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절약 ‘주방에 답이 있다’

‘음식 장사는 인건비 따먹기’라는 속설이 있다. 길거리 점포들이 문을 닫으면 그 장소에 어김없이 들어서는 것이 음식점이다. 업종 포화상태로 경쟁은 치열하고, 그 때문에 많이 퍼주기 식의 경쟁으로 이어지니 원재료 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게 마련이다. 여기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할 만큼 어렵다. 취업이 안 된다 하면서도 힘든 일로 치부되는 식당 일은 기피해 일반 식당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웃돌기 일쑤다.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점포 임대료는 부동산 가격에 비례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인건비 또한 갈수록 부담이 되니 ‘앞으로 남고 뒤로 적자’인 일이 다반사다. 이러한 상황을 탈피하려면 구조적 혁신을 시도하는 사업주의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사업은 수익을 담보로 영속될 수 있기에 자영업자는 매출 증진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한다. 하지만 매출이 많아진다고 해서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일정 정도의 한계 매출에 도달한 이후엔 내부 혁신을 통한 순이익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조정방안 중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 인력부문이다. 즉 적정 인원이 업무에 맞게 적소에 배치돼 있는가와 이에 따른 근무 시간과 인건비 책정은 적정한가를 검토, 현실에 맞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인력 구조조정 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무턱대고 종업원을 줄였다간 손님에게 불편함만 줘 오히려 매출 부진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최근 외식 시장에선 뚜렷한 인력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주방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찬모, 설거지 등 허드렛일을 하는 종업원의 대부분이 중국 조선족 동포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문화적 차이를 느끼거나, 과거에 비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저임금으로 고용이 가능한 인력을 찾다 보니 서비스 품질이 낮아지는 부정적 결과가 나온 것이다.하지만 지속적인 경영 개선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면서 인력 비용 또한 절감한 사례가 있다. 서울 신림동사거리에서 난곡으로 향하는 남부순환도로변에 자리한 식당 ‘우묵배미’에 들어서면 신금순 사장(48)이 환한 미소로 반겨준다. 매사 긍정적이며 밝은 성격의 신 사장이지만 그에게도 고민이 많았다. 지난해 8월 처음 식당을 개업한 이후 미처 생각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에 부닥치며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하느라 적잖은 속병을 앓아야 했다.그래도 그간 나타난 다양한 문제들을 여러 차례에 걸친 경영개선을 통해 수정, 좋은 결과를 도출해냈다. 식당은 대로변이긴 하지만 8차선이어서 건너편 수요층을 고객으로 유입하기 어렵다는 입지적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로변 식당의 장점인 편리한 주차공간과 넓고 쾌적한 매장을 장점으로 인근 주민과 사무실 직원은 물론 남부순환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도 사랑받는 매장이 됐다.‘우묵배미’는 상호에서 연상되듯 어릴 적에 먹었던 우리네 토속음식인 돼지볶음과 돼지두부찌개 전문점으로 창업한 식당이다. 처음에는 점심 매출은 그런대로 나오지만 저녁 매출이 만족스럽지 않아 수차례 메뉴 개발에 나섰다. 시행착오 끝에 낙지와 돼지고기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돼지낙지볶음’과 ‘낙지김치볶음’, 도드람 ‘생삼겹살’을 추가했다. 그리고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꽁치김치찜’을 개발해 나름대로 마니아를 형성하고 있다. 사이드 메뉴로는 계란말이를 3000원에 판매하고 재고로 남은 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손님들에게 2000원에 판매함으로써 효자 매출로 한몫하고 있다.신 사장의 사업 철칙은 재고 없이 그날그날 재료를 구입해 항상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깨끗하고 위생적인 주방을 자신 있게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해 주방을 완전 오픈했다.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배우이고 주방을 바라보는 손님은 관객”이라는 게 신 사장의 지론이다.인력 활용 또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은 끝에 지금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작년 8월 식당을 창업할 당시 주방에는 주방장이 요구하는 대로 주방장, 찬모, 주방보조 등 3.5명을 채용했고 홀에는 3명의 서빙 직원을 채용했다. 개업초기에는 기대 이상의 높은 매출이 나와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주방장이 쉬는 날 일어났다. 음식 맛이 달라졌다는 것을 눈치 채는 고객들을 보고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주방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처음엔 주방장에게 각 메뉴에 레시피 작업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주방장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을 그만둬 버렸다. 실제로 조리사가 없으면 식당은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초보 창업자인 신 사장에겐 정말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음식의 맛이 변하니 손님이 30% 줄었다. 여기에 김치 파동이 겹치면서 매출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고민 끝에 신 사장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소스 개발과 메뉴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과 노력 끝에 우묵배미 만의 독특한 맛으로 ‘표준’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주방장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갖춰 주방 직원을 1~1.5명으로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해 인력 활용 폭을 넓혔다.신 사장의 사례는 주방 시스템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만으로도 고정비용을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당이 한계 매출에 도달한 경우 고정비용을 절감하는 게 당연하지만, 반드시 서비스 품질을 유지 또는 향상시키는 게 전제돼야 한다.예를 들어 식기세척기 설치는 인건비를 절감할 뿐만 아니라 수도료 세제비도 반으로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식기세척기 설치 이후 중국 동포로 구성됐던 인력을 국내 인력으로 교체해 서비스의 질을 더욱 높일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방 인력 절감 비용으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재투자할 수도 있다. 신 사장은 접객 인력을 보충, 오늘과 같은 안정적인 식당으로 만들었다.실제 주방 보조 업무를 원하는 이들이 식당 취업에 앞서 첫 번째로 점검하는 게 식기세척기 설치 여부라고 한다. 고된 노동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장치가 있는가를 체크하는 것이다. 작은 주방기기 하나가 인력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신 사장은 종업원 한 명의 한달 인건비로 식기세척기를 설치, 1년에 1500만 원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불황이 깊어갈수록 고정비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여야만 불황을 이겨나갈 수 있다. 특히 수도권 외곽지역 등 인력 고용이 힘든 입지라면 주방 시스템을 재구성하는 방안을 통해 안정적인 매장 운영을 꾀할 수 있다. 교외에 있는 외식업소는 차량을 이용한 고객이 절대 다수여서 업소에서 숙식하는 가족 종업원이 아니라면 차량 없이 출퇴근이 힘들어 인력 고용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주방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고객 편의는 물론 종업원의 편의도 고려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향한 사업자의 기본 덕목이다.고경진 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사무총장www.consultan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