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과 이론 겸비한 ‘문화마케터’

영화는 이미 한국의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또한 뮤지컬 등 일부 예술 장르도 산업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비즈니스로서 문화가 가진 잠재성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린다. 그래서 문화에 투자를 계속해야 할지 고민하는 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은 김우정 풍류일가 대표(32)를 찾는다. ‘삶의 멋과 문화의 감동을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하겠다’는 문구를 명함에 적어놓았듯 그는 문화의 감동을 금전적 가치로 승화할 줄 아는 고수이기 때문이다.“지난해 한화그룹이 열었던 서울세계불꽃축제를 평가해 봤더니 그 어떤 지방축제보다 더 높은 성과를 얻은 행사였더군요. 이러한 분석을 통해 기업은 문화 행사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되죠.” 이 분석의 총괄을 맡았던 김 대표는 “문화 행사에 대한 자신감 고취로 결국 기업은 문화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지난 2004년 ‘문화마케팅 프리랜서 그룹’이라는 타이틀로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을 모은 뒤 지난해 6월 정식으로 회사를 설립한 김 대표는 ‘풍류일가’가 ‘문화마케팅 프로덕션’으로 불리길 희망한다. 그는 “예술이 무대에서만 가치를 발휘하는 게 아니다”며 “기업이 예술에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술을 활용해 직원을 교육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따라서 그는 ‘문화 마케팅 도구를 개발한다’는 모토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연극 무용 미술 등을 활용해 상상력을 키워주는 ‘팀 버튼’이라는 혁신교육 프로그램과 예술로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감성 치유 프로그램 ‘아트케어’ 등이 그중 일부다. 자연히 즐거운 일터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CEO들의 문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터. 사실상 그가 자타공인 문화마케터로 자리 잡게 된 계기부터가 CEO들과의 만남 덕분이기도 하다.그는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찬 강연에 최연소 연사로 나서 ‘문화가 매력 있는 기업을 만든 사례’와 ‘문화 마케팅 트렌드’ 등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문화와 비즈니스를 결합한 그만의 독특한 컨셉트를 인정받아 여러 곳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다.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싶은 CEO들의 컨설팅 의뢰가 이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그는 현대백화점 문화마케팅 전문위원, KT&G 복합문화공간 운영위원. 뮤지컬 <불의 검> 마케팅 프로듀서, 발렌타인극장 3개관 위탁운영 등 문화마케팅에 관해서라면 단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최근에는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등과 함께 문화관광부가 문화마케팅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창조경영 시대의 문화마케팅>이라는 책의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특히 현재 진행형인 현대백화점의 문화마케팅 자문은 프로슈머(Prosumer·Producer+Consumer) 트렌드에 맞게 ‘주부 뮤지컬단 결성’이라는 성과까지 내놓았을 정도로 열정을 쏟고 있는 프로젝트다.김 대표가 문화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지금의 사업을 추진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기업의 영속성을 지킬 수 있는 현금흐름을 유지하면서 문화상품 연구에도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그는 “문화마케팅 프로덕션을 출범시키면서 ‘문화로 어떻게 돈을 버느냐’는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문화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해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다시 문화에 투자한다면 그게 바로 문화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문화마케터로서 그가 본 올 한 해 문화계는 어땠을까.그는 “스토리 텔링과 UCC(User Created Contents)가 올 한 해 문화계를 강타한 키워드”라면서 “이야깃거리의 발굴과 정보기술(IT) 분야를 넘어선 소비자 제작 콘텐츠의 확산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약력: 1974년생. 연세대 임상병리학과 졸업.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문화콘텐츠 마케팅·프로듀서과정 수료. 2003년 문화예술원 문화경영학부 주임교수. 2005년 풍류일가 대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