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질주…미국·일본차 ‘비켜 비켜’
지난 8월 초 인도 뉴델리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AS) 요원 5명이 뭄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의 본사 및 공장은 남동쪽 해안도시 첸나이에 있고 영업, 마케팅본부는 수도인 뉴델리에 있는데 영업본부에 소속된 서비스요원이 홍수피해지역인 구자라트주로 급파된 것이다.뭄바이 인근에 있는 구자라트지역은 아직 물이 빠지지도 않아 사람과 차량통행이 어려웠다. 다른 자동차업체들은 사태를 관망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HMI 서비스 요원들은 지체할 수 없다며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곳에서는 현대차 1만5,000여대가 운행되고 있었다. 이중 줄잡아 무려 1만대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 요원만으로는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뉴델리에서 지원에 나선 것이다.지역언론은 이 내용을 대대적으로 이 다뤘다. 경쟁사들도 현대차의 소식을 듣고 뒤늦게 수해차량 서비스를 시작했다.장덕상 HMI 정비책임자(부장)는 “현대차는 빠른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경영체제의 장점을 살려 최대한 신속하게 AS를 실시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대차 팬을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현대차가 인도시장에서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 지 불과 8년째인 현대차의 승용차 부문 시장점유율은 18.2%로 10여개에 이르는 전체 자동차업체 중 2위다. 지난해 15만5,157대를 팔았다. 특히 판매신장률은 빅5 중 1위다. 판매량이 2004년보다 11.3%나 늘었다.83년에 창업한 인도와 일본 합작업체 스즈키마루티는 지난해에 44만5,448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52.2%로 1위지만 판매신장률은 8.5%에 그쳤다. 3위는 인도 타타그룹의 텔코(14만4,944대 판매, 점유율 17.0%, 판매신장률 7.8%), 그뒤를 피아트와 힌두스탄모터스가 이었다.단독진출한 외국자동차업체 중에서는 승용차 부문에서 최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HMI는 인도에서 상트로(아토스), 클릭, 베르나, 아반떼, 쏘나타 등 5개 차종을 생산하고 투싼을 한국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상트로와 클릭, 쏘나타 등 현대차들은 뉴델리와 뭄바이, 첸나이, 방갈로르 등 인도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오토릭샤나 기존의 낡은 인도차들에 비해 휠씬 고급스러운 자태로 도시를 질주하고 있다.현대차가 인도진출 외국기업에 대해 빠른 성장세를 이루고 있는 비결은 우선 제품차별화 전략을 들 수 있다. HMI의 민왕식 판매마케팅 총괄본부장은 “인도내 자동차업체들이 외국의 구형 모델을 들여와 생산, 판매하는 것과는 달리 최신 모델을 생산라인에 투입했다”며 “이에 따라 최신 기술, 첨단 스타일, 고품질 제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고 설명한다.둘째, 브랜드 전략이다. 인도 최고의 배우 샤룩 칸을 모델로 기용해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광고 내용은 최신 기술집약형 제품, 인도의 도로환경을 고려한 제품설계, 조립공장뿐 아니라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까지도 생산하는 업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단순히 인도에서 껍데기만 만드는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첨단 기술까지 들여와 최신 제품을 만드는 회사여서 인도인의 자존심을 세워줬다.셋째, 적정 마진 보장 딜러정책과 고객만족 정비체계 구축이다. 진출 초기 인도시장은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었다. 따라서 타 업체들은 차종에 따라 단 한 가지 가격만 운영했으나 현대차는 동일 차종 내에서도 배기량, 엔진 종류 등에 따라 3~4개의 다양한 가격을 운영,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혔다. 딜러들에게는 적정마진을 보장해 주는 판매정책을 펴나갔다.전국적인 정비망도 구축했다. 정비공장이 없으면 아예 딜러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전 딜러 긴급 정비차량 운영, 고객관리 프로그램, 권역별 부품공급기지 운영 등 부품공급경로 차별화로 고객서비스를 극대화했다. HMI는 현재 160개인 딜러망을 더욱 확대해 오는 연말까지 200개로 늘릴 예정이다.넷째,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좋은 이미지 구축이다. 뉴델리의 출근시간이 되면 현대차 브랜드가 새겨진 옷을 입은 대학생 150명이 길가에서 교통정리를 한다. 인도는 교통사고로 연간 10만명 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이런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현대차는 150명의 학생을 모집해 교통질서 교육을 시킨 뒤 이중 120명을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이외에도 지역사회에 대한 의료, 교육, 직원봉사, 재난구호 및 기부 등 기업의 사회·문화 공헌활동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4월 HMI재단도 설립했다.현대차도 인도진출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생산과정에서 양국간 문화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예컨대 인도인들 가운데는 허약한 사람이 많았다. 경제사정이 안 좋은데다 채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체력이 약해 결근율이 높았다. 시한준수의식도 결여돼 있었다.카스트제도 영향으로 타 계급에 배타적인 종업원도 많았다. 조직의 단합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다. 회사에서는 공정한 대우를 통해 계급의식을 불식시켜 나갔다.또 인도는 영어가 공용어임에도 대부분의 현장작업자는 영어가 서투른 편이었다. 이에 따라 제안제도와 간담회 활성화를 통해 의사소통을 활성화시켰다. 목표의식이 높고 책임감 있는 새로운 현대차의 인도인이란 의미로 현디안(Hyundian·Hyundai+In dian)이란 용어도 창안해냈다.현대차는 지난 3월 인도 자동차업계 사상 최단 기간 내에 총생산 100만대를 달성했다. 지난 98년 최단기간(17개월) 내 공장 설립, 지난 2005년 10월 최단기간 내 수출 20만대 달성에 이은 또 하나의 값진 기록이다.HMI는 확대되는 인도 및 해외 수요에 대응키 위해 생산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3교대 24시간 가동을 통해 연산능력을 현재의 28만대에서 30만대로 증가시키고 제2공장 건설을 통해 또다시 60만대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첸나이공장은 약 60만평에 이른다. 평지여서 공장의 마당에서 지평선이 보일 정도로 광활하다. 이곳에 1공장에 이어 2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2공장은 내년 10월 완공목표로 하고 있다. 인도공장은 앞으로 상트로 등 몇몇 소형차의 경우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수출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민본부장은 “수출비중은 현재 35~40%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를 몇 년 내 50% 수준으로 높여나갈 생각”이라며 “유럽과 중동, 중남미지역의 수출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nhkim@kbizweek.com·shoh@kosbi.re.kr©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