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손꼽히는 여성 기업인 마사 스튜어트는 어릴 때부터 요리와 정원 가꾸기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전업주부로 미국 코네티컷의 전원주택에 살던 그녀는 출장요리사업을 시작했다. 그뒤 요리와 인테리어 등을 주제로 책을 냈고 신문 칼럼을 썼다. 미국의 저명인사로 인기를 끌게 된 스튜어트는 <마사 스튜어트 리빙>이라는 제목의 잡지를 출간했다. 방송 토크쇼 진행도 도맡아왔다. 4년 전 주식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까지 가택 연금 상태에 있었지만 화려한 재기에 성공했다. 여전히 미국 최고의 자수성가형 여성 CEO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한국판 ‘마사 스튜어트’도 탄생할 수 있을까. 최근의 주부 창업 트렌드를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하다.2006년 한국에서 요리와 인테리어, 수공예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제 한국인은 단순히 먹고사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보다 ‘잘’ 먹고 ‘잘’ 사는 데 뜨거운 관심을 쏟고 있다.소비자는 이제 몇 단계 높아진 라이프스타일을 원한다. 덕분에 라이프스타일 관련 비즈니스는 날로 팽창하고 있다.음식과 집 꾸미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이 늘 가까이 있었다. 바로 주부들이다. 아이들의 엄마, 남편의 아내였던 주부는 사실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였다. 이 당연한 이치를 몸소 느낀 솜씨 좋은 주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자연스럽게 주부 창업이 급증했다. 조기퇴직과 맞물린 탓도 있다. 이제 여성들은 남편에게만 가족의 생계를 맡기지 않는다. 평소 갈고닦은 요리, 홈인테리어, 수공예 실력으로 회사 문을 연다. 오프라인 점포를 내든, 온라인에 쇼핑몰을 열든 ‘아줌마’ 아닌 ‘사장님’으로 불린다.실제로 창업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여성 창업자 가운데 주부사장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섰다고 추산하고 있다. 여성 창업자 중 60%가 주부라는 얘기다.최근 가정의 돈줄을 쥐고 있는 기혼여성 소비자를 정밀분석하는 기업이 적잖다. 주부사장은 오랜 기간 소비자 관점에서 상품을 구입해 왔다. 여성 소비자의 마음속 깊은 곳을 꿰뚫어 볼 수 있어 마케팅과 홍보에도 유리하다.국내에서 주부 출신 기업가로 최근 부상한 사람은 ‘한경희생활과학’의 한경희 사장이다. 청소할 때 불편했던 부분을 최대한 반영해 스팀청소기를 개발해냈다. 본인의 이름을 브랜드로 붙인 ‘한경희 스팀청소기’는 희대의 히트상품이 됐다. 지난해에는 1,0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스팀청소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음식물쓰레기 처리기로 대박을 터뜨린 이희자 루펜BIF 사장도 역시 주부 창업을 했다. 20여년을 전업주부로 살던 이사장은 이제 ‘누군가의 아내’가 아닌 루펜BIF의 CEO다. 프로주부인 이사장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때의 불편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오랜 연구 끝에 물기를 없애 부피를 줄이고 냄새도 없애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한국여성벤처협회의 여성벤처기업인 성공사례로도 뽑혔다.태교로 시작한 손뜨개를 기반으로, 전국에 83개의 손뜨개 전문점을 연 여사장도 있다. 바로 송영예 바늘이야기 사장이다. 송사장은 손뜨개 비법을 담은 책의 저자로도 널리 알려졌다.취미였던 원예를 밑천 삼아 실내조경전문업체를 설립한 하현영 하영그린 사장도 유명하다. 20살 때 꽃꽂이를 접했던 하사장은 전업주부로 취미를 가꿔나갔다. 그뒤 ‘식물’을 아이템으로 창업, 올해 매출 300억원을 노리고 있다.빼어난 ‘나만의 조리법’으로 창업한 주부도 있다. 요리를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듣던 유인애 빠베 베이커리 카페 사장은 창업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 제과·제빵학원을 2년간 다녔고 입지선정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매장 인테리어 컨셉과 제품 재료에도 각별히 신경 써 오픈하자마자 월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은 주부 8명이 공동 투자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주부 8명이 인터넷에서 요리 동아리를 만들어 반찬을 나눠먹었다. 그뒤 아예 반찬가게를 열자는 뜻을 모았고, 영양사 출신 주부인 박미현 사장이 운영을 맡았다. 웰빙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유기농 반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인테리어 소품 쇼핑몰 ‘머쉬룸데코’의 방윤이 사장은 취미와 전공을 제대로 살렸다. 취미였던 홈인테리어와 대학시절 전공인 전산학을 접목해 온라인에서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한다. 재택근무를 하지만 매달 8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린다.주부 창업을 위해 학원 등 교육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정부 또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교육기관도 유용하다. 전국여성인력개발센터가 대표적이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대한YWCA연합회, 여성단체협의회 등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창업 관련 자격증을 따는 것도 지름길이다. 비즈공예지도자 자격증, 제과·제빵기능사, 화훼장식기능사 등에 도전해 볼 만하다.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주부들이 강점을 살려 생활 속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소장은 이어 “요리솜씨를 바탕으로 외식업 또는 뜨개질이나 비즈공예 등 평소의 취미를 살린 창업도 좋다”며 “반찬전문점, 도시락배달전문점 등 생활편의사업도 괜찮은 아이템”이라고 덧붙였다. 또 출산용품전문점이나 베이비시터, 실버시터, 그리고 교구활용 홈스쿨 등 각종 교육업은 주부여서 더 유리하다.주부 창업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창업에 뛰어들기 전 어떤 업종이 적성에 맞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또 사회 트렌드에 맞는 업종을 택하면서 너무 유행업종에 치우치지는 말아야 한다.양혜숙 한국여성창업대학원 원장은 “입지를 택하고 점포를 계약할 때 권리금이 적정한 선인지 점검해야 한다”며 “권리금의 거품을 제거하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양원장은 이어 “집과 점포를 너무 멀지 않게 정해 대중교통으로 30~40분 이내 거리에 점포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며 “총투자비용 중 30% 이상을 대출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무리”라고 덧붙였다. 가족의 동의를 얻은 후 창업을 하는 것도 주부 창업에서 중요하다. 자녀가 어린 경우 가사와 육아를 전담해 줄 사람을 정한 뒤 창업에 도전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