중소기업 간 경쟁의무화제도 등 신규 공공구매제도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철저히 점검해야겠습니다.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방침을 철회하고 정책자금 지원 및 신용보증 공급도 원활히 해야 합니다. 대형 마트의 출점 제한, 소기업·소상공인공제제도 조기 정착 등 재래시장 활성화 및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도 긴요합니다. 한·미 FTA, 개성공단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정책 운영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무엇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도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전문화, 글로벌화를 이루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 중소기업중앙회는 우리 회사만의 세계 일류기술 갖기 운동인 ‘온리 원(Only One)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습니다.내년 2월 말이면 임기가 끝나지요.지난 3년 동안 회장직을 맡으면서 가장 역점을 둔 것은 협동조합법 개정이었습니다. 새로운 지식기반과 지방화시대에 맞게 협동조합조직을 개방형체제로 전환하고 중앙과 지방의 밀착화를 통해 조합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지요. 폐지되는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보완할 ‘중소기업간 경쟁제도’에 협동조합의 참여 등 보완장치를 정부와 협의해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전용 전시장이나 경인방송 인수 등은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만 앞으로 기회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요.제가 2004년 3월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회장 선거와 관련한 고발과 투서가 난무했습니다. 이에 따른 수사가 시작돼 지난 7월 6일 무혐의로 종결됐습니다. 그 다음엔 경인방송 인수 추진과 관련해 진정이 검찰 경찰 감사원 국가청렴위 등에 날아들었지요.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내사한 뒤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지난달 말 내사종결했습니다. 투서와 진정으로 36개월 임기 중 33개월 동안 각종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에서 비롯된 일이지요. 하지만 300만 중소기업의 권익 보호와 협동조합 발전을 위해 할 일이 산적한 회장으로서 아쉬움도 남습니다.내년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만큼 더욱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져 중소기업인들의 화합의 장이 됐으면 합니다. (참고로 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다).약력: 1940년 경북 안동 출생. 63년 성균관대 법률학과 졸업. 90년 신동 대표이사(현). 96년 대한광업협동조합 이사장. 98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이사. 99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DMP(디지털경영자)과정 수료. 2001년 미국 버클리대 하스경영스쿨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4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현). 중소기업연구원 이사장(현). 2006년 성균관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