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삼성 공장 중 생산성 ‘으뜸’

뉴델리 부근 노이다공단. 인도 내에서 비교적 잘 정돈된 공업지역이지만 마침 내린 소나기로 도로는 순식간에 물바다가 됐고 도로에는 각종 쓰레기가 떠다녔다.하지만 이곳에 있는 삼성전자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깨끗했다. 약 4만평 규모인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넓은 잔디밭이 가꿔져 있고 왼쪽에 사무동, 오른쪽에 공장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마치 잘 가꿔진 공원을 연상시키듯 정갈하다. 공장 안의 원부자재 역시 단정하게 정돈돼 있다. 직원들도 유니폼을 입고 질서정연하게 일한다.이 공장은 인도 관리와 기업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노이다에는 수많은 자국기업과 외국계 기업이 들어서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삼성전자가 이들의 단골 방문코스가 된 것은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유영복 삼성전자 인도법인 상무(노이다공장장)는 “인도 공무원과 기업인들은 삼성전자를 방문한 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인도 공장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깨끗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떠난다”고 설명한다.삼성전자는 어떻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공장을 만들었을까. 유상무는 “인도에서 가장 안되는 것을 해결해 보자”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한다. 인도에 도착해 느끼는 첫인상은 ‘더러움’과 ‘느림’, 그리고 ‘노 액션’(말만하고 행동은 없음)이다. 이를 ‘청결’과 ‘스피드’, ‘액션’으로 바꾸는 운동을 펼쳤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청결, 단정, 행동, 신속운동을 벌였고 이는 결국 종업원들의 일상사로 자리잡았다.삼성전자의 인도사업장은 크게 4개 조직으로 돼 있다. 첫째, 뉴델리에 본부를 둔 서남아총괄본부다. 2004년 1월에 만들어진 이곳은 인도뿐 아니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 몰디브 등지의 법인활동과 영업, 자금을 종합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중 중추적 지역은 인도다. 인구로 보면 인도가 10억9,000만명, 방글라데시 1억4,700만명, 네팔 2,800만명, 스리랑카 2,000만명, 부탄 230만명, 몰디브 4,000명 등이다. 인구비중으로 볼 때 인도는 이들 6개 국가의 인구 가운데 약 85%를 차지한다.둘째, 노이다공장이다. 95년 8월에 설립된 이 공장은 컬러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 생산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니폼을 입은 근로자들이 에어컨이 설치된 생산라인에서 제품을 조립한다.이 공장의 생산성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삼성전자 공장 가운데 수위를 달리고 있다. 예컨대 컬러TV의 경우 1인당 하루 생산성은 약 70대에 이르고 있다. 공장 안에는 에베레스트산의 사진이 붙어 있는데 골짜기에 각 지역별 1인당 생산성을 표시해 놓았다. 이중 가장 높은 지점에 노이다공장이 위치, 근로자들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이 공장은 브라운관형 TV 등 인도에서 수요가 많은 대중적인 TV뿐 아니라 LCD TV, LCD모니터 등 첨단제품을 만들고 있다. 또 모니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모니터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의 주력제품인 15인치·17인치 LCD모니터뿐 아니라 19인치 와이드형과 20인치·21인치 대형 모니터도 3분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정리정돈과 청결한 사업장은 제품의 품질향상에도 기여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이다공장은 2001년 인도 품질대상(라지브 간디 어워드)을 받았고 이듬해 인도생산성 대상을 수상했다. 또 ISO9002(품질보증체계), ISO14001(환경경영체제), OHSAS 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등 각종 인증도 획득했다. 셋째, 삼성텔레콤 인도법인이다. 이 법인은 마네사에 공장을 두고 연간(금년 기준) 6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한다. 이 공장 역시 휴대전화 생산능력을 크게 늘릴 계획이다.넷째, 글로벌 소프트웨어 개발센터다. 남부 고원지대 방갈로르에 있는 이 센터는 석·박사와 학사 등 고급인력을 두고 있는 연구개발 중심센터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지난해에 10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오는 2010년까지 50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이를 위해 적극적인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대중적인 제품과 첨단제품을 병행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 TV, 플라스마TV 등 인도의 고소득층을 겨냥한 제품을 속속 출시해 이들 분야에서는 매우 높은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 LCD TV의 경우 47%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플라스마TV는 36.5%, 성애 제거 냉장고는 23.7%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또 세탁기 등 일부 품목에서는 LG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인도의 경제전문지 <아울룩비즈니스>(8월20일자)가 지난 5월까지의 세탁기 시장 점유율을 비교한 결과 최대 업체인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년 새 4%포인트가 줄었는데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 5.2%포인트 늘었다고 보도했다.특히 모니터 부문의 시장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산자이 샤르마 IT부문 부사장은 “우리 회사는 올해 모니터 부문의 경우 200%의 매출신장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중 LCD모니터가 전체 모니터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수량 면에서 20%, 금액 면에서 3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모니터 중 주력제품은 아직 튜브형 컬러모니터인데 조만간 LCD모니터가 튜브모니터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또 라빈더 주씨 부사장은 최근 몰디브에 3,000평방피트 규모의 쇼룸을 여는 한편 판매자들과의 미팅을 마치고 돌아왔다. 조만간 스리랑카 콜롬보와 네팔에서도 이 같은 행사를 여는 등 인근 지역으로의 판로 확대를 위해 뛰고 있다.삼성전자의 오디오비디오, IT 부문, 모바일 부문의 매출구조는 비슷한 편이며 인도 내 시장점유율은 평균 20% 안팎이다. 몇 년 내 이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세워놓고 있다.삼성전자 서남아총괄본부의 정태석 차장은 “인도는 무한한 내수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삼성은 인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의 현지화에 나서고 있으며 또 협력업체간에 철저한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총협력업체는 100개에 이른다. 이들 가운데 한국계 협력업체는 6개에 불과하다. 한국업체건 인도업체건 불문하고 철저히 경쟁을 시켜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우수한 업체의 부품을 사다 쓰는 정책을 펴고 있다. 시장에서 완제품간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부품조달에서부터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의 전자시장은 2004년에 비해 16%가 커졌고 2010년에는 약 4,000억달러에 달해 세계 5대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에 대비해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nhkim@kbizweek.com·shoh@kosb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