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 달은 정신없이 지나간다. 송년 모임 때문이다. 연간 술 소비량의 3분의 1이 송년회 시즌에 몰려 있다고 하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12월은 송년회 약속이 가득하게 마련이다.나 역시 올해도 여느 12월처럼 바쁘게 보냈다. 다행히 술은 덜 마신 듯하고, 오히려 여러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된다. 잔을 주고받는 저녁 술자리 대신 이른 조찬 모임을 갖거나, 부부 동반으로 산행을 하기도 했다.요즘 젊은 직원들은 공연을 함께 보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회사 근처 찜질방에서 밤을 새우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는 모양이다.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대형 뮤지컬들도 송년 모임으로 꽤나 덕을 볼 것 같다. 예전에는 술을 꺼리거나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은 마치 능력이 없거나 무언가 부족한 데가 있는 것처럼 대하고는 했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그런 태도를 보이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송년 모임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변화됐고, 그 가운데 서로가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직업과 연령, 남성과 여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여러 이익집단들이 모여 사회와 기업을 이루게 됐다. 그만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났다. 관계를 맺어야 할 조직이나 개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자연히 갈등과 분쟁의 원인도 많아졌다. 여전히 이해관계에 따라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다행히도 조금씩 함께 살아가는 문화가 생겨나는 것 같아 매우 기쁜 일이다.기업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기업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다른 기업들과 관계를 맺고 있고 기업 내에도 남성과 여성, 다양한 학력과 연령의 직원들,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 모여 하나의 기업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성 인력과 협력 업체와의 열린 마음이 강조되고 있다.내가 몸담고 있는 여성 속옷 분야는 다른 업종에 비해 여성 인력이 일찍 진출한 분야이지만, 과거에는 디자이너 등 일부 부서에 국한돼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품 기획이나 영업부서 등에서도 능력 있는 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 높아지다 보니 우리 회사는 결혼이나 임신, 육아 등의 부담을 덜기 위해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등 여성의 원활한 업무를 위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또 과거의 ‘하청’ 개념이 아닌 ‘파트너십’을 동반한 ‘협력’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기업들은 협력사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협력사와의 공동 개발, 협력사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빠른 시장 변화에 맞춰 빠르고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 생산 기업이나 전문성을 지닌 마케팅 전문회사 등 그 종류와 수는 무한해졌으며 서로 발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키우려는 노력이 한창이다.이러한 상대방을 위한 노력들은 결국 나와의 ‘상생’으로 돌아온다. 기업과 조직, 그리고 개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살아가기 때문이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 조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은 나의 성장과 행복으로 결실을 본다.교향악단을 이르는 ‘필하모니(philharmony)’는 그리스어의 ‘사랑하다(phil)’와 ‘조화(harmony)’의 합성어라고 한다. 각 악기가 조화를 이뤄야만 화려한 음색의 교향악을 연주할 수 있다. 각 연주자가 서로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자신의 연주를 훌륭하게 완성시킨다.올 한 해도 우리는 다양한 개인과 기업들이 어울리며 좀 더 성숙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 왔다. 새해에도 서로를 위한 배려가 나를 위한 ‘상생(相生)’이라는 생각으로 우리 모두가 원하는 바를 이루면서 조화롭게 즐거운 한 해를 가꿔갔으면 한다.김진형 남영L&F 대표이사1978년 (주)남영L&F 사원 입사. 89년 영업부 부장. 93년 이사. 96년 상무이사. 99년 전무이사. 2002년 (주)남영L&F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