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넘버원’ 기업비전 앞장… 대외활동도 활발

약력 : 1948년생. 67년 경남고 졸업. 72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77년 미 세인트루이스대 MBA. 77년 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 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 82년 LG상사 홍콩지사 이사. 86년 LG상사 도쿄지사 이사. 88년 LG상사 관리본부 전무. 89년 LG화학 부사장. 92년 LG산전 부사장. 95년 LG전선 회장. 98년 안양LG축구단 구단주. 2001년 GS건설(옛 LG그룹) 회장(현). 2004년 7월 GS 회장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신화를 이룬 한국대표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이 재계에서 유행하고 있다. 김감독의 리더십을 ‘믿음’과 ‘격려’에서 찾는 이들이 많다. ‘믿음’이나 ‘격려’는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은 덕목이다. 약육강식의 살벌한 경쟁으로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끝까지 믿고, 거기다가 격려까지 하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가 얼마나 될까.허창수 GS 회장은 ‘믿음의 경영’을 일찌감치 실천해 온 최고경영자다. 그는 한번 사람을 신뢰하면 끝까지 믿고 맡긴다. 대기업의 총수 중에는 ‘나를 따르라’는 식의 독불장군형이나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챙기는 ‘주사급’이 적지않다. 하지만 허회장은 LG그룹 시절부터 일일이 업무를 챙기거나 관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에게 믿고 맡기는 편이었다. 이는 GS의 지휘봉을 잡고도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경영인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고 그룹의 굵직굵직한 주요 사안에 대해서만 큰 흐름과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 까닭에 ‘선이 굵은 경영자’라는 평가도 자연스럽게 얻었다.그의 경영스타일은 지난 2002년 작고한 선친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을 쏙 빼닮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밖으로 드러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 뒷전에서 묵묵히 일을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는 집안의 전통이기도 하다. 구씨 가문이 주로 사업확장 같은 바깥일에 주력했다면, 허씨 가문은 재무·영업 등 안살림을 도맡아했다. 허회장도 이런 구·허씨간의 역할분담에 따라 LG상사에서 잠시 일반상품과장을 맡은 것을 빼고는 관리부서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그는 아울러 평소 인화와 화합, 그리고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LG그룹 시절의 이력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구·허씨가 57년이란 긴 세월 동안 성공적인 동업관계를 유지했다. 두 가문의 불협화음이 한번도 밖으로 불거져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다 보니 엄격한 위계질서와 합리적인 원칙에 바탕을 둔 인화를 철저히 지켜온 것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셈이다.그는 95년 LG전선 회장 취임 이후 구본무 LG회장과 함께 그룹경영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해 그룹분리 때까지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 ‘얼굴 없는 경영자’ 등으로 불렸다. 하지만 그는 10년간 구본무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원만하게 이끌면서 그룹의 2인자 역할뿐만 아니라 허씨 일가의 대표로서 소임을 조용하지만 충실하게 수행해냈다는 평을 듣고 있다.그를 잘아는 GS 사람들은 ‘허회장이 대단히 꼼꼼하면서도 매사에 철두철미한 성격인데다 글로벌 감각도 뛰어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LG상사 재직 시절 홍콩·도쿄지사 등에서 오랫동안 근무했기 때문에 영어, 일어에 능통한데다 탁월한 국제감각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귀띔이다.지금도 <월스트리트저널>, <비즈니스위크> 등 해외 유수의 경제전문지를 탐독하고 있다. 또 새로운 경영 트렌드에 관한 책이 출간되면 빠뜨리지 않고 구입해 즐겨 읽고 있다. 독서와 인터넷 서핑으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경영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 곧바로 실무자를 불러 이에 대한 토의를 할 정도다.2002년 GS건설 회장을 맡고부터는 일본의 경제전문지인 <주간 다이아몬드>에 1년에 걸쳐 연재됐던 일본 종합건설회사의 현황 기사를 번역, 임직원에게 배포해 읽도록 했다. 최근에는 GS건설 경영진이 읽어야 할 필독서로 <미국건설산업 왜 강한가>, <영국 건설산업의 혁신전략과 성공사례> 등의 서적을 추천하기도 했다.그는 학습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교육의 기회도 자주 부여한다. GS건설 직원 30여명을 일주일 동안 미국에 보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AOL센터와 라스베이거스 건축전시회 등을 견학하도록 한 적이 있다. 이는 건설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틈만 나면 임직원들을 향해 “여러분의 경쟁력이 바로 GS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연마해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다. 그는 건설뿐만 아니라 새로운 첨단 전자장비 등에도 관심이 많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컴퓨터, 캠코더, PDA, 디지털카메라, 통신기기, MP3 등 첨단 멀티미디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직접 검색할 정도다. 젊은 직원들조차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면 진땀을 뺄 정도로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지식수준이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블루오션 경영’ 강조그는 지난해 3월 그룹 회장 취임 이후 경영스타일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다. 각종 대외활동에도 적극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제 ‘은둔의 경영자’라는 표현은 옛말이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청와대에서 개최된 10대 그룹, 경제단체, 중소기업 대표들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간담회’에 참석해 재계의 관심을 끌었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1년간 GS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현장방문을 마다하지 않았다. 3월에는 CI 선포식을 직접 주재했고, 2월과 7월에는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브랜드 알리기에 선봉장 역할도 자임했다.4월에는 사외이사들과 함께 GS칼텍스 여수공장을 방문해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의 여수 생산시설을 점검하고 정유산업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이해를 넓히도록 했다. 지난해 9월과 올 2월에는 신임임원 교육과정에 참석해 특강을 실시하기도 했다.또 매월 한 차례씩 계열사 사장단 회의와 분기별로 전 계열사 임원들이 참여하는 GS 임원모임을 직접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를 통해 그는 그룹의 중장기 비전에 맞게 사업계획을 조율하면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한국 기업사에서 분가한 그룹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삼성과 현대 등의 재벌그룹에서 분가한 방계그룹 중에서도 크게 성공한 곳이 많지만 경쟁력을 상실하고 소리 없이 사라진 경우도 적지 않다. 분명한 것은 최고경영자가 선견지명과 탁월한 리더십을 갖춘 그룹은 오히려 분가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공기업과 민영화된 공기업을 제외하고는 재계 7위 규모 그룹의 총사령관을 맡은 그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그가 꿈꾸는 GS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그는 GS의 비전을 ‘모두가 선망하는 밸류 넘버원 GS’로 정했다. 단순히 규모 위주가 아니라 내실을 중시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기업관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 초 GS 신년모임에서 그는 ‘모두가 선망하는 밸류 넘버원 GS’ 달성을 위해 성장역량을 강화하고, 기존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는 한해가 되자고 호소했다. 지난 1년간 경영이념과 비전을 수립하고 2010년까지 구체적인 중기목표를 확정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이를 철저히 실행에 옮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올 신년사에서 “사업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블루오션’(경쟁이 없는 시장)을 발굴하라”고 당부했다. 정유와 건설이라는 장치산업이 주력인 GS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이 급선무라는 판단에서 블루오션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허회장은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다. 그리고 한 번 정한 룰은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만큼 원칙을 중시하는 경영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전날 읽은 책을 정리하고 조깅이나 등산을 즐긴다. 조깅하는 그의 발걸음이 더 가벼워지기 위해서는 올해를 지금까지의 그 어느 해보다 잘 보내야 될 듯하다. 지난 1년이 준비기라면 올해는 GS의 본격적이 도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믿음경영’으로 일컫는 그의 리더십이 세계야구 4강에 오른 한국대표팀 같은 최고의 성적으로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