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증가율도 뒷걸음질… 한발 앞선 대안모색 필요
2003년 10월, 국제투자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가 ‘Dreaming With BRICs:The Path to 2050’의 보고서에서 브릭스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후 약 3년이 지났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브릭스(BRICs)’의 네 나라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2050년에는 지금의 G6 국가들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앞지르면서 세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후 이들 네 나라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고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 경제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최근 5년간 (2001~2005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보면 중국 9.5%, 인도 6.7%, 러시아 6.1%로 같은 기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 3.9%를 훨씬 능가하고 있고, 브라질은 2.2%로 그 이전에 비해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기 활황에 따라 해외 수입 규모도 크게 늘어나 같은 기간 연평균 수입증가율은 중국 24.5%, 인도 22.2%, 러시아 23.1% 등으로 세계 평균치 10.2%를 2배 이상 상회하면서 신시장으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이러한 브릭스의 신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오랜만에 나타난 ‘블루오션’이었다. 그동안 미국 유럽연합(EU) 등 기존의 주요 시장은 일본 독일 등 전통의 선진 강국들에 중국, 아세안 국가들의 후발개도국들이 가세해 진출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가고 있었기 때문에 거대 신흥시장 브릭스는 분명 ‘블루오션’으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중국, 외국인 투자 무조건 환영 ‘옛말’우리나라도 최근 브릭스에 대한 진출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고, 이에 따라 수출 및 해외 직접 투자에서 브릭스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2001~2005년)간 우리나라의 브릭스에 대한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34.6%로 같은 기간 총수출 증가율 17.1%를 2배 이상 상회했는데 특히 러시아 (42.4%)와 인도(34.4%)에 대한 수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브릭스 전체에 대한 수출액은 2005년 기준으로 728억 달러로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6%에 달하는데 이 비중은 2001년 14.7%에 비해 5년간 약 10%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브릭스 국가들에 대한 진출이 세계적으로 붐을 이루면서 블루오션으로 여겨졌던 브릭스는 점차 ‘레드오션’으로 변해가고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고가 제품 시장에서는 세계 대부분의 다국적 기업들이 경쟁 기반을 구축했고, 범용제품 시장은 경쟁력이 증강된 중국 기업들에 의해 장악됨으로써 틈새를 찾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있다.또한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중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필요 이상으로 넘쳐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최근 가공무역을 금지하고, 과거 외국인 투자에 부여했던 인센티브를 폐지하는 등 외국인 투자에 대해 제한을 가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 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시장 환경 변화는 우리 기업들의 중국 진출에 이미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2005년 기준으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투자수익률은 15.0%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3년 23.8%, 2004년 21.0%에 비해 상당 폭 감소한 것이다. 또한 중국에 대한 수출 및 해외 투자 증가율 모두 둔화되고 있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증가율은 2005년 24.4%, 2006년(1~9월) 11.0%로 지난 2003년 47.8%, 2004년 41.7%에 비해 큰 폭으로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금년의 경우는 세계 평균치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국 해외 직접 투자 역시 올해 1~9월간 증가율이 17.2%에 그쳤는데 이는 2003년 67.4%, 2004년 36.5%와 비교할 때 상당히 낮아진 수준이다.중국 다음으로 세계 기업들의 진출 경쟁이 치열한 곳이 인도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 기업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제조업 분야에서의 외국인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외국인 직접 투자 유입 추세를 살펴보면 2003년 45억8500만 달러, 2004년 54억7400만 달러, 2005년 65억9800만 달러 등으로 해마다 20% 이상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 기업들의 대인도 투자도 2003년 10건 1700만 달러에서 2005년에는 33건 91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으나, 이는 인도에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 총액의 1.4%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미 진출한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쟁 역시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도 진출에 소홀했던 일본 기업들이 인도 시장 재공략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일본의 21개 대기업들이 자동차, 통신 및 화학 산업 등에서 인도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중국과 인도 기업들도 인도 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 가고 있다. 대우의 상용차 부분을 인수한 인도의 타타모터스는 앞으로 인도 자동차 판매 점유율 2위 자리를 놓고 현대자동차와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국 전자회사들의 인도 시장 판매점유율도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브릭스 힘모아 영향력 확대 움직임도러시아에 있어서도 최근 외국인 투자 유입액이 크게 늘어나 2003년 80억 달러에서 2005년에 167억 달러로 배증했고 올해 9월까지는 208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의 외국 기업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러시아 시장에서 2004년 이후 판매실적 1위를 고수해 오던 현대자동차가 올해 1~9월간 판매실적에서는 GM에 1위를 내주면서 2위로 밀려났다.지난 2005년 러시아에서 조립 생산된 외국차는 15만~16만 대 수준에 불과했으나 외국의 자동차 업체들의 현지생산이 늘어나면서 외국차 생산량이 2010년에는 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한편 브라질에는 1990년대부터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구분이 모호할 정도로 다국적 기업의 진출이 활발했다. 현재 미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 중 430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특히 전기전자, 자동차, 통신, 에너지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이처럼 브릭스 시장에 대한 경쟁이 빠른 속도로 가열되고 있는 것은 브릭스가 각 대륙을 대표하는 대국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던 터에 최근 그 잠재력이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시장 진출의 기회를 모색해 왔던 세계 기업들이 앞 다퉈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에도 브릭스에 대한 선진국들의 진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브릭스 국가들 간의 상호 경제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중국과 인도 간의 FTA 추진, 러시아와 인도 그리고 중국, 인도, 브라질 간의 자원협력 추구 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적 협력은 미국의 세계 주도를 견제하고자 하는 정치적 협력 명분 하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짐들은 향후 브릭스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을 갖게 해 준다.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연 4~5%의 경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을 시작한 이후 수출은 우리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왔고,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수출 덕에 조속히 극복할 수 있었지만 요사이 심한 내수 침체를 겪으면서 수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이처럼 중요한 성장 동력인 수출이 그 기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수출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브릭스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실제 최근 우리 수출에서 브릭스의 기여도는 매우 컸다. 그러나 브릭스는 세계 기업들에 너무 많이 노출된 시장이기도 하다. 시장 확대 속도만큼 또는 그 보다 빠르게 세계 기업들의 경쟁이 일어나게 될 시장이다.브릭스의 거대함에 빠져 브릭스만 바라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브릭스에 대한 의존도를 관리 가능 수준으로 유지하고 브릭스의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세계 기업들이 브릭스에 몰두할 때 브릭스 이후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