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조사보고에 의하면 2005년 현재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조사대상 68개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1년의 22위에 이어 계속적인 하락세에서 보여준 모처럼 만의 반등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을 화두로 이끌어내었다. 월드컵 이후 보여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우위는 국가 이미지와 수출 기업에 큰 영향을 미쳐 왔으며, 삼성ㆍLG 등의 글로벌 브랜드가 양산될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게 되었다. 파워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작금의 현실은 강력한 자산을 지닌 브랜드의 경쟁력 파급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실감케 한다. 이들은 앞 다투어 소비자의 뇌리에 소위 경험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한 世紀의 브랜드 슬로건을 내놓고 있다.게다가 해외의 각 국가들은 전략적으로 국가 슬로건을 개발ㆍ활용하여 해외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국의 ‘Cool Britania’, 미국의 ‘Dream Land’ 등이 대표적인 국가 슬로건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몇 년 동안 ‘Dynamic Korea’를 슬로건으로 정부활동 전반에서 현저하게 활용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이 슬로건이 주는 연상이미지로 내국인에게는 역동적이며 강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던 반면, 외국인에게는 발전적이고 활동적인 느낌으로 연상되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인식과 이미지가 내국인을 비롯한 다수의 일반인에게 만연되어 과연 이 슬로건이 중장기적 국가 이미지를 선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만만치 않다.국가 브랜드 이미지란 바로 국가 이미지를 마케팅 관점에서 재활성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형성되는 인식 태도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적으로 국가라는 통치적 위상을 생산과 소비의 목적과 수단으로 재정의함으로써 타국가와 그들의 자원을 경쟁조건으로 하여 차별화하는 과정인 것이다. 국가가 보증(endorser) 브랜드로서 국가와 관련한 모든 요인에 미치는 영향요인으로 작용하며 또한 스스로 소비의 대상이 되는 등, 구매, 투자, 관광, 등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때로는 자연발생적이거나, 미디어에 의해 생겼거나, 관광, 제품구매, 비즈니스 경험 등에 의해 촉진되었든, 국가 역시 브랜드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품ㆍ기업 브랜드와는 달리, 국가는 상업주의의 직접 지배에 놓여있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차원에 있어서도 국가 브랜드와 제품ㆍ기업 브랜드는 다르다. 그것은 국가를 브랜드로 하는 접촉점이 제품의 경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또한 연상의 내용을 보더라도 때로는 사물, 이벤트, 경험, 제품 등 다양한 이미지의 범주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국가의 이미지는 브랜드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실적, 감정적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렇듯, 대부분의 국가 이미지는 원형(archetype)보다는 예외에, 사실보다는 인상(impression)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널리 공유되고 있다.국가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과거의 노력은 대체로 어떻게 알릴 것인가에 주력한 나머지 ‘무엇을 알릴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미흡했다. 따라서 이제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이고도 총제적인 브랜드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본질로 하는 글로벌 시대에 미래의 화두는 문화, 유산, 정체성이다. 이 가운데, 유산은 과거의 문제이고 생명력이 없는 반면 정체성은 개인, 기업, 국가에 관한 현재와 미래의 문제이다.이 둘은 상호 합일적 성격이 강하다. 유산은 뿌리를 의미하고 정부는 유산을 국가 브랜드로 진화시켜 정체성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원천은 바로 국가의 정체성에 있다. 이 정체성이 곧 국가 슬로건의 모태이자 강력한 국가 브랜드 자산을 장기적으로 지탱할 수 있는 근간이다. 국가 정체성(National Identity)이란 한 국가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원되는 국가의 핵심역량이며 타국가의 이해당사자 예컨대, 정부, 기업, 소비자, 등에게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통해 노출, 인식, 평가되는 기대 이미지를 의미한다. 국가 정체성의 정립은 대내적으로는 구성원의 결속과 공감대 확산을 통한 사고와 행동으로의 전이를 가능케 하고, 대외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되는 한 국가 브랜드의 약속이자 핵심 메시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기업, 학계를 비롯한 관계당사자가 관심을 가지고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다.최근에 정부가 내건 ‘Dynamic Korea’라는 구호는 마치 우리 국가의 본질적이고 필연적인 정체성인 양 전 부처에 걸쳐, 심지어는 언론에서 조차 즐겨 사용하고 있다. 국가이미지 제고위원회는 이 구호를 마치 5000년 역사를 대변하는 국가 정체성인 것처럼 하위 행정단위의 행동강령에 반영하도록 암암리에 강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하위행정단위의 반발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들의 주장을 보면,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우리나라를 대내외에 선포해온지가 수십 년인데 하루아침에 월드컵의 특수한 정황 속에서 잉태된 구호를 마구잡이로 국민 앞에 내놓아도 되는가? 또한 우리국가에는 역동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이 공존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구분, 적용해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지침이 전무하다’는 주장을 일관성 있게 내놓고 있다.물론 국가의 백년대계를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체계적인 고증, 사료에 대한 연구, 미래에 대한 확고한 청사진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국민, 기업, 행정단위 등 모든 이해 당사자에게 합리적인 설득과 전달체계를 통해 알려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역순이기는 해도 국가 이미지 제고위원회는 이 구호에 대한 명확한 해설, 적용지침 및 공유프로그램을 개발 관리하는 정도라도 해야 한다. 과거 영국, 일본 등과 같이 민ㆍ관ㆍ학이 각자 주어진 분야에서 - 정계에서는 국회의원이, 경제에서는 기업이, 사회와 문화계에서는 정부와 국민이 - 먼저 국가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여 정신적 정체성, 행동적 정체성을 분명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Dynamic Korea’라는 슬로건으로 전개해온 우리나라의 브랜드 관리 전략은 비단 스포츠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관광, 문화, 외교, 수출, 투자 등 다각적 분야에 고루 투영되어 나타나야 한다.따라서 관광촉진의 경우에도 “한국의 역동성(dynamism)”은 관광브랜드전략의 하위 컨셉이 되어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적용되어야 한다. 이처럼 각 분야에서 Dynamic Korea가 어떻게 적용되고 전달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 작업이 가시적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이 같은 체계정립은 비단 관광뿐 아니라 투자, 수출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는 총체적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또한 한국의 정체성 속에 일방적 역동성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정적 역동성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즉 과거의 우리의 역사는 은근과 끈기, 고요함과 선을 존중하는 정적 역동성이 지배해 왔다면 중장기적 도약을 위해 전략적으로 새롭게 발견한 것이 곧 동적 역동성, 즉 dynamic Korea 라고 할 수 있다.물론 가장 선행적인 것은 우리 국가의 정체성 개발이 필연적이다. 정체성을 중심으로 각 행정단위의 행동요령과 도, 시 군, 등으로 일관성 있게 전파될 수 있는 전략적 시스템을 운용해야 한다. 이 국가 정체성의 긍정적인 요소가 곧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렴해 나가야 하는 자산인 것이다.김유경·한국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약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미 시라큐즈 대학교 광고학 박사, 한국광고학회, 한국광고홍보학회 편집위원 겸 상임이사